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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스테파노) 신부 말씀강

~ 백색 순교자들이어야 할 수도자들 / 양승국 신부님 ~

백색 순교자들이어야 할 수도자들


2017-09-17 (한국 순교 성인 대축일)

 

 

휴가차 관구관에 들르는 해외 선교사 형제들의 체험담을 들을 때 마다, 동료 수도자로서 큰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도 경제가 열악하다보니 시장에 가봐도 별로 살만한 식재료가 눈에 띄지 않는답니다. 아프리카! 라니, 과일은 풍부하겠거니 생각하지만, 신선한 과일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현지인들과 똑같이 먹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정말 힘들답니다. 사시사철 주구장창 옥수수죽이나 옥수수 부침개에다 비틀어진 과일, 안심하고 섭취하기가 꺼려지는 정체 불명의 요리들만 접하다보니, 얼큰한 육개장 한그릇, 닭다리 한조각이 그리도 그립더랍니다.

 

 

오랜 내전이 심화될때는 당장 내일을 기약할 수가 없습니다. 한번은 수도원 담 바로 너머로 총알이 핑핑 날아다니며 국지전이 벌어지니, 고맙게도 현지 한국 대사관에서 전용비행기를 보내주며 타라고 하더랍니다. 그러나 공동체에 남아있는 청소년들, 동료 수도자들 생각하니 차마 그 비행기를 탈수 없었다고 합니다.

 

 

수도생활의 연륜이 쌓여지면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수도생활의 뿌리에는 순교영성, 순교정신이 자리잡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순교자들은 어떤 사람입니까? 순교자들은 인간의 위대함을 자신의 삶을 통해 만천하에 드러낸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부족한 인간 존재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고스란히 모방하려는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승이자 이정표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하나뿐인 목숨을 아낌없이 바친 사람, 주님을 위해서라면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았던 사람, 스승님을 위해서라면 이 한목숨 아깝지 않았던 사람들이 바로 순교자들이었습니다.

 

 

수도자들은 어느 순간 하느님 앞에 서원(誓願)을 발합니다. 그 순간 수도자는 하느님과 동료 수도자들, 세상 사람들 앞에 엄숙히 서약합니다. 이제부터는 더 이상 내뜻을 고집하지 않겠다, 오로지 주님의 뜻을 따르겠다고 약속합니다. 또한 수도자는 이 세상의 좋은 것들, 세상의 영예, 부귀영화, 재산, 물좋은 자리,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마저도 포기하겠다, 오로지 주님만을 최우선적 가치로 선택하겠다고 약속합니다.

 

 

따지고 보니 저희 수도자들의 서원은 한 마디로 요약해서 이 세상에서 죽겠다, 다시 말해서 순교의 삶을 살겠다는 약속과 다를바가 없는 것 같습니다. 곰곰히 돌아보니 그 어떤 포기도 제대로 하는 것이 없는 제 수도생활이 너무 부끄러워지는군요.

 

 

수도자들은 구체적인 삶을 통해 순교가 무엇인지 세상 사람들 앞에 보여줘야 할 사람들입니다. 수도자들은 매일의 일거수일투족을 통해 이 세상에 죽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 부활하는 삶을 살아내야할 증거자요 순교자들이어야 합니다. 수도자들은 아무 것도 지니지 않고 살아도, 그럴듯한 명함이나 자리 하나 없어도, 주님 만으로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음을 드러내고 선포해야 할 사람들입니다.



- 살레시오 수도회 : 양승국(스테파노)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