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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스테파노) 신부님 말씀 강

~ 나에게 영혼을 달라 / 양승국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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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8일 *연중 제31주간 금요일(R) - 루카16,1-8

 

 

 

"이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다."

 

<나에게 영혼을 달라>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약은 청지기(집사)’의 비유는 잘 새겨듣지 않으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상당한 비유입니다.

 

약은 청지기에 대한 비유말씀을 아무 생각 없이 읽다보면 예수님께서 공금횡령을 한 불의한 집사를 두둔하고 칭찬하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도대체 이 비유가 주장하는 바가 뭘까, 궁금증이 가시지 않습니다. 혹시라도 이 비유 말씀을 들은 재무담당자들이 약은 청지기의 불의한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해서 초대형 금융 사고를 터트리면 어떻게 되나 걱정도 됩니다.

 

그래서 이 비유 말씀은 소나 말이 먹이를 천천히 되새김질하듯이 진지하고 신중하게 말씀을 묵상해야 합니다. 곱씹고 또 곱씹는 묵상을 되풀이해야 할 것입니다.

 

비유의 핵심은 이것입니다. 세상의 자녀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하듯이 빛의 자녀들 역시 자신의 영혼의 유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교훈입니다.

 

자신의 영혼은 물론이고 돌보고 있던 수많은 청소년들의 영혼 구원을 위해 목숨 바쳐 일했던 돈보스코께서 살아생전 입에 달고 다녔던 말씀입니다.

 

나에게 영혼을 달라. 나머지는 다 가져가라!” 라틴어로 이렇습니다. “Da Mihi Animas Cetera Tolle!”

 

저는 한 아이의 영혼을 구하는 일이라면 악마에게 절까지 할 수 있습니다.”

 

영혼의 우위성을 인정하는 일, 우리 영혼 구원을 위해 최선을 다 하는 일, 하느님께 우선권을 두는 일, 이것이 약은 청지기 비유의 결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 삶의 우선권을 어디에 두느냐는 것은 우리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결정입니다. 물론 건강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마땅합니다. 건강해야 사람 구실도 하고 가족들도 부양합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전공 분야에 경지에 올라 인류와 사회를 위해 기여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이슬만 먹고 살수는 없지 않습니까? 열심히 그러나 정당한 방법으로 재산 증식을 위해 신경 쓰는 것도 아주 중요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중요한 대상이라 할지라도 거기에 최 우선권을 둬서는 안 됩니다. 그 아무리 대단한 것이라 할지라도 하느님 위에 위치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입니다.

 

아무리 건강관리를 잘 한다 해도 90, 100 넘어가면 다 소용없습니다. 자연스럽게 소멸되어가는 것이 불변의 진리이자 우주의 명확한 이치입니다. 차지하기 위해 그토록 기를 썼던 자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앉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누군가가 자리를 비워주기를 서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재물 역시 별반 다를 바 없습니다. 남들 다 가는 단풍놀이 한번 가지 않고 재물을 쌓아놓았는데 거울을 바라보니 어느새 인생의 끝에 서 있습니다. 그거 아까워서 어떡합니까?

 

결국 아무 대상에게나 우선권을 둘 일이 아니군요. 영원히 흔들리지 않는 기반, 불멸의 존재, 하느님만이 우선권을 드릴 대상입니다. 하느님 안에 영원히 함께 살아갈 우리 영혼의 구원을 위해 삶의 보다 많은 에너지를 투여할 일입니다.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부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