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금, 거문고, 아쟁, 태평소 : 원장현
* 구음 : 안숙선
* 장고 : 장덕화
* 거문고 : 이세화
* 아쟁 : 최종관
* 가야금 : 박준호
* 꽹과리 : 박은하
* 징 : 한세현
* 해금 : 김성아
“인간의 봄날은 짧았습니다”로 시작되는 항아의 고백은
이렇게 이어집니다.
인간의 봄날은 짧았습니다.
사랑도 잠깐이었지요.
당신 어깨 위에 하염없이 날리고 또 날리던 꽃잎은
이제 다 어디로 갔을까요.
한 치의 목숨에 어이 그리도 기나긴 시름을 지었던지요.
나 당신께 죄도 참 많이 지었습니다.
마음 오로지 하여 사랑을 믿지 못한 까닭에
이제 이렇듯 차가운 허공에 떠서 외롭다고 아, 외롭다고
어두운 눈물 글썽일 때
당신도 그 달 쳐다보고 있을까요.
인간의 사랑을 믿지 못한 것은 아니었어요.
그 사랑 가득차면 행여 남에게 넘칠까
다만 두려운 마음 이기지 못하였습니다.
돌아가고 싶어요.
이렇게 당신의 마음 밖에서
나는 차가운 달빛으로 날릴 때
저 지상의 따스한 한 점 불빛마저
왜 이렇게 눈물겨운지요.
당신 참으로 착하고 따스했습니다.
부디 용서하시어요.
하마 오래 전에 우리가 떠나왔던 세상.
그 천상의 봄날을 꿈꾸며
오늘도 그리운 당신께 안녕,
용서하시어요.
# 월궁항아(月宮姮娥) : 항아는 전설에 달나라 궁궐에 산다는 선녀(仙女)
(견줄 만한 사람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