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공부 <죽음>*
죽음도 배울 수 있을까, 지상에서의 생을 마치고 담담히 하늘로 올라가는 법을 공부할 수는 없을까, 종교로 가는 질문이지만 종교 밖의 사람들도 품고 있는 물음표다. 한 사람의 죽음이 세상을 덮었고 세상은 그의 삶을 들쳐 보았다. 영원한 잠에 든 김수환 추기경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서 잠자고 있던 물음 하나를 흔들어 깨웠다. 늙으면 죽음을 맞는 공부를 하겠다고 작가 이윤기는 한 수필집에서 밝힌적이 있다. “예순 살부터는 붓을 놓고 다시 공부에 들되, 공부로써 삶의 지극한 비밀을 꿰뚤어 죽음을 하찮케 여길 수 있게 하겠다.“ 그가 서른살 무렵에 짠 인생계획표이다. 계획대로 글 쓰기와 글 읽기로 번갈아 채워진 그의 삶에서 죽음은 ‘마지막 공부’ 대상이다. 죽음도 하찮은 경지에 오르는 공부는 결코 만만치 않다. 세상과 헤어지는 법을 배우려면 먼저 자신과도 헤어져야 한다. “여기서부턴 누구도 함께갈 수 없는 나라/ 편지하지마라/ 전화도 사절이다/ 나는 여기서 오래 전부터/ 아무도 모르는 마즈막 공부에 골몰하고 있다./ 잊어지고 작아지고 이윽고 부서져/사라지는 법/ 이 세상 마지막 공부에 땀 흘리고 있다.(홍윤숙-마지막 공부).“ 세상을 떠나는 법은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사람들은 잊고 아무도 모르게 공부해야 한다.“바늘하나 떨어지는 소리에도/ 땅이 울리는/ 이 마을에 지금 살아 있는건/(중략) 짧은 생애 목놓아 울고 있는/ 매미의 애끓는 곡성 뿐이다.“ 짧은 생을 아쉬어하는 세상의 모든곡성(哭聲)에서 스스로 잊혀지고, 작아지고, 부서져, 이윽고 사라지는 법을 깨쳐야만 한다. 돌아보면 세상은 이별로 가득차 있다. 이별은 그러나 눈물만이 아닌 또 다른 위로를 낳기도 한다.“그분의 죽음은/ 길게 늘어나/ 길이 되고/ 마을의 밭이 되고/ 온 세계를 덮는/ 휴식이 되었다.(고옥주-성 프란체스코의 휴일).“ 성자의 발자취는 휴일이 되고 그의 생은 온 세상을 비추는 빛이 된다. 위로 받기보다는,위로하기를, 사랑 받기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이 되기를 성 프란체스코는 기도했다.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은 성 프란체스코는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었다. “사랑하고 용서하세요.” 김 추기경은 떠났어도 그의 발자취는 두고두고 사람들의 길이 되고 ‘마지막 공부’ 로 우리들의 가슴에서 살아 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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