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신부님들의 강론

~ 부활 제 3주간 목요일 / 조재형 신부님 ~

천상의모후(=수호천사) 2025. 5. 8. 04:55

 

제1독서

<여기에 물이 있습니다. 내가 세례를 받는 데에 무슨 장애가 있겠습니까?>
▥ 사도행전의 말씀입니다.8,26-40
그 무렵 26 주님의 천사가 필리포스에게 말하였다.
“일어나 예루살렘에서 가자로 내려가는 길을 따라 남쪽으로 가거라.
그것은 외딴길이다.”
27 필리포스는 일어나 길을 가다가 에티오피아 사람 하나를 만났다.
그는 에티오피아 여왕 칸다케의 내시로서,
그 여왕의 모든 재정을 관리하는 고관이었다.
그는 하느님께 경배하러 예루살렘에 왔다가 28 돌아가면서,
자기 수레에 앉아 이사야 예언서를 읽고 있었다.
29 그때에 성령께서 필리포스에게,
“가서 저 수레에 바싹 다가서라.” 하고 이르셨다.
30 필리포스가 달려가 그 사람이 이사야 예언서를 읽는 것을 듣고서,
“지금 읽으시는 것을 알아듣습니까?” 하고 물었다.
31 그러자 그는 “누가 나를 이끌어 주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알아들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서,
필리포스에게 올라와 자기 곁에 앉으라고 청하였다.
32 그가 읽던 성경 구절은 이러하였다. “그는 양처럼 도살장으로 끌려갔다.
털 깎는 사람 앞에 잠자코 서 있는 어린양처럼 자기 입을 열지 않았다.
33 그는 굴욕 속에 권리를 박탈당하였다.
그의 생명이 이 세상에서 제거되어 버렸으니 누가 그의 후손을 이야기하랴?”
34 내시가 필리포스에게 물었다. “청컨대 대답해 주십시오.
이것은 예언자가 누구를 두고 하는 말입니까?
자기 자신입니까, 아니면 다른 사람입니까?”
35 필리포스는 입을 열어 이 성경 말씀에서 시작하여
예수님에 관한 복음을 그에게 전하였다.
36 이렇게 그들이 길을 가다가 물이 있는 곳에 이르자 내시가 말하였다.
“여기에 물이 있습니다.
내가 세례를 받는 데에 무슨 장애가 있겠습니까?”
(37)·38 그러고 나서 수레를 세우라고 명령하였다.
필리포스와 내시, 두 사람은 물로 내려갔다.
그리고 필리포스가 내시에게 세례를 주었다.
39 그들이 물에서 올라오자 주님의 성령께서 필리포스를 잡아채듯 데려가셨다.
그래서 내시는 그를 더 이상 보지 못하였지만 기뻐하며 제 갈 길을 갔다.
40 필리포스는 아스돗에 나타나,
카이사리아에 이르기까지 모든 고을을 두루 다니며 복음을 전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6,44-51
그때에 예수님께서 군중에게 말씀하셨다.
44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 이끌어 주지 않으시면 아무도 나에게 올 수 없다.
그리고 나에게 오는 사람은 내가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릴 것이다.
45 ‘그들은 모두 하느님께 가르침을 받을 것이다.’라고 예언서들에 기록되어 있다.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배운 사람은 누구나 나에게 온다.
46 그렇다고 하느님에게서 온 이 말고 누가 아버지를 보았다는 말은 아니다.
하느님에게서 온 이만 아버지를 보았다.
47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믿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
48 나는 생명의 빵이다.
49 너희 조상들은 광야에서 만나를 먹고도 죽었다.
50 그러나 이 빵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으로,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죽지 않는다.
51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찬미예수님

 

지난 부활 성야 미사 중에 세례식이 있었습니다. 6개월 동안 교리를 배우고찰고를 마친 형제자매님들이 하느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난 그 순간은 은총의 시간이었습니다어떤 형제님은 “30년 동안 아내가 기도해 주었어요이제 아내와 함께 성당에 나올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라고 고백했습니다

 

