어제 우리는 김 수환 추기경을 떠나보냈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예수님께서 그 모습이 영광스럽게 변하신
복음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모습에 대해서 생각해봤습니다.
어제 저는 관위에 누워계신 추기경님의 모습을 보면서
감사를 드렸습니다.
임종의 순간까지 훌륭한 모습 보이시며
잘 돌아가 주심에 대해 감사드렸습니다.
하느님께, 그리고 추기경님께.
관 위에 계신 추기경님은 겉모습은
눈도 움푹 들어가고 볼품없는 노인네의 모습으로 변하셨지만
본모습은 잃지 않으시고 돌아가셨습니다.
그것은 예수님을 닮은 모습입니다.
이 예수님의 모습에 대해서 필리비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종의 모습을 취하시어 사람들과 비슷하게 되셨다.”고 얘기합니다.
그러니 그리스도께서는 한 인간, 예수님의 모습으로 나타나셨지만
사실은 수천 인간의 모습으로 변모하여 나타나십니다.
마태오 복음 25장의 말씀처럼
굶주린 이에게는 굶주린 이의 모습으로,
목마른 이에게는 목마른 이의 모습으로,
헐벗은 이에게는 헐벗은 이의 모습으로.
감옥에 갇힌 이에게는 감옥에 갇힌 이의 모습으로,
병자에게는 병자의 모습으로,
혁명가에게는 혁명가의 모습으로,
철학자에게는 철학자의 모습으로,
농부에게는 농부의 모습으로 나타나셨습니다.
우리 김 수환 추기경께서 그러하셨습니다.
주교관에 고형물 또는 석고상처럼 계시지 않고
“너희와 모든 이에게”라는 당신의 표어처럼
모든 이에게 모든 이의 모습으로 다가가셨습니다.
그런데 모든 이에게 모든 이가 되는 것,
이것이 사실은 하느님의 모습입니다.
모든 이에게 모든 이의 모습으로 있는 것은
사실 하느님과 같이 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합니다.
예수님처럼 지상의 하느님 나라인
타볼산에서 성도들과 거닐던 사람만이
지상에서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천상의 풍모를 지니십니다.
불가마 속에 던져져도 하느님과 같이 거님으로
불에 타지 않은 세 청년처럼
관상으로 하느님과 같이 거니는 사람만이
지상으로 내려와 사람과 같이 되면서도 천상의 풍모를 잃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높은 관상으로 하느님처럼 되지 않으면
세상에서 살다가 세속화되어 버리고 말 것이며,
천상의 풍모를 잃고
타락하고 추악한 천사가 되고 말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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