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신부님들의 강론

~ 부활 팔일 축제 금요일 / 안동훈 신부님 ~

천상의모후(=수호천사) 2025. 4. 25. 06:24

부활 팔일 축제 금요일. 안동훈 안드레아 신부님.

 

 

 

시몬 베드로가 “나는 고기 잡으러 가네.”(요한 21,3)라고 말할 때 그와 함께 자리하던 예수님의 제자들은 여섯 명으로 보입니다. 예수님을 팔아넘긴 유다를 제외하면 남은 제자들은 열한 명이어야 맞는데, 오늘 복음에서 네 명의 제자들이 언급되지 않는 이유는 아마 그들이 세 번이나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인하였던 베드로를 아직 용서하고 받아들이지 못하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시몬 베드로도 회개하고 돌아왔지만 자기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죄책감으로 위축되어 눈치를 보고 있는 듯합니다. 고기 잡으러 가자고 말하는 대신 다른 제자들이 자발적으로 따라 주기를 바라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베드로는 사람 낚는 어부가 되기 전에 갈릴래아 호수에서 고기 잡는 어부였습니다. 예수님과 함께 보낸 삼 년여의 시간을 제외하고 평생을 고기 잡는 어부로 살아온 그가 밤새도록 그물을 던지고도 아무것도 잡지 못하자 으뜸 사도로서, 또 고기를 잡는 어부로서도 그 권위를 모두 잃은 듯해 보입니다.

 

그런 베드로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알아본 요한의 외침에 곧장 겉옷을 두르고 호수로 뛰어들어 가 가장 먼저 주님 앞으로 달려갑니다. 무너진 자신의 권위를 세우는 일보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 뵙는 것이 더 중요하였는데,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만이 그를 괴로움에서 해방시켜 주시고 다시 회복시켜 주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시급한 가운데서도 그가 겉옷을 두르는 일을 잊지 않는 이유는, 예수님을 존중하고 그분을 만나 뵙는 데 마땅한 준비를 갖추기 위함입니다.

 

우리가 주님을 알아 뵙고 그분께 나아가는 데에도 이와 같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신앙으로 참된 권위를 지니도록, 우리와 함께하시는 주님께 나아가고자 겸손과 존경의 마음을 준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