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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스테파노) 신부님 말씀 강

~ 사순제5주간목요일 / 양승국신부님 ~

4월10일 [사순 제5주간 목요일]

“당신은 아직 쉰 살도 되지 않았는데 아브라함을 보았다는 말이오?”

 

 

<가지 말아야 할 길>

 

 

‘롤러코스트’(궤도열차)를 타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요즘 웬만한 놀이동산에 가면 다 설치되어있지요.

오르락내리락, 구불구불한 노선을 따라 초스피드로 달리는,

그래서 짜릿함이 느껴지는 놀이기구 말입니다.

 

아이들과 살다보면 자주 가게 됩니다.

너무 자주 가서 요즘은 멀찍이 떨어져서 아이들 타는 것 구경만 하는 편입니다.

 

롤러코스트의 백미는 아무래도 정점까지 올라갔다가 순식간에 떨어지는 그 맛일 것입니다.

아래로 ‘확’ 떨어지는 순간, 정말 섬뜩합니다. 충격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심장질환이 있는 분들은 가급적 안타시는 것이 좋습니다.

 

여러 종류의 롤러코스트를 타면서 한 가지 느낀 점이 있습니다.

높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내려올 때 충격이 크다는 것입니다.

 

적당히 올라간다면, 혹은 아예 올라가지 않는다면,

그렇게 큰 충격은 받지 않을 것입니다.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끔 너무나 큰 충격에 크게 상심한 분들을 만납니다.

배신감에 치를 떱니다.

분노로 밤잠조차 설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너무 기대가 커서 그렇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과도한 기대치가 큰 실망, 큰 고통을 초래하는 것입니다.

 

관계 안에서 지속적으로 마음에 평화를 얻고 싶다면 방법은 한 가지입니다.

 

서로에게 걸고 있는 지나친 기대를 거두어야 합니다.

지나친 자기중심적 사고도 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평화롭고 행복한 사랑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유대인들, 참으로 불쌍하기 그지없습니다.

사랑으로 오신, 선물로 오신 메시아 예수님을 끝까지 이해 못합니다.

끝까지 화해하지 못합니다.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예수님을 향해 던지기 위해 돌까지 집어 손에 듭니다.

 

그들이 이처럼 눈이 멀었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들이 자신들의 코앞까지 다가온 구원을 내팽개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들의 메시아에 대한 과도한 기대,

그릇된 환상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메시아를 기대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고상한 메시아를 꿈꿨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현실적인 요구를 모두 충족시켜줄 해결사로서의 메시아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이 땅에 오신 메시아 예수님은 그런 차원 낮은 메시아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그려온 자신들만의 메시아는 더욱 아니었습니다.

 

지나친 선민의식, 지적 우월감에 빠진 유대인들은

오직 학문적, 관습적, 의지적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을 관찰했습니다.

공부했습니다.

신앙의 눈으로 받아들이거나, 가슴으로 수용하려는 노력이 부족했습니다.

 

그들이 따지는 말들을 보십시오. 한심합니다.

 

“당신은 아직 쉰 살도 되지 않았는데 아브라함을 보았다는 말이오?”

 

결국 그들은 인간적 울타리를 벗어나 하느님의 영역으로 들어서는데 실패한 것입니다.

 

하느님은 모든 것을 초월하시는 분임을 그들은 간과했습니다.

시공을 초월하시는 분, 인간적 혈연관계를 초월하시는 분,

국경을 초월하시는 분임을 망각했습니다.

 

그 결과 끝끝내 그들은 가지 말아야 할 길로부터 돌아서지 못했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