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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스테파노) 신부님 말씀 강

~ 너희는 그의 말을 잘 들어라 / 이기양 신부님 ~

너희는 그의 말을 잘 들어라 "

-이기양신부-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와 야고보, 요한만을 데리고 산으로 올라가셨습니다. 산 위에 오르시자 예수님 모습이 변해 해와 같이 빛나고 빛과 같이 눈부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난데없이 구약의 율법을 대표하는 모세와 예언서를 대표하는 엘리야가 나타나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 때 하늘에서 소리가 들리지요.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마르
9,7).
 예수님 모습에 너무나도 놀란 베드로가 얼떨결에 말합니다
.
 "저희가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스승님께, 하나는 모세께, 또 하나는 엘리야께 드리겠습니다"(마르
9,5).
 경외감에 압도당한 제자들은 이 황홀한 광경이 지속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마르 9,5)하며 충격과 감동에 취해 머무르기를 청하는 제자들을 데리고 산 아래로 내려오시며 함구령을 내리십니다
.
 

 사순 제2주일을 맞는 우리에게 일장춘몽과도 같은 이 놀라운 장면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첫째,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높은 산은 하느님을 만나는 장소이기에 예수님께서 산에 오르셨다는 것은 하느님을 만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
 둘째, 예수님 얼굴이 변해 빛나고 그 옷이 눈부셨다는 대목은 부활 때 예수님 모습을 미리 보여주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길을 겪으신 후에 받으시는 영광이 이렇게 대단하다는 것을 제자들에게 먼저 보여주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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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셋째, 구약성경을 대표하는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나서 예수님과 함께 말씀을 나눴다는 것은 예수님이 구약성경에 예언된 메시아라는 가르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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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째, 구름 속에서 '소리'가 들렸다는 대목이 있습니다. 구름은 하느님 현존 표시입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과 함께하시는 분이시라는 증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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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복음은 예수님이 구약에 예언된 메시아로서 산 아래에서 예고한 대로 십자가상 죽임을 당하지만(마르 8,31) 부활하여 큰 영광을 받게 될 것이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
 

 우리 시대의 가장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사셨던 분이 선종하신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스테파노 추기경님은 불의가 세상을 뒤덮고 24시간 감시와 도청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나라와 국민에 대한 걱정 때문에 불면의 밤을 지새며 평생을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사셨던 분이셨습니다.
 그러나 그분 빈소가 마련됐던 명동성당은 그분을 추모하는 열기로 상가가 아니라 마치 피정 집 같았습니다. 거룩한 기운이 그곳을 뒤덮고 있었고 사람들은 그분 삶을 그리며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마음의 눈을 뜨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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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추기경님께서는 오직 하느님만을 의지하며 십자가를 지고 부활의 영광에 참여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 주셨습니다. 우리는 그분과 같은 시대를 살 수 있어서 행복했고, 그분을 통해 산 아래 현실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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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제자들처럼 십자가 없이 영광만이 있는 산 위에 살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독려해 산 아래 현실로 내려오셨듯이 우리가 살아야 할 곳은 경쟁과 낙오, 갈등과 싸움, 미움과 배척이 상존하는 산 아래 현실입니다.
 사람마다 산 아래 현실은 어렵습니다. 장애인 자녀가 있을 수 있고, 직장을 잃고 방황하는 가장을 바라봐야 하는 가정이 내 가정일 수 있습니다. 또 부모 때문에 끝없이 참아야 하는 자녀들의 힘겨운 삶도 내 현실일 수 있습니다. 또 치매 시부모를 모셔야 하는 힘겨운 며느리 삶이 내 것일 수 있습니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감내하기 버거운 십자가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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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산 아래 현실은 누구에게나 예외가 없습니다. 그러나 성실하게 십자가를 지고 가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산위 놀라운 영광이 찾아온다는 희망을 전해주는 말씀이 오늘 복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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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순시기를 통해 영광의 부활에 동참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