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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성화, 미술

로렌초 로토 / 성모 영보

 

로렌초 로토(Lorenzo Lotto, 1480-1557)의

성모영보 (Annunciation, 1527)

로렌초 로토는 위엄보다는 인간적이고 솔직한 면모를 강하게 표현한 작가입니다. 로토의 <성모영보>에 등장하는 성모 마리아는, 예수를

잉태하게 될 사실을 이미 아는 것처럼 순종적인 태도로 그려진 기존의 성모 마리아와는 달리, 화들짝 놀라며 달아나려는 수줍음 많은 처녀

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루카 복음(1,26-38참조)의 말씀대로 마리아는 몹시 당황하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 모습

입니다.

 

또 하느님과 천사 가브리엘과 성모 마리아, 이 세 인물의 행동은 모두 다소 과장돼 보지만 그만큼 표현적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펄럭이는

옷자락들은 일이 현재 진행 중이라는 것을 한층 더 실감나게 합니다. 바깥에서 왼손을 뻗어 명을 내리시는 하느님과, 이제 막 방에 날아 들

어와 앉은 자세로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하느님의 뜻을 전하는 천사 가브리엘, 그리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양손을 들어 올린 채 어쩔 줄 몰

라 하는 성모 마리아, 악령을 상징하는 고양이가 천사 가브리엘의 등장에 놀라 꼬리를 내린 채 도망치고 있는 모습. 이 작품은 <성모영보>

 이야기를 직관적이고 단순하면서도 인간미 넘치게 표현한 남다른 매력이 드러나는 작품입니다.

 

살다보면 뜻하지 않은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내가 왜! 왜 내가 이런 고통을 당해야 하

나!” 하고 말합니다. 오늘 우리가 만나는 성모님도 그러하셨을 것입니다. 성모님이라고 왜 피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겠습니까? 그분은 그래

서 ‘어떻게’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그러나 이내 주님의 뜻이라면 그대로 이루어지소서라고 응답합니다. 주님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에게 닥친 이유 없는 고통을 피하지 않고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으신 주님께서 바로

내 곁에 계시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분이 내 아버지이신 하느님이시라는 믿음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