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박병규 요한 보스코 신부님
카이사리아 필리피 지방, 목동과 자연, 들판과 산림의 신인 ‘판’의 신전이 서 있던 자리, 제국의 이름이 새겨진 도시. 그곳에서 예수님께서는 물으십니다. “사람의 아들을 누구라고들 하느냐?”(마태 16,13)
사람들은 죽은 이들의 이름을 꺼냅니다. 세례자 요한, 엘리야, 예레미야. 마지막 구원의 시대에 돌아올 것이라 믿었던 예언자들을 이야기합니다.
특히 예레미야의 이름에는 슬픔이 짙게 배어 있습니다. 성전을 향하여 심판을 외치다 거절당한 사람(예레 7,27 참조). 사람들은 예수님을 그렇게 이해합니다. 고통받는 예언자 예레미야와 예수님은 닮았습니다.
예수님께서 또 물으십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마태 16,15) 베드로가 대답합니다.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16,16).
그 말은 용기라기보다, 갑자기 터져 나온 설익은 외침처럼 들립니다. 예수님께서도 그 말이 ‘살과 피’에서 온 것이 아니라고 하십니다.
인간적 계산이나 전통에서 배운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하늘의 계시가 베드로의 입을 통하여 나온 것입니다.
하늘에 계신 완전하신 하느님께서 어설픈 인간의 입을 통하여 말씀하십니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것이다.”(16,18). 이름이 곧 사명이 됩니다.
‘반석’, 단단해 보이는 말이지만 우리는 압니다, 곧 흔들릴 사람의 이름이라는 것을요.
그럼에도 예수님께서는 그 연약함 위에 공동체를 세우십니다. 저승의 세력도 이기지 못할 교회를 세우십니다.
교회는 완벽한 사람 위가 아니라 흔들리면서도 고백하는 사람 위에 세워집니다.
설익고 어설픈 고백이지만 예수님께서는 즐겨 받아들이십니다.
그래서 또 외칠 따름입니다. ‘스승님께서는 그리스도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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