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33주 월요일
눈을 뜨게 하는 믿음
1마카 1,10-15.41-43.54-57.62-64; 19,6-9; 루카 18,35-43
오늘 복음은 예리코 근처에서 한 눈먼 이가 예수님께 자비를 간청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그를 조용히 있게 하려고 했지만, 그는 더욱 크게 외칩니다. “다윗의 자손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예수님께서는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구원하였다’(σέσωκέν)는 것은 인간의 전인적인 구원, 곧 내면의 회복과 영혼의 빛남을 뜻합니다. 눈먼 이의 눈이 열리는 사건은 단지 시력의 회복이 아니라, 마음의 눈이 열려 하느님의 구원을 인식하게 되는 순간입니다.
제1독서는 그와 반대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많은 이스라엘 백성이 헬레니즘 문화에 굴복하여 이민족들의 풍습을 따르고 계약을 저버리며, 안식일을 더럽혔습니다. 그들은 세상의 유혹 앞에서 ‘보지 않으려’ 선택함으로써 영적으로 눈멀게 되었습니다. 교부들은 이러한 상태를 ‘마음의 눈멀음’이라 부르며, 진리를 보지 못하는 영혼의 병이라고 설명합니다. 성 암브로시오는 “그리스도를 부르는 이는 결코 눈먼 채로 남지 않는다. 믿음은 영혼의 눈이다”(루카 복음 주해)라고 합니다. 교부들의 가르침은 오늘 우리에게 묻습니다. “그대는 무엇을 보지 않으려 하는가?”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이러한 영적 눈멀음에서 벗어나 깨어 살았습니다. 그는 나환우를 만나 그들 가운데서 자비를 베푸는 체험 안에서 하느님을 보는 눈이 열립니다. 그는 하느님을 멀리서 찾는 대신, 고통받는 이와 가난한 이, 상처 입은 피조물 안에서 그리스도의 얼굴을 뵈었습니다. 그는 영의 눈을 뜨자 모든 피조물 안에서 창조주의 반영을 봅니다. 그에게 믿음은 단순한 사상이나 감정이 아니라, 주님의 영으로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눈길의 변화였습니다.
오늘날 우리 시대는 다시금 집단적인 눈멀음의 위험에 놓여 있습니다. 극소수 사람들에게 편중된 부, 고용 불안, 기후 위기와 생태 파괴로 수십억 명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 정치와 경제는 여전히 성장과 이익 중심의 구조에 묶여 있으며, 고통받는 이들과 지구의 신음은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이는 마카베오 시대의 배교처럼, ‘보지 않으려는’ 선택의 결과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찬미받으소서』에서 지적하신 “인간 중심적 눈멀음”은 피조물의 상호 연결성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현대의 영적 병입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내가 네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주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진실한 대답은 “주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일 것입니다. 눈을 뜬다는 것은, 가난한 이와 약자, 전쟁의 피해자, 상처 입은 피조물 안에서 주님을 알아보는 일입니다. 성 프란치스코께서 “주님, 제 마음의 어둠을 비춰주소서”(성 다미아노 십자가 앞의 기도)라고 기도하셨던 것처럼, 우리도 주님께 우리의 마음의 눈을 열어 달라 간구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이 시대의 어둠 속에서도 참된 빛을 보고, 믿음으로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며, 온 힘을 다해 주님을 따르는 길 위에 다시 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기경호프란치스코 o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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