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신부님들의 강론

~ 성령강림 대축일 / 반영억 신부님 ~

천상의모후(=수호천사) 2024. 5. 19. 07:06

성령 강림 대축일. 반영억 라파엘 신부님.

성령께서 약속대로 오셨습니다

 

 

 

찬미 예수님, 사랑합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그 사랑은 변함이 없으십니다. 오늘 성령강림은 바로 한결같은 그분의 사랑을 드러내 줍니다. 예수님의 승천이 가져온 슬픔에 잠긴 제자들에게 평화를 주시고 “성령을 받아라.”하시며 두려움을 거두어 주신 주님께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도 같은 성령의 기운을 불어넣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성령은 ‘보호자’(파라클래토스)라는 뜻과 함께 ‘변호자’, ‘협력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증언할 때 지혜로써 변호자가 되어주시고, 직무를 감당할 때 능력으로서 협조자가 되어주시며 증거적 삶의 여정에서 동행해 주시는 보호자라는 뜻입니다.

 

 

 

성령께서는 각 사람에게 알맞은 방법으로 다가오십니다. 불길처럼, 뜨거운 감동으로 오기도 합니다. 불은 정화하고 갱신하며 불순한 것을 깨끗이 태워버립니다. 그렇듯이 우리 안에 옛것을 태워버리고 새 삶을 살도록 인도합니다. 세상 것을 우선하던 마음을 천상의 삶을 그리워하도록 만들어 줍니다. 세상의 험한 유혹에도 견디게 합니다. 불로 표상되는 성령의 특성을 교회는 빨간색으로 상징화하였습니다. 붉은 제의는 바로 내면의 불꽃을 상기시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성령께서는 바람처럼 임하기도 합니다. 세찬 바람으로, 때로는 여린 바람으로 나의 진부한 것들을 쓸어내기도 하시고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기도 하십니다. 물처럼 샘솟기도 합니다. 내면의 기쁨이 솟구쳐 올라 기쁨과 활력을 주기도 합니다. 한편으로 비둘기처럼 다가옵니다. 평화와 온유함으로 어떤 상황 안에서도 흔들림이 없이 요란스럽지 않게 가까이 오십니다.

 

 

 

그러므로 우리 일상 안에서 성령의 강림을 느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성령께서는 당신이 원하시는 때 원하시는 방법으로 역사를 이루시지만 특별히 미사 안에서 기도하는 가운데, 성경 말씀을 통하여 주님의 말씀을 듣는 가운데, 성체조배를 하는 가운데, 그리고 주님의 뜻을 행하는 가운데 성령의 손길이 더 강하게 역사하시니만큼 그에 걸맞은 영적인 삶을 살아감으로써 성령의 힘과 능력을 체험하고 성령께서 주시는 열매를 맺기를 희망합니다. 성령의 은사는 지혜, 통찰(깨달음), 의견(일깨움),용기(굳셈), 지식(앎), 공경(효경), 경외(두려움)을(이사11장 참조) 얘기하고, 갈라디아서에는 “성령께서 맺어 주시는 열매는 사랑, 기쁨, 평화, 인내, 친절, 선행, 진실, 온유. 그리고 절제입니다. 이것을 금하는 법은 없습니다”(갈라5,22-23) 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령의 은사와 열매는 아주 다양하고 오만 가지입니다.

 

 

 

어떤 사람은 ‘성경을 쳐다보면 졸음이 쏟아졌는데 한 시간을 읽고 두 시간을 읽어도 더 읽고 싶은 마음이 솟구쳐 오른다’ 고 하는 분도 계시고……‘늘 만나던 사람이지만 유난히 사랑스러워 보이고 그야말로 사물까지도 다르게 보인다’고 하셨습니다. 참으로 다양하게 은총의 역사를 이루어 주십니다.

 

 

 

어떤 사람은 미사참례를 그저 의무로만 했고, 짧은 미사를 가느라 어린이 미사에만 갔는데 이제는 미사에 맛 들여 매일 미사참례를 하고 영성체가 기다려지고, 말씀을 그리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더욱이 성체를 모시는 기쁨이 너무도 커서 가슴이 벅차오르고 감사의 눈물도 흘립니다.

 

 

 

구약성경을 보면 ‘하느님의 영’이 특별히 뽑힌 이들에게 임했는데 성령은 하느님의 사람들, 모세, 판관들, 전사들, 시인들, 왕이나 예언자에게 역사하셨습니다. 인간적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것을 이룰 수 있도록 함으로서 주 하느님의 영의 역사를 드러내셨습니다. 그런데 요엘서 3장1절에 보면 “그런 다음에 나는 모든 사람에게 내 영을 부어 주리라. 그리하여 너희 아들딸들은 예언을 하고 노인들은 꿈을 꾸며 젊은이들은 환시를 보리라. 그날에 남종들과 여종들에게도 내 영을 부어 주리라.” 라고 적고 있습니다. 이 말씀은 하느님의 사람에게만 특별히 임했던 성령이 장차 누구든지 받게 될 것이라는 약속이었습니다.

