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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신부들의 말씀

~ 성 마르코 복음 사가 축일 / 조재형 신부 ~

 2026년 4월 25일 토요일 (홍) 성 마르코 복음사가 축일


제1독서
<나의 아들 마르코가 여러분에게 인사합니다.>
▥ 베드로 1서의 말씀입니다.5,5ㄴ-14
사랑하는 여러분,
5 여러분은 모두 겸손의 옷을 입고 서로 대하십시오.
“하느님께서는 교만한 자들을 대적하시고
겸손한 이들에게는 은총을 베푸십니다.”
6 그러므로 하느님의 강한 손 아래에서 자신을 낮추십시오.
때가 되면 그분께서 여러분을 높이실 것입니다.
7 여러분의 모든 걱정을 그분께 내맡기십시오.
그분께서 여러분을 돌보고 계십니다.
8 정신을 차리고 깨어 있도록 하십시오.
여러분의 적대자 악마가 으르렁거리는 사자처럼
누구를 삼킬까 하고 찾아 돌아다닙니다.
9 여러분은 믿음을 굳건히 하여 악마에게 대항하십시오.
여러분도 알다시피, 온 세상에 퍼져 있는 여러분의 형제들도
같은 고난을 당하고 있습니다.
10 여러분이 잠시 고난을 겪고 나면, 모든 은총의 하느님께서,
곧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당신의 영원한 영광에 참여하도록
여러분을 불러 주신 그분께서 몸소 여러분을 온전하게 하시고
굳세게 하시며 든든하게 하시고 굳건히 세워 주실 것입니다.
11 그분의 권능은 영원합니다. 아멘.
12 나는 성실한 형제로 여기는 실바누스의 손을 빌려
여러분에게 간략히 이 글을 썼습니다.
이것은 여러분을 격려하고,
또 하느님의 참된 은총임을 증언하려는 것입니다.
그 은총 안에 굳건히 서 있도록 하십시오.
13 여러분과 함께 선택된 바빌론 교회와 나의 아들 마르코가
여러분에게 인사합니다.
14 여러분도 사랑의 입맞춤으로 서로 인사하십시오.
그리스도 안에 있는 여러분 모두에게 평화가 있기를 빕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6,15-20ㄴ
그때에 예수님께서 열한 제자에게 나타나시어 15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16 믿고 세례를 받는 이는 구원을 받고 믿지 않는 자는 단죄를 받을 것이다.
17 믿는 이들에게는 이러한 표징들이 따를 것이다.
곧 내 이름으로 마귀들을 쫓아내고 새로운 언어들을 말하며,
18 손으로 뱀을 집어 들고 독을 마셔도 아무런 해도 입지 않으며,
또 병자들에게 손을 얹으면 병이 나을 것이다.”
19 주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다음 승천하시어
하느님 오른쪽에 앉으셨다.
20 제자들은 떠나가서 곳곳에 복음을 선포하였다.
주님께서는 그들과 함께 일하시면서 표징들이 뒤따르게 하시어,
그들이 전하는 말씀을 확증해 주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의 매일 묵상 체험


† 찬미예수님


한국에서 맛집을 다니곤 했습니다. 이름하여 ‘원조’입니다. 신당동 떡볶이에도 원조가 있고, 장충동 족발에도 원조가 있고, 의정부 부대찌개에도 원조가 있습니다. 종로의 닭 한 마리에도 원조가 있고, 교대 곱창에도 원조가 있고, 광장시장 빈대떡에도 원조가 있습니다. 원조 집은 늘 사람이 붐비기 마련입니다. 비록 집이 낡았어도, 비록 주차 공간이 좁아도 사람들은 기꺼이 줄을 서서 기다립니다. 맛이 있기 때문입니다. 


원조 집이 있기에 옆에 있는 음식점도 낙수효과를 누리기 마련입니다. 음식의 맛에 큰 차이가 없기도 하고, 바쁜 현대인은 기다리기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원조의 입맛에 익숙해진 어른들은 기꺼이 원조 맛집을 찾지만, 인공 감미료에 익숙한 세대는 원조의 맛은 심심하다고 좀더 자극적인 맛을 찾아가기도 합니다. 


