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신부님들의 강론

~ 부활 제 3주간 화요일 / 조재형 신부님 ~

천상의모후(=수호천사) 2025. 5. 6. 06:50


제1독서
<주 예수님, 제 영을 받아 주십시오.>
▥ 사도행전의 말씀입니다.7,51─8,1ㄱ
그 무렵 스테파노가 백성과 원로들과 율법 학자들에게 말하였다.
51 “목이 뻣뻣하고 마음과 귀에 할례를 받지 못한 사람들이여,
여러분은 줄곧 성령을 거역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여러분의 조상들과 똑같습니다.
52 예언자들 가운데 여러분의 조상들이 박해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그들은 의로우신 분께서 오시리라고 예고한 이들을 죽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여러분은 그 의로우신 분을 배신하고 죽였습니다.
53 여러분은 천사들의 지시에 따라 율법을 받고도 그것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54 그들은 이 말을 듣고 마음에 화가 치밀어 스테파노에게 이를 갈았다.
55 그러나 스테파노는 성령이 충만하였다.
그가 하늘을 유심히 바라보니,
하느님의 영광과 하느님 오른쪽에 서 계신 예수님이 보였다.
56 그래서 그는 “보십시오, 하늘이 열려 있고 사람의 아들이
하느님 오른쪽에 서 계신 것이 보입니다.” 하고 말하였다.
57 그들은 큰 소리를 지르며 귀를 막았다.
그리고 일제히 스테파노에게 달려들어,
58 그를 성 밖으로 몰아내고서는 그에게 돌을 던졌다.
그 증인들은 겉옷을 벗어 사울이라는 젊은이의 발 앞에 두었다.
59 사람들이 돌을 던질 때에 스테파노는,
“주 예수님, 제 영을 받아 주십시오.” 하고 기도하였다.
60 그리고 무릎을 꿇고 큰 소리로,
“주님,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돌리지 마십시오.” 하고 외쳤다.
스테파노는 이 말을 하고 잠들었다.
8,1 사울은 스테파노를 죽이는 일에 찬동하고 있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하늘에서 너희에게 참된 빵을 내려 주시는 분은 모세가 아니라 내 아버지시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6,30-35
그때에 군중이 예수님께 30물었다. “그러면 무슨 표징을 일으키시어
저희가 보고 선생님을 믿게 하시겠습니까? 무슨 일을 하시렵니까?
31 ‘그분께서는 하늘에서 그들에게 빵을 내리시어 먹게 하셨다.’는 성경 말씀대로,
우리 조상들은 광야에서 만나를 먹었습니다.”
32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하늘에서 너희에게 빵을 내려 준 이는 모세가 아니다.
하늘에서 너희에게 참된 빵을 내려 주시는 분은 내 아버지시다.
33 하느님의 빵은 하늘에서 내려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빵이다.”
34 그들이 예수님께, “선생님, 그 빵을 늘 저희에게 주십시오.” 하자,
35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 독서에서는 초대 교회 첫 순교자인 스테파노 부제가 순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그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외칩니다. “보십시오하늘이 열려 있고 사람의 아들이 하느님의 오른쪽에 서 계신 것이 보입니다.” 그리고 돌에 맞아 죽으면서도 이렇게 기도합니다.


주 예수님제 영을 받아 주십시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님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돌리지 마십시오.” 이 얼마나 강력한 믿음입니까스테파노는 육신은 돌에 맞아 쓰러졌지만그의 영혼은 이미 하늘의 생명으로 살아 있었습니다그는 단지 죽은 것이 아니라하늘나라로 건너간 첫 순교자였습니다


이 장면을 묵상하다 보면자연스럽게 우리 시대의 스테파노 같은 사람들곧 자기 목숨을 다 바쳐 복음을 전했던 사람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저는 그중 한 분으로최근 선종하신 드봉 주교님을 떠올립니다그분은 프랑스에서 태어났습니다그리고 1954한창 가난하고 전쟁의 상처가 깊던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그로부터 71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으시고바로 이 땅에서 하느님을 사랑하고사람들을 돌보며 살아가셨습니다


그리고 결국 이 땅에서 선종하셨습니다무엇이 그분을 그렇게 만들었을까요낯선 언어낯선 문화낯선 음식을 넘어왜 그는 이곳을 자기 고향처럼 여기며 살았을까요그 이유는 단 하나바로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과 열정” 때문입니다


드봉 주교님의 삶은 생명의 빵인 예수님을 만난 사람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줍니다그분은 한국 땅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한국 땅에 있는 사람들을 사랑했습니다그리고 그 사랑의 뿌리는인간적인 호감이 아니라하느님 사랑에 대한 응답이었습니다


프랑스의 안락함을 떠나 이 땅의 가난과 함께 살았던 삶그 삶은 단지 선교의 삶이 아니라복음의 증거였습니다. 71년간 한국에서 살다자신의 모든 것을 이 땅에 남기고 선종하셨습니다그분도 말없이 이렇게 고백하셨을 겁니다. “주 예수님제 영을 받아 주십시오.” “이 땅의 백성들을 용서하시고사랑으로 감싸 주십시오.”
 
드봉 주교님의 인생을 표현하자면그분은 경계를 넘은 사람이었습니다국경의 경계언어의 경계문화의 경계심지어 죽음의 경계까지도 넘은 사람입니다왜냐하면 믿음은 경계를 초월하기 때문입니다우리는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이 나이에는 새로운 일을 못 해요.” “나는 이제 변화하기에는 너무 늦었어요.” 하지만드봉 주교님의 삶은 이렇게 말합니다. “믿음이 있다면그 어떤 경계도 넘어설 수 있다.” 우리도 언젠가 이 땅을 떠나 영원한 고향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입니다그렇다면이 땅에서의 삶을 무엇으로 채우고 계십니까예수님은 오늘 우리에게 다시 묻습니다.


너는 무엇으로 배를 채우고 있는가세상의 양식이냐아니면 생명의 빵이냐?” 드봉 주교님은 생명의 빵으로 살아가신 분이셨습니다스테파노는 성전 바깥에서 돌에 맞아 죽었습니다드봉 주교님도 고향 프랑스가 아니라이국의 땅낯선 언어낯선 문화 속에서 자기 생애를 기꺼이 내어놓은 순교적인 삶을 사셨습니다.
 
순교는 반드시 피 흘림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매일매일 내 뜻을 버리고내 안일함을 내려놓고타인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삶도 하루하루의 순교입니다스테파노는 목숨을 내어놓았고드봉 주교님은 자기의 삶 전체를 내어놓았습니다


그분은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것이 자신이 받은 생명의 빵을 나누는 길임을 믿었기에 프랑스를 떠나 한국으로 오셨습니다그리고 이곳에서 자신의 영적 고향을 만들었습니다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절대로 배고프지 않을 것이다.” 스테파노 부제는 그 빵을 먹었기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드봉 주교님도 그 빵을 먹었기에 생애 전체를 타인을 위한 나눔으로 살 수 있었습니다이제 우리 차례입니다우리도 그 생명의 빵을 받았고이제는 누군가에게 나누어 주어야 할 때입니다.


나는 어떤 빵을 먹고 있는가?” “나는 생명의 빵을 누구와 나누고 있는가?” “나는 순교자처럼 오늘 하루를 살고 있는가?” 오늘 하루스테파노 부제의 믿음과 드봉 주교님의 순명 안에 살아 있었던 영원한 생명의 열정을 마음에 새기면 좋겠습니다그리고 이렇게 고백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주 예수님제 영을 받아 주십시오이 하루를 주님께 온전히 봉헌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조재형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