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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영성이야기

- 천국 음삭을 나누는 공동체 -

천국, 음식을 나누는 공동체 

   
   성경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가올 미래는 새로운 낙원, 곧
천국을 말한다.  그러면  미래의 천국을  어떻게 알아들을 수 있
을까? 중세의 스콜라 신학은 단순한 방법으로 설명한다.


   이미 알고 있듯  성경에서 하느님 나라는 잔치에서 식사를 하
는 것에 비유된다.  복음서에  잔치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천국에서는  인간의 몸을 위해  많은 영양
분이 첨가된 음식은  필요하지 않다.  우리는  영적 음식에서 필
요한 영양을 취해야 한다.  이 음식을 중세 스콜라 신학은 '진리
에 대한 인식'이라고 말하며  이 음식이  우리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온다고 했다.


   중세 스콜라 신학의 설명이  바른 것이지만  어딘지 한쪽으로
치우친 설명인 듯싶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잔치에 가는 이유
는 무엇일까? 단순히 음식을 먹으러 가는 것일까? 우리나라 사
람들은 음식을 나누면서 정을 나눈다.  무언가를  나눌 때  따뜻
한 사귐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백일 - 돌 -
이사 - 책거리를 할 때  떡이나  팥죽 같은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는다.


   사람들은 음식을 먹기 위해서만 잔칫집에 가지 않는다.  잔치
에 가는 것은 바로 사람 때문이다.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잔치
에 간다.  한동안 만나지 못한  부모 - 친지 - 친구들은  서로 음
식을 나누며 오랜만에 소식을 주고받는다.


   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 - 추석 때 사람들은 귀성인파를 헤쳐
가면서  온갖  선물 보따리를 안고  부모와  식구를 만나러 고향
에 간다.  부모님은  음식을 만들어  함께 나누며,  헤어질 때 이
것저것 챙겨 보낸다.

   내가 신학생이었을 때 본당에  신학생들이  십여 년간 없었던
적이 있다. 그러다 주교님이 된 동창과 함께 신학생이 되자 3년
사이에 6명으로 늘어나더니 지금까지 25년 넘게 신학생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대전교구  구합덕 본당에서  백 명이 넘는 사제
가 배출되었고,  수도자는 수없이 많다.  신학생이  많아지는 데
는 본당에서 신학생을 위한 방이 마련되어  함께 공동생활을 한
것이 주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잘 알고 있는  수도회에  비슷한 세대의  젊은이가 9명이나 입
회했는데 그들의 성소 동기가 재미있다.  그들은 H본당 출신 수
도자로,  어려서부터 한 동네에서 아래윗집 또는 윗동네 아랫동
네에서 함께 어울려 살았다.  그런데   바로 아랫집에  늦동이가
태어나 그 집뿐 아니라 온 동네가 아이로 인해 활기를 찾았다.

 

 


   하루는  언니들이 부뚜막에 있는 기름으로  적을 부쳐 먹었다.
적이  잘 부쳐지지 않아 이상하게 여겼지만  처음이라 그러려니
하고 부쳐서 아기와 함께  나누어 먹었다.  그런데  문제는 다음
날 일어났다.  파리들이  날아다니자  어머니가  부뚜막 있던 기
름병을 부엌 구석구석 뿌리는 것이 아닌가?  어제 부쳐 먹은 기
름은  파리약이었다.  그래서  곧바로  아기한테 무슨 일이 생겼
나 걱정이 되어 가 보았는데, 다행히 아무 일 없이  무탈하게 잘
놀고 있었단다. 지금은 그날 있었던 이야기를  재밌게 나누면서
수도 생활을  잘하고 있다.  파리약을 먹은  늦둥이도 같은 수도
회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음식을 나누면서 정이 든다는 말처럼  우리의 전통 혼례는 서
양 사람들의 혼인 잔치와 달리  며칠 동안 계속된다.  이 기간에
신랑과 신부 식구들이  서로 만나  사귐의 시간을 갖는다.  이같
이 우리나라에서 성소자가 늘어나고,  식구와 친지들이  화목해
지는 데는  함께 먹고 자고 어울리는  잔치 문화 같은  생활방식
이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기도, 영혼이 다시 태어나는 순간
곽승룡 지음
P바오로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