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신부님들의 강론

~ 연중 제 11주간 화요일 / 송영진 신부님 ~

천상의모후(=수호천사) 2025. 6. 17. 04:59
<연중 제11주간 화요일 강론>(2025. 6. 17. 화)(마태 5,43-48)


복음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5,43-48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43 “‘네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
그리고 네 원수는 미워해야 한다.’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44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45 그래야 너희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자녀가 될 수 있다.
그분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 주신다.
46 사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그것은 세리들도 하지 않느냐?
47 그리고 너희가 자기 형제들에게만 인사한다면,
너희가 남보다 잘하는 것이 무엇이겠느냐?
그런 것은 다른 민족 사람들도 하지 않느냐?
48 그러므로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원수는 없습니다. 이웃만 있을 뿐입니다.』

1) “네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 라는 율법은 레위기 19장 18절에 있는데, “네 원수는 미워해야 한다.” 라는 율법은 구약성경에 없습니다. 이 말은 아마도 유대인들의 일반적인 사고방식을 가리키는 말일 것입니다.

<원래는 이방 민족들의 우상숭배를 배척하라는 말이었을 텐데, 세월이 흐르면서 본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이방인들을 무조건 미워해야 한다는 말로 변질되었을 것입니다.>

구약성경에 원수를 사랑하라는 율법은 없어도, 원수가 곤경에 처했을 때 도와주라는 율법은 있습니다.



“길을 잃고 헤매는 너희 원수의 소나 나귀와 마주칠 경우, 너희는 그것을 임자에게 데려다 주어야 한다. 너희를 미워하는 자의 나귀가 짐에 눌려 쓰러져 있는 것을 보았을 경우, 내버려 두지 말고 그와 함께 나귀를 일으켜 주어야 한다(탈출 23,4-5).”


또 이방인을 사랑해야 한다는 율법도 있습니다.
“주 너희 하느님은 신들의 신이시고 주님들의 주님이시며, 사람을 차별 대우하지 않으시고 뇌물도 받지 않으시는, 위대하고 힘세며 경외로우신 하느님이시다. 또한 그분은 고아와 과부의 권리를 되찾아 주시고, 이방인을 사랑하시어 그에게 음식과 옷을 주시는 분이시다. 너희는 이방인을 사랑해야 한다. 너희도 이집트 땅에서 이방인이었기 때문이다(신명 10,17-19).”


하느님은 이스라엘 민족만의 하느님이 아니라 ‘모든 민족’의 하느님이십니다(창세 17,4-6). 그렇기 때문에 하느님은 유대인들만 사랑하시는 분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사랑하시는 분입니다. 그 하느님을 하느님으로 믿고 주님으로 섬기는 신앙인이라면, 당연히 ‘모든 사람’을 사랑해야 합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계명은 전에 없었던 계명을 예수님께서 새로 만드신 것이 아니라, “하느님은 모든 사람의 하느님이시고, 모든 사람을 사랑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다시 깨우쳐 주신 것입니다.

<우상숭배는 미워해야 하지만, 우상숭배자들을 미워하면 안 됩니다. 그 경우에 그들에 대한 ‘사랑’은, 우상숭배의 어리석음을 깨우쳐 주고, 회개시켜서, 올바른 신앙의 길로 인도하는 것으로 이루어집니다.>

2)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는, “너희는 ‘원수 같은 사람도’ 사랑하여라.”이고, 사실상 “너희는 모든 사람을 똑같이 사랑하여라.”입니다. 하느님 안에서 ‘원수’는 없습니다. 이웃만 있을 뿐입니다. ‘원수’는 내가 내 마음대로 원수라고 규정한 이웃이고 형제입니다.

그런데 “사랑이라는 것이 명령한다고 될까?” 라고 물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여기서 말씀하시는 사랑은, 좋아하는 감정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신앙인으로서 당연히 쌓아야 하는 ‘성덕’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원수를 사랑하여라.”는 “원수를 좋아하여라.”가 아닙니다.>

3)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는,

“너희는 박해자들의 회개와 구원을 위해서 기도하여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박해자들을 용서해 달라는 기도를 바치심으로써 박해자들을 위한 기도의 모범을 보이셨습니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루카 23,34).”


스테파노 순교자도 예수님을 본받아서 박해자들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주님,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돌리지 마십시오(사도 7,60).” <박해자들의 회개와 구원을 위해서 기도하는 것도 원수 같은 사람들을 사랑하는 일에 포함됩니다.>

4) “그래야 너희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자녀가 될 수 있다.” 라는 말씀은,

“원수 같은 사람도 사랑해야 너희가 구원받을 수 있다.” 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아버지의 자녀가 되다.’는 ‘아버지의 집에 들어가서 아버지와 함께 살다.’이고, 구원받는 것을 뜻하는 말입니다.


“그분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 주신다.”는,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을 똑같이 사랑하신다.”입니다.

46절-47절의 말씀은, ‘편 가르기’도 하지 말고, 울타리도 치지 말라는 뜻입니다.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죄인들이나 하는 짓, 즉 죄를 짓는 일이라는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입니다.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하느님의 사랑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입니다. 원수 같은 사람도 사랑하는 것이 완전한 사랑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송영진 신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