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3주간 화요일. 박병규 요한 보스코 신부
마태오 복음사가는 예수님께서 먼저 배에 오르시고, 제자들이 그 뒤를 따랐다고 기록합니다.
단순한 움직임의 묘사 같지만, 이 장면은 제자 됨의 길을 암시하는듯 합니다. 호수가 거세게 흔들립니다.
오늘 복음에서 ‘풍랑’으로 옮긴 그리스 말 ‘세이스모스’는 흔들림이나 지진을 뜻하는 낱말로 단순한 폭풍이 아니라 삶 전체를 뒤흔드는 큰 불안을 암시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제자들의 불안에도 주무십니다.
제자들은 다급히 외칩니다. “주님, 구해 주십시오. 저희가 죽게 되었습니다”(마태 8,25).
여기서 처음으로 ‘구원하다’라는 말이 다급한 현실 속에서 울려 퍼집니다.
예수님께서는 먼저 그들의 두려움을 짚으십니다. “왜 겁을 내느냐?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8,26)
그들의 두려움은 믿음이 없어서라기보다, 작은 믿음이 흔들린 것이지요.
예수님께서는 이어서 바람과 바다를 꾸짖으십니다.
구약 성경에서 하느님께서만 바다를 통제하실 수 있으셨지만, 이제 예수님의 말씀 한마디로 통제가 이루어집니다.
신화적 언어로 묘사한 장면이지만 오늘 복음은 분명히 말합니다, 주님의 권위 앞에 맞서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과 두려움을 떨치고 주님께 온전히 맡겨야 함을.
오늘 복음에 나타나는 배를 두고 교회는 자기 이해의 상징으로 읽어 왔습니다.
풍랑에 흔들리는 배는 온갖 어려움으로 흔들리는 우리 삶과 교회와 닮았습니다.
믿음은 흔들리는 배 안에서도, 거기서 겪게 되는 두려움 속에서도 주님께서 함께 계심을 기억하는 일입니다.
바다가 완전히 잔잔해진 뒤에야 비로소 깨닫습니다.
우리가 버틴 것은 배가 튼튼해서가 아니라 우리 가운데 그분께서 현존하시기 때문이었다는 것을요. 예수님께서 계십니다. 어렵고 힘겨운 삶의 어느 날, 눈물조차 흐르지 않을 만큼 그저 막막한 날, 바로 그런 날에도 예수님께서 우리 곁에 계십니다. 저는 그것을 믿습니다.
여러분도 함께 믿기를 간절히 바라고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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