 

 

 

바로 이 약속은 먼저 예수님의 일생에서 드러납니다. 예수님의 일생은 성령으로 가득 찬 생애였습니다. 마리아는 성령에 의하여 예수님을 잉태하였고(마태1,28-30), 예수님께서 훗날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을 때에도 ‘성령’이 비둘기 모양으로 내려왔습니다. 이 성령이 예수님을 광야로 데려가서 유혹을 물리치게 하였고 예수님의 공적 활동도 성령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루카 복음사가는 “예수님께서 성령의 힘을 지니고 갈릴래아로 돌아가시니 그분의 소문이 그 주변 모든 지방에 퍼졌다. 예수님께서는 그곳의 여러 회당에서 가르치시며 모든 사람에게 칭송을 받으셨다”(루카4,14-15). 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나자렛에서 첫 설교를 시작할 때 이사야 61장 1절에서 2절의 말씀을 인용하시면서 성령의 역사를 언급하셨습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은 다시 보게 하며…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루카14,17-19).

 

 

 

그리고 성령의 능력으로 악령에 시달리는 이들을 풀어주었고(마태12,28). 병자를 치유하셨습니다(루카5,17). 또한 “누구든지 물과 성령으로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요한3,5이하).하시며 새로 나기 위해 성령의 세례가 필요하다고 역설하셨습니다. 한마디로 예수님께서 행하신 모든 일은 성령과 함께한 역사였습니다.

 

 

 

이렇게 성령과 함께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승천을 통한 작별을 하기에 앞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시킵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슬픔에 잠겼습니다. 이때 예수님께서는 파라클래토스 성령을 약속하셨습니다. “내가 아버지에게서 너희에게로 보낼 보호자, 곧 아버지에게서 나오는 진리의 영이 오시면, 그분께서 나를 증언하실 것이다. 그리고 너희도 처음부터 나와 함께 있었으므로 나를 증언할 것이다”(요한15,26-27).

 

 

 

이 말씀은 당신이 얼마 후 제자들의 곁을 떠나게 되겠지만 대신에 이들을 도울 보호자이신 성령께서 그들과 함께하실 것을 확신시켜 주시기 위한 말씀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상 제자들은 이 말씀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떠나신 후 두려움에 사로잡혀 다락방에 모여 문을 모두 잠가놓고 있었습니다. 제자들이 ‘아! 그래서 그리하셨구나.’ 하며 무릎을 친 것은 바로 오늘 성령의 강림을 체험하고 난 다음이었습니다.

 

 

 

구약의 예언 말씀과 예수님의 약속은 바로 오순절 성령강림을 통해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이 성령께서 예수님의 십자가 길에서 뿔뿔이 도망쳤던 겁쟁이 제자들을 당당한 복음의 선포자로 변화시켰습니다. 죽음이 두려워 문을 걸어 잠그고 다락방에 숨어있던 제자들을 복음의 증언자로 변화시켜 그리스도를 담대하게 전하게 하였습니다(사도2,1-11). 한마디로 성령께서는 예수님께서 하신 일을 제자들이 할 수 있는 능력을 주셨습니다. 두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제자들이 송두리째 바뀌어 예수님께서 행하신 일을 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성령강림 대축일을 교회의 탄생일로 봅니다. 세례성사를 통하여 이미 우리 안에 오신 성령께서 활발히 역사하시도록 그 장을 만들어 드려야 하겠습니다. 그러니 마음의 문을 여십시오. 성령의 도움으로 거룩함을 회복하십시오. 복음의 증인이 되십시오! 성령께서는 당신 은총의 선물을 우리 모두에게 나누어 주시고 모든 부분 안에서 모든 것이 되십니다. “오소서 성령님! 새로나게 하소서”

 

 

 

성 아우구스티노의 기도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성령이여, 제가 거룩함을 생각하도록 제 안에서 숨 쉬게 하소서.

성령이여, 제가 거룩함을 행하도록 제 마음을 움직이소서.

성령이여, 제가 거룩함을 사랑하도록 저를 이끌어 주소서.

성령이여, 제가 거룩함을 보호하도록 저를 강하게 해주소서.

성령이여, 제가 결코 거룩함을 잃지 않도록 저를 보호 하소서.

더 큰 사랑을 담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