제가 가끔 가는 평양냉면 집도 그렇습니다. 저는 삼삼한 것이 좋은데 후배 신부님은 그냥 그렇다고 합니다. 오히려 색다른 맛을 찾아서 다른 평양냉면을 찾기도 합니다. 뉴욕에 있을 때도 가끔 맨해튼엘 가면 ‘큰집’이라는 원조 한식집을 가곤 했습니다.
 
교회는 마태오, 마르코, 루카, 요한이라는 4 복음서를 남겨 주었습니다. 어쩌면 이 4 복음서가 예수님의 가르침을 전한 원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대교회에는 원조 복음 이외에 다양한 복음이 있었습니다. 최근에 많이 소개되고 있는 도마복음이 있었고, 베드로 복음, 유다 복음, 마리아 복음도 있었습니다. 


교회의 교도권은 여러 복음서 중에서 마태오, 마르코, 루카, 요한 복음만을 정경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마르코 복음사가 축일입니다. 4 복음서 중에서 굳이 원조를 이야기한다면 마르코 복음이 원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조 평양냉면이 삼삼하듯이, 다른 복음서와 달리 마르코 복음은 마태오 복음처럼 예수님의 족보 이야기도, 동방박사의 경배 이야기도 없습니다. 


루카 복음처럼 세례자 요한의 탄생과 마리아의 노래도 없습니다. 요한 복음처럼 말씀에 대한 찬가도 없습니다. 마태오 복음처럼 참된 행복에 대한 선포도 없고, 루카 복음처럼 돌아온 탕자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도 없고, 요한 복음처럼 착한 목자 이야기도 없습니다.
 
마르코 복음의 핵심은 3가지입니다. 
첫째, 예수님께서 복음을 전하셨다는 것입니다. 
복음의 핵심도 간결합니다. ‘때가 되어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너희는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입니다. 마치 원조집의 조리법을 다른 맛집이 따라 하듯이 마르코 복음에 있는 예수님의 기적과 표징은 다른 3 복음서에도 있습니다. 


둘째, 예수님께서는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서 십자가를 지고 가셨습니다. 
모든 것이 끝난 것 같았지만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셨습니다. 마치 원조집의 맛에 색다른 맛을 내듯이 다른 3 복음서는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의 과정을 좀 더 세밀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셋째,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3가지 사명을 주십니다.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것, 마귀를 쫓아내는 것, 병자를 고쳐 주는 것입니다. 마치 원조집 근처에 새로운 맛집이 생겨나듯이 다른 3 복음서는 부활하신 예수님의 이야기를 풍요롭게 전해 주고 있습니다. 엠마로로 가는 길에서 예수님을 만나 제자 이야기도 있고, 베드로 사도에게 ‘너 나를 사랑하느냐?’라고 예수님께서 묻는 이야기도 있고,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평화를 주셨습니다. 
성령을 주셨습니다. 제자들에게 새로운 사명을 주셨습니다. 복음 선포의 사명입니다. 복음 선포를 위해서 사람들에게 세례를 주고, 병자를 고쳐 주고, 마귀를 쫓아내라고 하셨습니다. 복음은 말로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힘으로 드러나야 합니다. 


초대교회의 제자들은 그렇게 살았습니다. 두려움에 숨어 있던 제자들은 담대하게 복음을 선포하였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병자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제자들은 삶으로 복음을 증언하였고, 순교로 신앙을 완성하였습니다. 천국에서 빛나는 별이 되었습니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복음을 우리의 상황에 맞게 쓸 수 있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회칙 ‘찬미 받으소서.’에서 이야기했듯이 21세기의 복음은 환경과 생태계를 지키고 보존하는 복음이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돌을 던지려고 했던 남성들로부터 부정한 여인을 보호하고 용서하셨듯이 21세기의 복음은 성, 직업, 신분, 이념, 세대, 지역의 갈등을 해소하는 평등한 복음이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여인에게 생명의 물을 주셨듯이 21세기의 복음은 종교의 다원성을 인정하는 복음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복음을 아는 사람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복음을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말로만이 아니라 삶으로 복음을 드러내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세상 속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가정에서, 일터에서, 공동체 안에서 복음을 살아야 합니다. 사랑으로, 용서로, 희망으로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주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복음을 전하여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조재형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