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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영성이야기

[스크랩] [영성적 삶으로의 초대] (35) 삶-생명에 귀 기울이기 ④

 

[영성적 삶으로의 초대] (35) 삶-생명에 귀 기울이기 ④
나의 내면 형성과정을 파악하라

과거의 복잡한 경험이 현재 나의 인식에 영향
기억 가능한 ‘의식’에 주목한 내면 정리 필요

나의 내면은 어떻게 형성되어 왔을까. 참으로 복잡한 문제다. 동시에 풍요롭다.

자신의 머리카락 수를 일일이 셀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자신의 몸에 있는 세포수를 셀 수 있는가. 위와 소장, 대장으로 이어지는 인간의 소화 메커니즘은 굉장히 복잡하다. 동시에 풍요롭다. 인간 내면 형성의 문제는 이처럼 복잡하다.

우리의 정신세계를 살펴보자. 정신은 지금 내가 여기서 생각하는 것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10년 전 일을 떠올릴 수도, 20년 30년 지난 일들을 떠올릴 수도 있다. 그 모든 기억과 이를 바탕으로 지금 내가 여기 있다.

더 나아가 정신세계는 이러한 의식적 차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프로이트(Sigismund Schlomo Freud, 1856~ 1939)에 의해 우리는 무의식(無意識, unconscious ness)이라는 영역을 알게 됐다.

이 ‘무의식’이라는 것도 참으로 복잡하고 풍요롭다. 나이테를 보면 층이 있다. 미국의 그랜드케니언을 가면 수십억 년된 지층을 볼 수 있다.

인간의 무의식도 이처럼 다양한 층을 이루고 있다.

인간은 태어난 이후 수많은 경험을 하고 다양한 체험을 하지만 모두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980년 3월 10일에 내가 과연 무엇을 했는지 기억을 할 수 있는가. 지난해 3월 10일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는 것 조차 어렵다. 일기를 매일 쓰지 않는 사람이라면 불가능하다.

나는 분명 그 날 다양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어쩌면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 그 날 일어났을 수도 있다. 비록 내가 그 날을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그 날의 경험은 분명 지금 나의 인식을 형성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과거의 모든 경험이 지금 나의 현재 인식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10대, 20대, 30대의 경험이 모두 다르지만 과거 1년, 2년, 3년의 경험도 모두 다르다. 더 나아가 1년 중 열두 달 마다 경험했던 것이 모두 다르다. 3월이라고 해도 1, 2, 3, 4, 5일…, 하루하루의 경험이 다르다. 같은 날이라고 해도 3월 10일 오후 1시, 저녁 7시의 경험이 모두 다르다. 똑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이처럼 무의식의 층은 참으로 복잡하고 풍요롭다.

의식, 무의식을 포괄하는 나의 내면 형성은 이처럼 복잡하고 풍요로운 과거에 바탕하고 있다. 그만큼 내면 형성의 과정을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

하루하루 삶을 살아가기도 바쁜 처지에 그처럼 복잡한 과거에 대해 정리해내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사람들이 골치 아픈 과거의 되새김에 소홀하다. 그렇게 그저 하루하루 살아간다.

하지만 영성생활을 각오한 신앙인이라면 우선 자신의 내면 형성과정을 적절히 파악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하느님께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그럼 우리는 그 복잡한 내면 형성의 과정을 어떻게 정리해 낼 것인가.

우선 우리는 생각을 통해 떠올릴 수 있는 의식에 주목해야 한다. 오늘 점심 식사 메뉴가 무엇인지는 쉽게 기억해낼 수 있다. 오전에 만난 사람, 어제 저녁에 만난 사람과의 대화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조금 더 생각을 깊게 들어가 보자.

일년 전에 일어났던 중요한 일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어머니의 생일, 1년 전 여름휴가 등도 기억해낼 수 있다. 더 기억을 더듬어 가면 10년 전에 일어났던 중요한 일도 기억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을 여러 가지 머릿속에 떠올려 본다.

그 다음 기억을 점점 더 과거로 보낸다. 초등학교 시절 일어났던 중요한 일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나를 형성시킨) 초등학교 시절, 중고등학교 시절의 중요 사건들을 다시 파헤쳐 보는 것이다.

어린 시절 물에 빠져서 죽을 고비를 넘겼던 사람은 성장한 이후에도 물 근처에 가지 않는다. 과거에 홍어를 먹었다가 심한 배앓이를 앓은 사람은 홍어를 다시 먹지 않으려 할 것이다. 밤길을 걷다가 무서운 일을 겪은 사람은 밤길을 피한다. 사람 때문에 큰 고통을 겪은 사람은 대인기피증으로 고생한다.

이처럼 지금의 나의 모습은 내가 잊고 있을지도 모를 과거의 어떤 경험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성찰을 다 했는가. 이제 나 자신의 내면 속으로 좀 더 깊게 들어가 보자.

정영식 신부(수원교구 영통성령본당 주임)

 

http://cafe.daum.net/cci2004c

출처 : [영성적 삶으로의 초대] (35) 삶-생명에 귀 기울이기 ④
글쓴이 : 비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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