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민수 21,4ㄴ-9 4 길을 가는 동안에 백성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5 그래서 백성은 하느님과 모세에게 불평하였다. “당신들은 어쩌자고 우리를 이집트에서 올라오게 하여, 이 광야에서 죽게 하시오? 양식도 없고 물도 없소. 이 보잘것없는 양식은 이제 진저리가 나오.” 6 그러자 주님께서 백성에게 불 뱀들을 보내셨다. 그것들이 백성을 물어, 많은 이스라엘 백성이 죽었다. 7 백성이 모세에게 와서 간청하였다. “우리가 주님과 당신께 불평하여 죄를 지었습니다. 이 뱀을 우리에게서 치워 주시도록 주님께 기도해 주십시오.” 그래서 모세가 백성을 위하여 기도하였다. 8 그러자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불 뱀을 만들어 기둥 위에 달아 놓아라. 물린 자는 누구든지 그것을 보면 살게 될 것이다.” 9 그리하여 모세는 구리 뱀을 만들어 그것을 기둥 위에 달아 놓았다. 뱀이 사람을 물었을 때, 그 사람이 구리 뱀을 쳐다보면 살아났다.
복음 요한 3,13-17 그때에 예수님께서 니코데모에게 말씀하셨다. 13 “하늘에서 내려온 이, 곧 사람의 아들 말고는 하늘로 올라간 이가 없다. 14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들어 올린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 15 믿는 사람은 누구나 사람의 아들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16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17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 
어떤 자매님의 부모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잘 생기고, 집안 좋은 것 다 필요 없더라. 그저 성실하고 근면한 것이 최고야.”
어느 날 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렇게 잘 생긴 얼굴도 아니고 집안 형편도 그리 좋지 않았지만 누구보다도 성실하고 근면한 것 같았습니다. 부모님의 말씀을 떠올리면서 성실하고 근면한 이 정도의 남자라면 평생 함께 할 수 있을 것만 같아서 결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결혼 후에 자주 후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성실함은 사실 무능한 탓이고, 근면함은 소심함 때문인 것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오히려 가장 큰 단점으로 바뀐 것이지요.
단순히 성실하고 근면하면 최고라고 생각했지만, 이것이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데 최고의 덕목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데 최고의 덕목은 과연 무엇일까요? 어떤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랑입니다. 이 사랑이 없다면 다른 어떤 것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행복한 순간을 만들어 갈 수가 없습니다.
실체와 허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우리가 아닐까요? 세상의 것들, 물질적인 것들이 진정으로 필요한 실체라고 생각하지만, 어느 순간에 이 모든 것들이 실체가 아닌 허상임을 깨닫게 됩니다. 단적인 예로 돈을 생각해보십시오. 딱 1억만 있으면 행복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 1억이 채워지면 10억이 있어야 할 것만 같습니다. 또 10억이 채워지면 100억 원이 있어야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 돈이 행복하게 살게 하는 실체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허상일 뿐이었습니다.
우리 신앙인들에게 참 실체는 오직 십자가뿐입니다. 주님께서 직접 십자가를 지셨고, 이 십자가에서 죽음도 당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에게 이 십자가를 짊어지고 당신을 따라오라고 하십니다. 세상의 것과 물질적인 것들이 구원을 위해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허상에 불과하다면, 우리 구원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십자가는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실체입니다.
오늘 십자가 현양 축일을 맞이하면서,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실체일 수밖에 없는 나의 십자가를 묵상해야 하겠습니다. 십자가는 구원의 커다란 영광을 가져다주는 유일한 실체이지만, 그냥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즉, 십자가의 영광은 주님께서 직접 보여주셨듯이 십자가의 고통 없이는 얻을 수 없습니다.
주님께 대한 굳은 믿음을 가지고 나의 십자가를 기쁘게 짊어질 수 있어야 합니다. 구원은 십자가를 통해서만 이루어집니다.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지만 한편 그것을 이겨내는 일로도 가득 차 있다(헬렌 켈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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