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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소리

' 별을 세는 밤 '

밤 열 시가 지났다.
잠들어 꿈나라로 갈 시간이다.
근데 오늘은 아니다.
아침 나절부터 집주변에 무성히 자란 잡초를
새로 구입한 예초기로 깨끗히 제거하느라 피곤할텐데,
잠이 달아 나 버렸다.
마당으로 내려섰다.
달빛도 없고 짙은 어둠만이 장막을 치고 있다.
한참을 앉아 있었드니, 어둠에 익숙해진 눈에 별들이 보인다.
건너 마을에서 맹꽁이 우는 소리가 요란하다.
마당가로 흐르는 실갯천의 물 소리가 졸~~졸~~졸~~~
고요의 적막이 사방에 무겁게 내려져 있다.
바스락~
넓은 마당 어딘가에서 잠든 강아지의 뒤척이는 소리가 들린다.
오른쪽 허리쪽에 찌리릿~ 약한 통증이 지나간다.
종일 예초기를 메었드니 무리가 갔나보다.
시골에서의 육체노동은 고단하기 보다 마음이 편하다.
손은 어느새 거칠어져 굳은 살이 박혀 있다.
도시의 편한 아파트를 나두고 왜 이렇게 사는 것이 마음이 편해지는 것일까.
불편함에서 오는 행복이다.
모든 것이 넉넉하고 부족함이 없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세탁기보다 흘러 내리는 개울물에 빨래감을 빨고
스윗치만 눌리면 따뜻해지는 것보다, 나무를 자르고, 도끼로 쪼개고
그래서 아궁이를 데워 따뜻한 온기를 맛보는 것이 더 행복하다.
바깥출입을 할 때, 무엇을 입어야 하나, 좀 더 좋은 옷 걱정 할 필요없이
땀흘리며 일하다 흙이 묻고 구겨진 작업복이라도
편하게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것도 행복하다.
장날이면 천원짜리 몇 장 지니고도 필요한 것을 살 수 있어 행복하다.
끼니 때면 텃밭에 심어논 상추 한 줌이면 행복해진다.
무엇보다 사람과의 소통도 단순해서 신경쓸 일이 적다.
"예" "아니요" 만 분명하면 된다.
속을 도통 알 수 없는 도회지 사람들과는 거리가 멀다.
어느새 4년이란 세월을 맞이했다.
점차 시골 생활에 익숙해지고 적응하는 내 자신을 발견하는 요즘이다.

달밤도 아니고 별빛 속에서 나 혼자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본다.
이제 들어가 자야 겠다.
별들아, 너희도 갈길 잘 가거라.
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