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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경호(프란치스코) OFM

~ 복되신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 / 기경호 신부님 ~

 2025년 11월 21일 금요일 (백)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

즈카 2,14-17; 마태 12,46-50

 

제1독서

<딸 시온아, 즐거워하여라. 내가 이제 가서 머무르리라.>
▥ 즈카르야 예언서의 말씀입니다.2,14-17
14 “딸 시온아, 기뻐하며 즐거워하여라.
정녕 내가 이제 가서 네 한가운데에 머무르리라.
주님의 말씀이다.
15 그날에 많은 민족이 주님과 결합하여 그들은 내 백성이 되고
나는 그들 한가운데에 머무르리라.”
그때에 너는 만군의 주님께서 나를 너에게 보내셨음을 알게 되리라.
16 주님께서는 이 거룩한 땅에서 유다를 당신 몫으로 삼으시고
예루살렘을 다시 선택하시리라.
17 모든 인간은 주님 앞에서 조용히 하여라.
그분께서 당신의 거룩한 처소에서 일어나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가리키시며 이르셨다.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2,46-50
그때에 46 예수님께서 군중에게 말씀하고 계시는데,
그분의 어머니와 형제들이 그분과 이야기하려고 밖에 서 있었다.
47 그래서 어떤 이가 예수님께, “보십시오, 스승님의 어머님과 형제들이
스승님과 이야기하려고 밖에 서 계십니다.” 하고 말하였다.
48 그러자 예수님께서 당신께 말한 사람에게,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 하고 반문하셨다.
49 그리고 당신의 제자들을 가리키시며 이르셨다.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50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말씀의 씨앗 Semina Verbi: 복되신 동정 마리아 자헌 기념

하느님 뜻에 온전히 맡기며 창조 세계를 돌보는 봉헌

 

“딸 시온아, 기뻐하며 즐거워하여라. 정녕 내가 이제 가서 네 한가운데에 머무르리라.”(즈카 2,14). 이 예언의 말씀은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 가운데 머무시며, 사랑 안에서 기뻐하신다는 약속을 상기시켜 줍니다. 교회는 마리아 안에서 이 약속의 실현, 곧 하느님의 현존의 살아 있는 거처를 바라봅니다. 전승에 따르면, 마리아는 유년 시절 요아킴과 안나에 의해 성전에 봉헌되었고, 스스로 성전 계단을 올라가며 하느님께 자신을 온전히 맡겼다고 전합니다. 그 모습은 바로 은총의 역사에서 하느님께 자신을 완전히 내어 맡기는 순전한 응답을 상징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혈연을 부정하려는 뜻이 아니라, 하느님 뜻에 순종하는 이들의 공동체가 참된 가족이라는 더 넓은 시야를 제시합니다. 성 그레고리오 대 교황은 “하느님의 말씀을 다른 이의 마음에 잉태하게 하는 이가 참으로 그리스도의 어머니가 된다”고 해석하며, 참된 위대함은 하느님 뜻에 대한 순종에서 드러난다고 가르칩니다.

 

교부들은 이미 초대 시기부터 마리아를 단순히 예수님의 생모가 아니라 교회의 어머니로 이해했습니다. 이레네오는 “동정의 순결함이 하느님과 사람이 되신 분을 잉태하였다”고 하며, 암브로시오는 그리스도께서 손상 없이 지나가신 “닫힌 문”으로서 마리아의 순수한 모성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이해는 단순한 신심이 아니라 신앙의 핵심으로, 마리아가 ‘하느님의 어머니’(Θεοτόκος)이심을 통해 말씀이 참으로 육화되었음을 증언하는 믿음의 기초입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의 삶과 영성은 즈카르야 예언에서 말하는 “하느님의 머무심”의 생생한 울림을 전합니다. 프란치스코는 모든 피조물 안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보았고, 「피조물의 찬가」에서 “형제 해”, “자매 달”, “형제 불”, “자매 어머니 대지”를 찬미하며 하느님께 영광을 돌렸습니다. 그는 하느님, 인간, 자연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친교 안에서 바라봅니다. 그리스도, 곧 마리아의 아들을 통해 이미 구원받은 피조 세계 전체가 한 가족이라는 직관을 드러냅니다.

 

오늘 우리는 지구적 기후 위기, 생태계 파괴, 한국과 전 세계의 환경 오염 등 심각한 현실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가 “생태의 수호자”로 불리는 이유는, 그가 세상을 소유물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맡기신 가족으로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마리아의 성전 봉헌은 단순히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도 하느님 뜻에 자신을 온전히 맡기라는 초대이며, 동시에 창조 세계를 돌보라는 요청으로 이어집니다. 하느님 뜻을 실천한다는 것은 곧 그분의 피조물을 사랑과 책임으로 보살피는 삶을 뜻합니다.

 

성모 마리아 자헌 축일에 우리는 마리아께서 하느님께 봉헌되셨을 뿐 아니라 우리에게 그리스도를 선물로 주신 분임을 기억합니다. 또한 마리아의 순종과 봉헌은 오늘의 우리에게도 생태적·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하느님 뜻을 살아내라는 부르심으로 다가옵니다. 하느님께서 기쁘게 머무실 수 있는 공동체, 인간과 자연이 형제로 살아가는 보편적 가족을 이루도록 마리아께서 우리를 이끌어 주시기를 청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