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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경호(프란치스코) OFM

~ 연중 제 31주간 수요일 / 기경호 신부님 ~

2025년 11월 5일 (녹) 연중 제31주간 수요일
로마 13,8-10; 루카 14,25-33


제1독서
<사랑은 율법의 완성입니다.>
▥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말씀입니다.13,8-10
형제 여러분, 8 아무에게도 빚을 지지 마십시오.
그러나 서로 사랑하는 것은 예외입니다.
남을 사랑하는 사람은 율법을 완성한 것입니다.
9 “간음해서는 안 된다. 살인해서는 안 된다. 도둑질해서는 안 된다.
탐내서는 안 된다.”는 계명과 그 밖의 다른 계명이 있을지라도,
그것들은 모두 이 한마디
곧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말로 요약됩니다.
10 사랑은 이웃에게 악을 저지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사랑은 율법의 완성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4,25-33
그때에 25 많은 군중이 예수님과 함께 길을 가는데,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돌아서서 이르셨다.
26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27 누구든지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내 뒤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28 너희 가운데 누가 탑을 세우려고 하면,
공사를 마칠 만한 경비가 있는지 먼저 앉아서 계산해 보지 않느냐?
29 그러지 않으면 기초만 놓은 채 마치지 못하여,
보는 이마다 그를 비웃기 시작하며,
30 ‘저 사람은 세우는 일을 시작만 해 놓고 마치지는 못하였군.’ 할 것이다.
31 또 어떤 임금이 다른 임금과 싸우러 가려면,
이만 명을 거느리고 자기에게 오는 그를 만 명으로 맞설 수 있는지
먼저 앉아서 헤아려 보지 않겠느냐?
32 맞설 수 없겠으면,
그 임금이 아직 멀리 있을 때에 사신을 보내어 평화 협정을 청할 것이다.
33 이와 같이 너희 가운데에서 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말씀의 씨앗 Semina Verbi: 연중 31주 수요일


세상을 짊어진 사랑, 참 제자의 길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씀합니다.
“아무에게도 빚을 지지 마십시오. 그러나 서로 사랑하는 것은 예외입니다. 남을 사랑하는 사람은 율법을 완성한 것입니다.”(로마 13,8) ‘사랑’은 능동적이고 실천적인 계명입니다.
“사랑은 율법의 완성”이라는 말은 곧 신앙의 핵심이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에 있다는 뜻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내 뒤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루카 14,27)고 말씀하시며,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으면”(33절) 제자가 될 수 없다고 하십니다. 두 독서는 함께 우리에게 같은 진리를 일깨웁니다. 사랑은 대가 없이 주는 행위이며, 제자의 길은 계산이 아니라 완전한 헌신이라는 것입니다.


오늘날 세계는 심각한 불평등과 경제적 단절의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세계은행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60% 이상의 인구가 하루 10달러 이하로 살아갑니다. 또한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의 조사에 따르면, 청년 세대 중 정부를 신뢰하는 비율은 20%에 불과합니다. 이런 현실에서 “사랑의 빚만 지라”(로마 13,8)는 말씀은 매우 구체적인 도전이 됩니다.


물질적 도움을 넘어서, 불의한 구조를 변화시키려는 사회적 사랑이 요청됩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권력에 대한 복종이 신앙을 해치는 경우에는 그 복종이 더 이상 의무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오늘의 제자는 불의한 제도 앞에 하느님의 사랑과 정의를 선택해야 하며, 자신의 소유와 안락함을 버리고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서야 합니다.


이러한 말씀을 실천한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입니다.
그는 세상의 부와 권세를 버리고 철저한 ‘하느님의 가난’을 선택했습니다. 그는 ‘작은 형제’로서의 삶을 강조했습니다. 그가 말한 가난은 모든 피조물과 하느님 안에서 형제가 되는 길이었습니다.


그는 복음의 말씀이 말뿐이 아니라 실제 삶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고, 그 믿음을 가난한 자와 병든 자, 특히 나병환자와의 만남 속에서 실천했습니다. 또한 그는 전쟁 중이던 시대에 이슬람의 술탄을 만나 대화하며, 원수조차 형제로 대했습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는 약 3억 명의 난민과 이주민이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에 프란치스코의 삶은 ‘십자가를 지는 사랑’, 곧 타인의 고통을 함께 짊어지는 제자도의 모범으로 남아 있습니다.


“남을 사랑하는 사람은 율법을 완성합니다”(로마 13,10)라는 바오로의 말씀은 오늘의 교회 공동체에도 동일하게 주어집니다. 우리가 주님께서 요구하신 “모든 것을 버리고 따르는 삶”(루카 14,33)을 살아간다면, 사랑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능력이 됩니다.


사랑은 그리스도보다 앞세우는 모든 것을 버리는 행위이며, 신앙은 세상을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복음을 증거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는 사랑을 행동으로 드러내는 제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 사랑이야말로 무너진 세상 속에서 하느님의 나라를 새롭게 세우는 힘이 될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기경호프란치스코 of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