또 다른 형제님은 교회에 다녔는데교회에서는 묵주기도가 없었다고 합니다. “이제는 묵주기도를 배워서 매일 바치겠습니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외국에서 군 복무를 오래 했던 형제님은 전역 후 아내와 함께 가톨릭 신앙 안에 머물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민 온 지 1년 된 자매님은 외롭고 힘들었는데 성당에서 따뜻하게 맞이해주고교리를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하였습니다이분들 모두의 얼굴에 공통으로 떠오른 표정은 기쁨이었습니다그리고 이 기쁨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바로 복음이 주는 기쁨입니다

 

오늘 독서에 나오는 에티오피아 내시도 말씀을 이해하려 애쓰던 중필립보를 통해 복음을 듣고에티오피아 내시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보시오물이 있습니다제가 세례를 받는 데에 무슨 거침이 있겠습니까?” 세례를 받은 후 그는 기뻐하며 길을 떠났습니다.

 

하느님을 만난 사람복음을 마음에 받아들인 사람은 그 삶이 변화하고기쁨의 사람이 됩니다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복음의 기쁨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복음의 기쁨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사람의 마음과 삶을 가득 채웁니다.” 교황님은 복음을 전하는 일곧 선교가 무거운 의무가 아니라 기쁨의 넘침이라고 하였습니다

 

세례는 바로 그 기쁨의 출발입니다세례를 통해 우리는 그리스도와 하나 되고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그리고 그 삶은 단지 주일 미사에 나오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우리 안의 기쁨이 밖으로 흐르는 삶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새롭게 태어남은 정체성의 혁신을 뜻합니다빅터 프랭클은 삶은 의미를 찾을 때 비로소 살아있다라고 했습니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에서 죄책감에 사로잡힌 주인공은 사랑의 감동을 통해 새 삶을 시작하게 됩니다복음 안에서의 기쁨은 세상의 쾌락과는 다릅니다이 기쁨은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고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기쁨입니다이 기쁨이 있기에 교황님은 말합니다. “우리는 복음을 전하는 사람으로기쁨의 전달자로 살아야 합니다.”

 

그리스도를 만난 사람은자연스럽게 그 기쁨을 자기 안에서 간직할 수 없습니다전하고 싶고나누고 싶고함께하고 싶어지는 것입니다그래서 교황님은 복음을 전하는 일을 기쁨의 전달이라고 표현하십니다이것은 단지 교리적인 선언이 아닙니다우리 삶의 경험이기도 합니다

 

이민 와서 외롭고 낯설었던 자매님이 성당 공동체를 통해 따뜻함을 느끼고 살아갈 힘을 얻었다라고 하던 모습에서 그 기쁨을 보았습니다묵주기도를 배우겠다고 하신 분은 기도의 기쁨을 찾아가고 있었습니다그리고 30년을 기다린 아내의 기도 속에서기쁨은 인내를 타고 오는 것임을 보았습니다세례는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우리도 에티오피아 내시처럼 기뻐하며” 길을 떠나야 합니다그 길은 기쁨을 나누는 선교의 길이고묵주기도로 하느님과 깊이 연결되는 내면의 길이며사랑으로 가득한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가는 삶의 길입니다세례는 우리를 변화시킵니다그리고 그 변화는복음의 기쁨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씨앗이 됩니다부활의 기쁨이 우리의 삶 안에서 충만해지면 좋겠습니다

 

우리 공동체 안의 세례자들을 통해 우리 자신도 새롭게 태어났던 그때를 기억하면 좋겠습니다그리고 질문해 봅니다. “나는 지금도 그 기쁨 안에 살고 있는가나는 내 기쁨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있는가?” 에티오피아 내시처럼우리도 다시 복음의 기쁨으로기뻐하며 길을 떠나면 좋겠습니다그 길은 사랑의 길이고믿음의 여정이며하느님과 함께 걷는 부활의 길입니다.

 

당신의 죽음으로 저희 죽음을 없애시고 당신의 부활로 저희 생명을 되찾아 주셨나이다그러므로 부활의 기쁨에 넘쳐 온 세상이 환호하며 하늘의 온갖 천사들도 주님의 영광을 끝없이 찬미하나이다그리스도 모든 사람을 위하여 돌아가셨네살아 있는 우리가 이제는 자신을 위하여 살지 않고우리를 위하여 돌아가셨다가 부활하신 분을 위하여 살게 하셨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