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순 제 1주간 화요일 / 한창현 신부님 ~
사순 제1주간 화요일. 한창현 모세 신부님.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기도의 자세에 관하여 이야기해 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기도할 때 빈말을 되풀이할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시면서,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이미 알고 계신다고 강조하십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이미 알고 계시고, 우리가 청하기도 전에 주신다는 것이 언제나 기쁘고 감사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죽음을 앞두시고 겟세마니에서 하느님 아버지께, “하실 수만 있으시면 이 잔이 저를 비켜 가게 해” 달라고 하시고 나서, “그러나 …… 아버지께서 원하는 대로 하십시오.”(마태 26,39)라고 기도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을 청하셨고, 십자가에서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하느님께서 필요한 것을 주신다는 믿음을 포기하시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부활하심으로써 당신의 기도가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해 주셨습니다.
저는 하느님께 겸손해지고 싶다고 청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저에게 필요한 것을 아시고 제가 겸손해질 기회를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저의 한계와 부족함을 있는 그대로 맞닥뜨리게 해 주셨습니다.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제 자신을 탓하며 보내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저에게 필요한 것을 주신다는 믿음을 지키기가 힘들었습니다.
다행히 하느님의 은총으로 이제는 그 시간이 저에게 필요하였으며, 제가 청하였던 겸손함의 진정한 뜻을 알아가는 과정이었음을 고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제가 겸손해지기를 청하기 전에, 하느님께서는 저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 겸손임을 알고 계셨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