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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선(레오나르도) OFM

~ 연중 제 34주간 수요일 - 하느님께서 다하시도록 / 김찬선(레오나르도) 신부님 ~

 

“미리 준비하지 마라.

어떠한 적대자도

맞서거나 반박할 수 없는

언변과 지혜를 내가 너희에게 주겠다.”

 

미리 준비하지 말라는 주님의 말씀과

내가 너희에게 주겠다는 주님의 말씀을 묵상하다 보니

다윗의 얘기와 모세의 얘기가 겹쳐서 생각이 났습니다.

 

다윗의 얘기는 말년에 인구조사와 병적조사를 한 것에 대한 얘깁니다.

요압장군이 만류하는데도 다윗은 대대적인 인구조사와 병적조사를 한 뒤

잘못을 깨닫게 되는 얘기이고 벌을 받게 되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인구조사와 병적조사가 왜 문제가 되는 것입니까?

지금 우리의 눈으로 보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데 왜?

 

그렇습니다.

하느님을 생각지 않는 인간적인 눈으로만 보면 단순한 인구조사이고,

좋게 보면 이스라엘의 현재 상황을 정확히 알기 위한 인구조사입니다.

 

그러나 신앙의 눈으로 보면 하느님 불신과 교만의 문제입니다.

자기 백성과 군사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알고픈 마음이 문제이고,

내가 가진 것이 적으면 근심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문제이며,

내가 가진 것이 많으면 그걸로 흐뭇해하고 안심하는 마음이 문제인 게지요.

 

그런데 자기가 골리앗을 이긴 것이 가진 힘이 더 셌기 때문이 아니고,

그 수많은 적들을 물리친 것이 자기 군대의 힘 때문이 아님을

그 누구보다 다윗 자신이 잘 아는데도 순간 눈이 멀어

자기의 부와 자기의 힘을 확인하고 싶었던 게지요.

 

모세의 얘기는 아말렉과 싸울 때의 얘기입니다.

여호수아에게 장정을 뽑아 싸우러나가게 한 뒤

모세는 산 위로 올라가 손을 하늘로 쳐듭니다.

백성의 지도자라는 사람이 직접 싸우지는 않고

산위에서 손을 올렸다 내렸다 하며 하느님께 기도만 합니다.

 

군대가 싸우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싸우시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세는 아말렉을 대면하지 않고 하느님과 대면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주님께서도 총독들과 임금들에게 끌려갔을 때

무슨 말로 대답을 할까 미리 준비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왜냐면 당신이 다 해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주겠다.”는 말씀이 바로 그 말씀이지요.

 

그러므로 그들을 대면하게 되더라도 그들을 심중에 두지 말고

오히려 하느님께 마음을 두라는 말씀이십니다.

그들을 상대하는 것은 하느님께서 다 알아서 하실 것이니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아무 것도 없고

하느님께서 하시도록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면 된다는 것입니다.

 

무위지위無爲之爲,

아무 것도 하지 않음으로서 하는 거라는 뜻으로 이해해도 될까요?

우리 신앙적으로는 내가 아무 것도 하지 않음으로

하느님께서 모든 것을 하시게 하는 거라는 뜻이겠지요?

뒤집어 얘기하면 하느님께서 다 하시도록 내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거고요.

 

정말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길 정도로 아무 것도 준비하지 않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믿음이 우리에게 있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