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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신부들의 말씀

~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 / 송영진 신부 ~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 강론> (2026. 3. 19. 목)(마태 1,16.18-21.24ㄱ)


복음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하였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16.18-21.24ㄱ
16 야곱은 마리아의 남편 요셉을 낳았는데,
마리아에게서 그리스도라고 불리는 예수님께서 태어나셨다.
18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렇게 탄생하셨다.
그분의 어머니 마리아가 요셉과 약혼하였는데,
그들이 같이 살기 전에 마리아가 성령으로 말미암아 잉태한 사실이 드러났다.
19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므로,
남모르게 마리아와 파혼하기로 작정하였다.
20 요셉이 그렇게 하기로 생각을 굳혔을 때,
꿈에 주님의 천사가 나타나 말하였다.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그 몸에 잉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21 마리아가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
그분께서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것이다.”
24 잠에서 깨어난 요셉은 주님의 천사가 명령한 대로 하였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의 복음강론
 

“꿈에 주님의 천사가 나타나 말하였다.”

1) 복음서에 기록되어 있는 요셉의 이야기들에서 두드러지게 눈에 뜨이는 것은, ‘천사의 나타남’입니다(마태 2,13.19-20).

요셉에게 나타난 천사는 요셉의 수호천사, 또는 성가정의 수호천사였을 텐데, 천사가 나타나서 요셉이 해야 할 일을 미리 알려 준 것은, ‘하느님의 특별한 보호’를 나타냅니다.


하느님께서는 요셉에게 아기 예수님과 마리아를 보호하라는 임무를 맡기고 내버려두신 것이 아니라, 그가 그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직접 도와주신 것입니다. 그리고 ‘천사의 나타남’은 요셉도 마리아처럼 ‘하느님과 함께 사는’ 신앙인이었음을 나타내는 일이기도 합니다.


요셉이 천사를 천사로 바로 알아본 것도, 또 천사의 지시를 믿고 그 지시에 그대로 순종한 것도, 평소에 늘 하느님과 함께 사는 신앙인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하느님에게서 떨어져 사는 사람이라면, 천사가 나타나도 천사라는 것을 알아보지 못하고, 천사의 말을 믿지 못합니다. 그런 사람은 천사가 나타난 일 자체를 부정합니다.>


사실 하느님께서는 마리아를 선택하실 때, 그냥 마리아가 아니라, “다윗 집안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 마리아”를 선택하셨습니다(루카 1,27). 이 말은, 하느님께서 ‘마리아만’ 선택하신 것이 아니라, 요셉도 함께 선택하셨음을 뜻합니다. 하느님께서 요셉을 선택하신 것은 그만한 자격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2) 복음서에 기록되어 있는 요셉의 이야기들은, 요셉 자신만 알고 있는, 그 혼자만의 체험을 기록한 이야기들입니다.

복음서 저자는 그 일들을 어떻게 알고 복음서에 기록했을까? 요셉 자신이 직접 마리아에게 증언했을 것이고, 나중에 마리아가 약간의 보충 설명을 덧붙여서 사도들에게 전해 주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요셉의 이야기들은, 누가 옆에서 보고 객관적으로 기록한 이야기가 아니라, 요셉 자신이 자기가 체험한 일들을 주관적으로 증언한 것을 기록한 이야기입니다.
<복음서에는 3인칭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요셉 자신의 말로, 즉 1인칭으로 바꿔서 읽으면, 더욱 생생하게 당시 상황을 묵상할 수 있습니다.>


‘천사의 나타남’은 기록되어 있는 대로 천사가 나타난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요셉이 어떤 환시 체험이나 특별한 계시 체험을 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집트로 피신하는 과정에서의 일은, 마음 착한 누군가가 요셉과 성가정을 도와준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천사가 사람에게 나타날 때에는 대부분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나는데, 가끔 ‘사람을 통해서’ 나타나기도 합니다.

3) 요셉의 이야기들을 겉으로만 보면, 요셉이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가 천사의 지시를 받은 다음에야 행동한 것으로,

즉 요셉을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사람으로 생각하기가 쉬운데, 전후 상황을 잘 생각해 보면, 요셉이 먼저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천사가 그를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해 준 것으로 생각됩니다.


원래 수호천사는 인간에게 일을 시키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이 하는 일을 도와주는 존재입니다. 따라서 아무것도 안 하면 천사의 도움을 받지 못합니다. 어떻게든, 무엇이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노력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천사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4) 19절의 ‘의로운 사람’이라는 말은, 여기서는 ‘자비로운 사람’으로 해석됩니다.

이 말에서 예수님의 다음 말씀이 연상됩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너희가 알았더라면, 죄 없는 이들을 단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마태 12,7).” ‘법’보다 ‘자비’가 위에 있습니다.


요셉은 마리아를 믿었고, 마리아의 ‘죄 없음’을 믿었습니다. 그래서 ‘법’이 아니라 ‘자비’를 선택했습니다. 남모르게 파혼하려고 한 것은, 마리아를 버리려고 한 일이 아니라 ‘지키려고’ 한 일입니다.


‘남모르게’ 파혼하면, 파혼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아기의 아버지는 요셉’이라고 생각할 것이고, 그러면 마리아와 아기 예수님이 안전해집니다. 왜 굳이 파혼하려고 했을까? ‘성령 잉태’를 믿었기 때문에, 그래서 ‘아기의 아버지는 하느님’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자기는 뒤로 물러나려고 한 것입니다.


그 시점에서 천사가 나타난 것은, 올바른 방향을 알려 주기 위해서이고, 또 하느님께서 함께 계신다는 것을 보증해 주기 위해서입니다. 어떤 어렵고 힘든 상황을 만나더라도, 하느님께서 함께 계신다는 것을 믿을 수 있다면, 그 믿음을 통해서, 그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  송영진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