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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신부들의 말씀

~ 성 토마스 아퀴나스 사제 학자 기념일 / 호명환 가를로 신부 ~

성 토마스 아퀴나스 사제 학자 기념일. 호명환 가롤로 신부님.

CAC 매일묵상

기억하기 위한 책(성경)!

 

 

 

CAC(Center for Action and Contemplation) 리처드 로어의 매일 묵상 (호명환 번역)

 

성경의 최초 독자들은 우리의 문화는 아닐지라도, 우리의 인간성을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리처드 로어의 매일 묵상

성경을 어떻게 살아내야 할까요?

기억하기 위한 책(성경)

2026년 1월 27일 화요일

 

공적(공공) 신학자(public theologian) 레이첼 헬드 에반스(1981–2019)는 구약 성경이 형성되게 된 역사적 상황을 회상합니다:

우리의 성경은 신앙의 위기 속에서 형성되었습니다. 많은 이야기와 잠언, 시편들이 구전 전통을 통해 전해졌음은 분명하지만, 학자들은 히브리 성경, 곧 구약 성경의 대부분이 다윗 왕 시대에 기록과 편집이 시작되었으며, 유다에 대한 바빌론 침공과 바빌론 유배라는 신앙의 위기를 겪으면서 본격적으로 집대성되었다고 봅니다. 그때 이스라엘은 강력한 이교 제국의 지배 아래에 있었습니다.

유배된 이스라엘 백성의 상황은 오늘날 우리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듯 보일지라도, 그 국가적 신앙 위기가 던진 질문들은 여전히 절실합니다. 왜 의인에게 악한 일이 일어나는가? 악과 죽음은 계속 승리할 것인가? 하느님께 선택받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느님은 신실하신가? 하느님은 현존하시는가? 하느님은 선하신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단순한 명제로 제시하기보다, 성령께서는 이야기의 언어로 말씀하셨습니다. 성령께서는 예언자들의 기억을 일깨우시고 서기관들의 붓을 움직이시어, 길을 잃고 방황하는 백성을 불러 모아 함께 기억하도록 이끄셨습니다.

성경은 우리의 공동 인간성을 기억하라는 부르심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이 집단적 기억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성경을 낳았으며, 성경이 낯설면서도 친근하고, 거룩하면서도 지울 수 없는 인간의 손자국으로 얼룩져 있는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성경의 최초 독자들은 우리의 문화를 공유하지는 않았지만, 우리의 인간성을 공유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예배한 하느님께서는 그 인간성을 그들의 신학과 기도, 노래와 이야기 속에 담아내도록 초대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손에 쥐고 있는 성경은 찬미의 시편뿐 아니라 원망과 분노의 시편도 담고 있습니다. 성경은 악의 본질과 고통의 원인에 대해 큰 질문을 던지지만, 언제나 명확한 답을 주지는 않습니다. 어떤 곳에서는 "지혜가 많으면 걱정도 많다."(코헬렛 1,18)라고 말하고, 또 다른 곳에서는 "지혜를 얻어라. 이것이 곧 지혜의 시작이다."(잠언 4,7)라고 말합니다. 성경은 이웃의 나귀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까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성경은 어떤 순간에는 하느님을 초월적이고 전능하신 분으로 묘사하고, 또 다른 순간에는 인간처럼 연약하고 가까운 분으로 묘사합니다. 그래서 성경은 수 세기 동안 가장 뛰어난 체계적 신학자들조차 당황하게 만들었습니다. 성경은 너무나 자주 우리의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우리가 손에 쥔 성경은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만큼이나 복잡하고 역동적입니다. 성경은 하느님의 독백이라기보다 친밀한 대화처럼 읽힙니다. 우리의 가장 거룩한 이야기들은 관계의 균열, 치열한 신앙의 위기 속에서 태어났습니다. 믿음만큼이나 의심에 시간을 보내는 우리에게 성경은 큰 위로가 됩니다. 성경은 우리를 위한 책이기도 합니다.

우리 공동체 이야기

매일 묵상과 더불어 리처드 로어 신부, 미라바이 스타, 토머스 머튼의 저서를 접하면서, 저는 현실을 바라보는 데 있어 ‘양쪽 모두’라는 통합적 관점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는 성경 말씀과도 조화를 이루는 듯합니다. 여러 관점을 갈등이 아닌 하느님께서 주신 은총의 선물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제 마음에 깊은 평화가 깃들었습니다. 또한 용서가 참으로 실재한다면, 용서받은 사람들과 사물 역시 참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리처드 신부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모든 것은 하느님 안에 속해 있습니다"("모든 것은 각기 제 자리를 지니면서도 서로에게 속해 있습니다.")

—F.L.

References

Rachel Held Evans, Inspired: Slaying Giants, Walking on Water, and Loving the Bible Again (Nelson Books, 2018), 7, 12, 13–14.

Image credit and inspiration: Image credit and inspiration: Paréj Richárd, untitled (detail), 2021, photo, Unsplash. Click here to enlarge image. 성경과 우리의 관계는 때로는 분명하고, 때로는 신비로우며, 그럼에도 언제나 푸르게 자라나는 생명과 같은 희망을 간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