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 토요일 / 이영근 신부님 ~
성토요일. 이영근 아오스딩 신부님.
오늘의 말씀(4/19) : 주님 부활 대축일 파스카 성야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이 밤에!
지금 우리에게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이 밤에!
하느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거룩한 바꿈’을 이루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죽음을 가지시고, 당신의 생명을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당신의 옷을 입히시고, 우리를 당신께서 오신 ‘위’로 데리고 가신다. 이제 우리는 당신과 함께 하늘로 ‘현양’하십니다.
이 얼마나 놀라운, 고귀한 교환인가! 참으로 거룩한 교환인가! 이제, 우리의 몸이 거룩한 몸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사도 바오로의 표현대로, ‘그리스도를 입었습니다.’(갈라 3,27 참조). ‘새 인간’을 입었다(골로 3,10;에페 4,24).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죽음을 취하시어, 인간이 당신의 생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말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다.
... 우리의 생명은 그리스도와 함께 하느님 안에 숨겨져 있다.”(콜로 3,1-3 참조)
이는 이미 ‘최후만찬’에서, 당신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시면서 이루신 교환입니다. 우리의 발을 씻어주시면서 이루신 교환입니다. 십자가에서 당신의 몸을 내주시면서 완성시키신 교환입니다.
이 교환을 가리켜, 아우구스티누스는 말합니다.
‘우리의 죽음은 그분의 것이 되었고, 그분의 생명은 우리의 것이 되었다.’
오, 이 거룩한 교환이여! 이렇게, 오늘 우리는 하느님의 생명으로 부활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 밤 우리에게 일어난 일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오늘, 우리에게 이루신 사랑입니다.
참으로 기묘한 밤, 하느님의 사랑이 만들어내는 참으로 기묘한 밤입니다. 하늘과 땅이 결합되고, 하느님과 인간이 결합된 밤입니다. 깨어나는 밤이고 시작하는 밤입니다. 어둠에서 빛으로 건너간, 빠스카의 날입니다. 일몰이 없는 새로운 날, 하느님의 끝 모르는 사랑이 이루신 날입니다.
이렇게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 것입니다. 놀라운 상호교환의 역사가 시작된 것입니다. 새로운 생명의 역사가 시작된 것입니다. 사랑의 역사가 시작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부활은 놀라운 상호교환입니다. 당신 사랑의 거부로 죽음이 왔고, 당신의 사랑의 회복으로 부활이 왔습니다. 그러기에, 부활은 바로 사랑입니다. 생명을 주시는 사랑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으로 회복시키는 사랑입니다. 이 사랑이 부활의 힘입니다. 그러니 하느님 사랑을 받아들이는 것이 곧 부활이요 생명입니다. 이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부활입니다. 따라서 우리 역시 부활하려면, 사랑해야 할 일입니다.
그래서 부활은 신앙의 결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신앙의 출발점입니다. 부활을 믿고 그분을 받아드리는 것이 곧 신앙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부활이 없으면, 믿음도 없고, 교회도 없게 됩니다. 그러니 지금, 우리는 이 지고한 하느님의 사랑을 거부하지 말아야 할 일입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전 대통령의 탄핵을 걸치면서 분란과 대립과 상처로 얼룩져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치유와 화해와 친교의 새 시대를 열어야 할 때입니다. 희망을 품고 새롭게 도약을 맞이해야 할 때입니다. 현미경과 망원경을 들고서 말입니다. 현미경으로 정확하게 현실을 진단하고, 망원경으로 미래를 내다보며 새로운 비젼을 지녀야 할 때입니다. 그것은, 우리 안에 살아계신 부활하신 예수님의 인도를 받아 나아가는 길입니다. 서로가 함께 어울려 생명과 진리로 나아가는 시노달리따스(sinodalitas)의 길입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랑하면, 지금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들이면, 바로 지금이 부활입니다. 주 우리 안에 살아계시기 때문입니다. 우리 안에 주 참으로 부활했도다. 알렐루야!
오늘의 말·샘기도(기도나눔터)
“안으로 들어가 보니 주 예수님의 시신이 없었다.”(루카 24,3)
주님!
제 안에서 본래의 자리를 보게 하소서.
죽음을 묻어버린 빈 무덤에서
죽지 않는 생명을 보게 하소서.
당신과 함께 당신 안에 숨겨져 있는
본래 저의 생명을 보게 하소서.
제 안에 살아계신 당신의 ‘빈 무덤’을!
‘빈 무덤’처럼,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계시는 당신을! 알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