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활 제 5주일 / 김동희 신부님 ~
부활 제5주일. 김동희 모세 신부님.
오늘 복음의 핵심은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라는 ‘새 계명’에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이 계명을 당신 공생활 초기에 주시지 않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구원의 길에서 만난 이들에게 ‘사랑의 계명’에 앞서 ‘사랑’을 먼저 건네셨습니다. 계명은 구원하시는 사랑에 뒤이어 주어집니다.
그런데 이것은 정말 새 계명일까요?
“서로 사랑하여라.”라는 말씀은, 이미 구약의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레위 19,18)라는 말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 말씀이 새로운 계명이 되는 까닭은, 예수님께서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을 덧붙이셨기 때문입니다.
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늦게야 이 말씀을 하셨을까요? 사랑은 단순한 계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명령한다고 해서 지켜질 수 있는 의무가 아닙니다.
사랑은 우리가 받은 사랑으로 말미암아 솟구치고 흘러넘치는 구원받은 존재의 숨결입니다.
주님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 와서 세례를 받고 교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면서 그분의 사랑을 만났습니다.
부모님과 가족들, 많은 선생님, 삶의 여러 길목에서 나를 격려하며 일으켜 주었던 고마운 은인들에게서 받은 수많은 사랑에 먼저 눈떠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모두를 기억의 창고에 저장하여 흘러넘치게 합시다. 신앙인으로 잘 살려면 잘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특히, 사랑받았음을 잊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성모님처럼 두고두고 간직하며 마음 깊이 간직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