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이영근 아오스딩 신부님.
오늘은 우리나라의 첫 사제요, 한국 사제들의 수호자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순교자 대축일입니다.
김 대건 안드레아 성인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귀중한 선물을 주십니다. 그 어떤 어려움에서도, 오히려 감사하고 기뻐할 수 있는 선물입니다. 그것은 오늘 <복음>에서 말씀하신 “내 이름 때문에”(마태 10,22) 발생됩니다. 곧 성인께서는 살아있을 이유도, 핍박을 받고 고통을 받을 이유도, 죽을 이유도, 오직 “예수님 때문”이었음을 말해줍니다.
성인께서는 하느님을 “임자”라고 부르셨습니다. 성인께서는 ‘임자’를, 오로지 한 분 주인님으로 섬기고, 사랑하셨습니다. 오롯한 한 마음으로 ‘임자에 대한 사랑’ 때문에, 그 모진 핍박과 수난을 받으셨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사랑으로 기뻐하고 감사하셨습니다.
그리고 죽음으로써 그 사랑을 증거 하셨습니다. 이러한 그분의 사랑은 <옥중편지>에서 이렇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관장께서 내가 천주를 사랑하기 때문에 이런 형벌을 당하게 해주시니, 관장께 감사합니다.
그리고 우리 천주님이 이런 은공을 갚고자 당신을 더 높은 관직에 올려주기를 바랍니다.”
성인께서는 “하느님께 대한 사랑” 때문에, 고문을 달게 그리고 기쁘게 받았을 뿐만 아니라 당신을 고문하는 관장에게 감사를 드렸으며, 나아가 오히려 그를 더 높은 관직에 올려달라고까지 기도하셨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사랑입니다.
이 유쾌함, 이 놀라운 사랑! 마치,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오히려 자신을 못 박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셨듯이, 스테파노가 죽어가면서도 자신에게 돌팔매질하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셨듯이, 성인께서는 매질하는 관장에게 오히려 감사를 드렸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더 높은 관직에 올려 지기를 희망하고 기도하기까지 하셨습니다.
이처럼, “순교”란 단지 신앙 때문에 목숨을 잃은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감사하고 기뻐하며 스스로 자신의 전부를 내어놓으면서, 마침내 자신이 믿고 사랑하는 분을 증거 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감사하며 기뻐하는 일! 이것이야말로 그분의 죽음이 ‘순교’임을 드러내는 진정한 표시가 됩니다. 그러니 우리도 성인과 함께 <제2독서>의 말씀대로, "하느님의 영광에 참여하리라는 희망을 자랑으로 여깁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는 환난도 자랑으로 여깁니다."(로마 5,2-3).
그것은 고통 중에도 오로지 하느님께 희망을 두며, 우리의 희망이 아니라 하느님의 희망이 우리에게 이루어지도록 우리 자신을 허용할 때 가능해지는 일일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바로 이렇게 십자가에서 아버지를 증거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예수님의 증거는 단지 십자가에서만 있었던 일회적인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공생활을 통한 일상적인 삶 전부였습니다. 바로 그러한 일상적인 증거의 삶이, 마침내 십자가 위에서 완성되었습니다. 김대건 안드레아의 성인의 삶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제 우리의 “순교” 역시 우리의 삶의 현장과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연속되는 죽음 속에 자리 잡아야 할 일입니다. 곧 일상의 삶 안에서, 나 자신의 뜻에는 스스로 죽고,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순교하는 일입니다.
오늘날, 우리의 현실에서는 비록 목숨 바쳐 순교할 기회는 없을지 모르지만, 자신의 생각과 뜻을 버리고 하느님의 뜻을 향하여 나아가는 일이 바로 ‘순교’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순교”는 믿고 있는 ‘자신’을 증거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믿고 있는 분’을 증거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곧 자신의 죽음으로 예수님의 살아계심을 드러내는 일입니다.
이를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주님의 죽음을 몸으로 경험하고 있지만,
결국 드러나는 것은 예수님의 생명이 우리 몸 안에 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살아 있으면서도 예수님 때문에 죽음에 넘겨집니다.”(2고린 4,10-11). 아멘.
오늘의 말·샘기도(기도나눔터)
“내 이름 때문에~”(마태 10,22)
주님!
제 안에 새겨 두신 당신 이름을 기억하게 하소서.
당신 이름으로 부어 주신 사랑을 기억하게 하소서.
당신 이름에 희망을 두오니, 당신 이름에서 구원을 주소서!
당신 이름 때문에, 돌팔매질하는 이들을 위해서도 기도하게 하소서!
제 삶이 당신 이름을 증거 하는 순교가 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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