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경호(프란치스코) OFM

~ 연중 제 29주간 목요일 / 기경호 신부님 ~

2025년 10월 23일 (녹) 연중 제29주간 목요일
( 로마 6,19-23; 루카 12,49-53)


제1독서
<이제 여러분은 죄에서 해방되고 하느님의 종이 되었습니다.>
▥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말씀입니다.6,19-23
형제 여러분,
19 나는 여러분이 지닌 육의 나약성 때문에 사람들의 방식으로 말합니다.
여러분이 전에 자기 지체를 더러움과 불법에 종으로 넘겨
불법에 빠져 있었듯이,
이제는 자기 지체를 의로움에 종으로 바쳐 성화에 이르십시오.
20 여러분이 죄의 종이었을 때에는 의로움에 매이지 않았습니다.
21 그때에 여러분이 지금은 부끄럽게 여기는 것들을 행하여
무슨 소득을 거두었습니까?
그러한 것들의 끝은 죽음입니다.
22 그런데 이제 여러분이 죄에서 해방되고
하느님의 종이 되어 얻는 소득은 성화로 이끌어 줍니다.
또 그 끝은 영원한 생명입니다.
23 죄가 주는 품삯은 죽음이지만,
하느님의 은사는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받는
영원한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나는 평화를 주러 온 것이 아니라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2,49-53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49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
50 내가 받아야 하는 세례가 있다.
이 일이 다 이루어질 때까지 내가 얼마나 짓눌릴 것인가?
51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52 이제부터는 한 집안의 다섯 식구가 서로 갈라져,
세 사람이 두 사람에게 맞서고 두 사람이 세 사람에게 맞설 것이다.
53 아버지가 아들에게, 아들이 아버지에게, 어머니가 딸에게, 딸이 어머니에게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맞서 갈라지게 될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말씀의 씨앗 Semina Verbi: 연중 제29주 목요일  


 
불타는 자유, 그리스도의 불


사도 바오로는 제1독서에서 죄의 종살이와 의로움의 종살이를 대조합니다. 그는 죄를 섬기면 죽음에 이르고, 의로움을 섬기면 생명에 이른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죄가 주는 품삯은 죽음이지만, 하느님의 은사는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받는 영원한 생명입니다”(로마 6,23)라고 단언합니다.여기서 품삯과 은사의 대조는 참 자유가 자기결정이나 자율성이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을 받아들이는 데서 비롯됨을 드러냅니다.


예수님께서는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루카 12,49)고 하십니다. 여기서 불(πῦρ)은 정화와 하느님의 현존을 나타내는 상징입니다.


이 불은 "성령의 불, 곧 세상을 새롭게 정화하고 인간의 내면을 거룩하게 하는 하느님 사랑의 불입니다."(오리게네스, 루카복음 주해) 이 불은 우리 안에서 진리와 거짓, 하느님과 죄를 가려내며, 우리로 하여금 참된 결단을 내리게 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분열”은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려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에서 하느님께 속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식별하도록 초대하시는 말씀입니다.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거룩한 사랑에 불타 늘 용감한 행동에 뛰어들려 했고, 기쁜 마음으로 하느님의 계명 길을 달렸으며 완덕의 절정에 이르기를 열망하였습니다."(1첼라노 55)


그는 또 "하느님의 종은 그 생활과 청정함에서 활활 불타올라야 합니다"(2첼라노 103)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그는 “의로움의 종”이 되어 참된 기쁨을 찾았습니다.


성인은 “온갖 악을 경계하고 멀리하며 끝날까지 선에 항구하여”(비인준칙 21,9), 의로움의 종이 되는 삶으로 복음을 해석했습니다. 성령의 불은 그로 하여금 당시 사회의 가치관(부, 권력, 안락함)을 끊고, 새로운 보편적 형제애를 세우게 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도 오늘의 말씀은 예언처럼 울려 퍼집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최근 보고에 따르면, 청년층의 30% 이상이 ‘영적 탈진 상태’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성공에 대한 집착과 성과 압박, 가족 관계의 단절 속에서 많은 이가 보이지 않는 노예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죄의 품삯”의 현실입니다. 풍요 속에서도 내면은 메말라 있고, 관계는 끊어지며, 인간은 점점 더 ‘생산성’의 기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에서 복음은 인간을 속박하는 거짓 평화를 태워버리는 정화의 불로 다가옵니다. 그리스도의 불은 우리의 마음을 태워, 거짓된 가치와 진실한 사랑을 구분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누구의 종으로 살고 있습니까? 세상 불의와 이웃의 고통에 눈감고 자신의 안위만 찾는 "자기애의 노예"로 살지는 않습니까? 가짜뉴스와 왜곡된 정치 이데올로기의 노예로 살고 있지는 않습니까? 영적 중립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죄의 종으로 살아 ‘죽음의 삯’을 받을 것인지, 아니면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생명의 선물’을 받을 것인지를 분명히 선택해야 합니다. 성 프란치스코처럼 '자아 확장'이 아니라 '하느님 안에서의 해방'을 찾아가야 합니다.


헛된 것을 태워 없애고, 새로운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우리를 부르시는 예수님의 불에 자신을 맡겨, 세상을 자유와 정의로 이끄는 살아 있는 불꽃이 되어야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기경호프란치스코 of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