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톨릭 성화, 미술

** 착한 사마리아인 **


고흐, <착한 사마리아인>
1890년.73x59.5cm.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예수께서는 어느 율법교사가 던진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라는 질문에 
사마리아인을 예로 들어 응답하셨다.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예리코로 내려가다가 강도들을 만났다. 
강도들은 그의 옷을 벗기고 그를 때려 초주검으로 만들어놓고 가버렸다. 
마침 어떤 사제가 그 길로 내려가다가 그를 보고서는, 
길 반대쪽으로 지나가 버렸다. 
레위인도 마찬가지로 그곳에 이르러 그를 보고서는, 
길 반대쪽으로 지나가 버렸다. 
그런데 여행을 하던 어떤 사마리아인은 그가 있는 곳에 이르러 그를 보고서는, 
가엾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그에게 다가가 
상처에 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싸맨 다음, 
자기 노새에 태워 여관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아주었다. … 
너는 이 세 사람 가운데에서 누가 강도를 만난 사람에게 이웃이 되어주었다고 생각하느냐?” 
율법교사가 “그에게 자비를 베푼 사람입니다.” 하고 대답하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루카 10,29-37).
반 고흐의 그림은 이 주제를 잘 다루고 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이 그림 중앙의 두 인물이다. 
착한 사마리아인이 단말마의 고통에 신음하는 사람을 
자신의 나귀에 올려 태우는 모습이다. 
사마리아인은 이 환자를 구하려고 혼신의 힘을 쏟는다. 
무게를 이기려고 뒤로 젖혀진 상체와 머리, 그를 밀고 있는 어깨와 팔이 그것이다. 
그리고 더욱 힘을 쏟으려고 신발 위로 들린 오른쪽 다리는 어떤가? 
환자를 들어 올리는 이 사람의 선행에 일조하려는 듯 
노새조차 두 다리를 모아 꼿꼿하게 버티고 있으며, 
힘을 주느라 애쓰는 얼굴 표정이 특히 인상적이다. 
비록 미물이지만 그 선행을 위해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연하지 않은가?
그리고 그림 왼쪽에는 모든 재물이 사라진 빈 상자가 나뒹굴고 있고, 
그 뒤로는 이기심에 사로잡혀 총총히 사라져가는 제사장과 레위인의 모습이 보인다.
 이들이 사라져가는 그 길과 그 끝은 가물거리고 모호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이들의 데생 또한 명확하지도 않고 얼굴조차 드러내지 못한 모습이 
신앙의 본분을 망각한 부끄러움으로 가득해 보인다. 
특히 이 그림에서 고흐는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얼굴을 자신의 얼굴로 대신 그렸는데, 
이는 남을 섬기고자 자신을 희생한다는 그의 신앙을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