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 드린 마지막 선물
사람은 누구나 숙명과 운명을 동시에 부여받고 태어난다고 한다. 숙명은 아무리 발버둥쳐도 결코 고칠 수가 없는 것이다. 내가 태어나 보니 첩첩산골이었고 가난한 늙은 아버지의 막내 아들이었다. 6.25의 포성이 막 가셨지만 보릿고개의 긴 장막이 내 유년 시절을 가로막고 있었다.아버지의 막내 사랑은 끔찍하셔서 들로 산으로 다니시면서 온갖 먹거리로 내 배를 채워 주셨다. 봄에는 찔레와 오디를 따서 주셨고 여름에는 산딸기를 따다 주셨다. 나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가도 늙은 아버지가 먹거리를 들고 나타나시면 까닭없이 자리를 피하곤 하였다. 먹거리의 달콤함 보다도 허리굽고 늙은 아버지가 더 창피했기 때문이었다. 가난의 세월을 뛰어 넘지 못한 아버지는 나를 진학 시키지 못했다. 논으로 밭으로 데리고 다니시면서 농삿일을 가르치셨다. 나의 마음속에는 책만 어른거렸다. 서울로 가면 책을 실컷 읽고 지긋 지긋한 농삿일도 면할것 같았다. 나는 아버지를 뒤로 하고 서울행 야간 열차를 타고야 말았다. 아버지는 까맣게 잊고 서울시민이 되어 열심히 일을했다.
초 겨울이 닥쳤다. 공장의 전화벨이 유난히 크게 울렸다. 시골의 이장님이었다. 지금 아버지께서 위독하신데 급히 내려 오라는 것이었다. 나는 야간 열차에 올라 아버지를 생각 했다. 전쟁에 큰 아들을 잃고 삶에 의욕을 잃고 사시다가 늦둥이인 내가 태어나자 심봉사마냥 핏덩이인 나를 안고 덩실 덩실 춤을 추었다는 아버지,
"아버지 이제 편히 쉬세요, 가족의 무거운 짐도 벗고 손도 고히 간직 하시구요, 낳아 주시고 길러주신 아버지께 겨우 내의 한 벌만 사드린 이 불효 막내를 용서하시고 편히 가세요. 아버지!......."
없다는 것은 아주 없는 것이 아니다
잠정적으로 없는 것이니
언제라도 있을 수가 있다
좀 형편이 낳아 지면 부모님을
잘 모실 수 있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그 땐 부모님이 이미 우리곁에
계시지 않을 수도 있기에
살아 계실 때 잘 모셔라-이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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