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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및 세계교회현황

초겨울 트라피스 수녀원 동행

 몇일 전 수녀원에 다녀왔습니다. 언제 찾아뵈도 안온하게 맞아주는 수도원입니다.  

남녘 그곳에도 겨울은 성큼 다가와 있었습니다. 수녀원뒤 수정산에서 겨울의 찬내음이 물씬 풍겨왔습니다.

가고파의 고향 남쪽 바다물은 한층 쪽빛을 짙게 배어내고 있었습니다. 

겨울 햇살이 퍼지는 곳에는 따듯함이 아직은 묻어있었습니다.

찬기운이 맑게 깨어있고, 따듯한 햇살이 평화롭게 감싸주는 바닷가 산자락입니다.

 

<침대 하나, 책상 하나, 성경 한 권이 전부인 피정방입니다. 영화 '위대한 침묵'에 나오는 카루투지오 수도자들의 침대와 크기 모양이 똑 닮았어요>

 

<피정객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책과 일상용품-실, 바늘, 수건, 비누 등이 비치된 서가>

 

<피정집 복도>  

<피정집 계단에 있는 이콘과 시편-수녀님이 쓰신 붓글씨>

 

 

 

<1 층 전시실 입니다. 수녀원과 트라피스트에 관련한 출판물이 진열되어 있고, 수녀님들이 손수만든 엽서와 초, 이콘 중세 트라피스트 수도자들이 사용하던 성구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수녀님들이 수녀원 앞마당에서 찾아낸 네잎 클로버가 눈어 들었습니다. 먼저 사 가시는 분이 임자, 초에 밀납된 야생초는 수녀원 주변에서 자라는 풀과 꽃을 말려서 초안에 넣었습니다.> 

 

 

<수녀원 응접실입니다. 면담, 상담 신청을 하시고 찾아가시면 이곳에서 만나뵐 수 있습니다.>

 

<이곳은 수녀원 성당 입니다. 원래 사진 촬영이나 녹음을 삼가해 달라는 안내가 있습니다. 겨울 햇살이 비스듬히 깔려 성무일도서의 책갈피 색실을 비추는데 너무 이뻐서> 

 

<수녀원 성당 입구 주차장 입니다. 수녀님이 무슨 나무라고 가르쳐 주셨는데 잃어버렸습니다. 10년내내...> 

<수녀원 성당을 뒷산에서 봤습니다. 그리고 입구에서 올라오는 벛꽃길입니다. 십자가의 길에 계시는 성모님입니다.> 

 

 

 수녀원은 침묵속에 평화로운 시간이 흘러가는 것 같았습니다.

원장님이 잠깐 뵙자고 하여 원장님께 인사 드리면서 수녀원 사정을 들었습니다. 수녀원은 지금 개발의 삽질속에 앞 뒤 좌 우가 막혀있는 듯 하였습니다. 수녀원 앞산은 석산이 개발되고, 마을 앞으로는 왕복 4차선의 고속화 도로가 뚫리고, 수녀원 옆에는 조선 기자재-파이크 공장이 허가나 있고, 자본과 권력의 파상적인 공격에 포위되어 있는 듯 하였습니다. 이 모든 것이 STX조선소 유치에 반대하는 수녀원을 고립화 시키려는 자본과 한 줌도 안되는 권력의 난동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파상적인 공격에 그나마 수정을 지키겠다던 주민들 조차 힘에겨워 조금씩 결속이 풀어지는 것 같았다.

원장님이 하시는 말씀이 이제 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오히려 더 편안하다고 하셨다. 마지막 말씀에는 비감함이 서려 있는 듯 하였습니다.  

그날의 가슴 시린 이야기를 수녀님이 보내신 글로 대신합니다.

 

무언가 할 수 있는 것이 남아있을 때

고민도 하고, 고뇌도 되고 그런가보네요.

상황이 너무 기가 막히니

오히려 맘이 편하네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5가지 상황의 정황이

착착 포착면되면서

 

조용히 마음 안에 어떤 결단의 소리가 내려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구체적인 방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요.

열린 결단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모든 것, 맨몸으로 쫓겨나는 것까지 포함하여

받아들일 채비가 된 것 같습니다.

 

지난 2년 동안의 모든 것이 은총이지요뭐.

 

 

<오늘은 있어야 할 날>

오늘도 해가 진다

오늘도 있어야 할 날이었다

입다문 산등선

빈가슴은 커져만 가는데

어제도 오늘도 있어야 할 날이었다

죽은 자의 흘린 피

이름 모를 수많은 이들의 함성이

일으켜 세우던 날

그 날이 무너지고 있지만

오늘은 있어야 할 날이다

광장의 그 함성을 잊어버린 우리

오늘은 있어야 할 날이다

오늘은 우리의 오늘

4대강이 숨죽인 채 움츠려 있는 오늘

오늘은 있어야 할

우리의 오늘이다

 

- 트라피스트 수녀원 요세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