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6주 화 요한 16,5-11(15.5.12)
일찍이 니체는 항상적인 세계의 상실과 더불어 최고의 가치를 상실한 허무적 상황을 가리켜 '신은 죽었다'(Gott ist todt.)라고 표현하였다.
현대인은 스스로가 주인인 양 처신할 뿐 아니라 ‘주님의 영’(靈)이 아닌 ‘육(肉)의 영’의 영을 따라 정신없이 살아감으로서 하느님을 죽이고, 하느님과 예수님의 부재 상황을 자초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제자들은 슬픔에 잠겨 어디로 가시느냐고 묻는 이가 없었다.
제자들은 예수 부재의 상황에서 자신들을 박해하고 적대시하는 세상과 맞부딪쳐야만 하는 처지를 생각하며 슬픔에 잠겼던 것이다.
예수님의 떠나감으로 인한 부재는 심판과 단죄를 의미한다.
심판은 해방을 가져다주는 사람이 없는 상황에 세상을 그대로 남겨놓는 예수의 완전한 부재상태이다. 예수님의 현존을 거부하는 것이 바로 근본적인 죄이다. 당신을 보내신 분께로 되돌아가는 것이며, 이 이별은 심판 때에 변호자의 역할을 하실 성령께서 오시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16,7).
그분은 아버지께로 되돌아가면 성령을 보내겠다고 거듭 강조하시며 제자들을 위로하신다 (16,7).
이제 우리는 예수님에게서 성령 안에 있는 공동체에로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세상의 죄악과 의로움과 심판에 관한 세상의 그릇된 생각을 폭로하고’ (16,8)
십자가의 궁극적인 의미를 밝혀주실 것이다.
“성령께서는 우리가 세속적인 것에 대한 애착심에서 벗어나 오직 천상 사물만을 갈망하게 하시고 두려움과 겁에서 해방되어 용맹의 정신을 갖게 하신다.” (성 치릴로 주교)
성령께서는 세상에 예수님의 신비를 계시하시며 제자들에게 예수님의 사명을 계속하도록 도와주실 것이다. 세상을 심판하는 것으로 활동하시고, 공동체 안에서는 진리에로 이끌어가는 것으로 활동하신다.
이 두 가지 활동은 깊이 관련되어 있다.
왜냐하면 협조자 성령의 활동은 신앙과 선포를 통하여 구원사건을 굳건하게 견지하고 있고 증언하고 있는 공동체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무엇이 죄이고 정의이며 심판인가를 선언한다.
공동체도 이제는 세상을 향해 이런 비판적인 물음을 제기할 단계에 와 있다. 공동체가 선포하는 승리는 예수님의 승리이며 그것은 바로 공동체의 사명이다. 인간을 한없이 사랑하시는 하느님만이 궁극적인 가치임을 드러내고 있는가?
나의 삶은 누구에게나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고 있는가?
예수님의 부재 상황에서 진정 우리는 그 빈자리를 예수님께서 남겨주신 사랑으로 채워야 하지 않을까.
성령의 오심을 거부하며 내 생각대로만 행하고 얼빠진 자신의 모습도 보지 못하면서 나대로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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