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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선(레오나르도) OFM

~ 지상성을 떨치고 하늘에 오르다. / 김찬선 신부님 ~

지상성을 떨치고 하늘에 오르다

-김찬선신부-

 

어제는 모 수녀원에 가서 고백성사를 주었습니다.
오늘이 성모 승천 대축일이기에 모든 수녀님께

성모 승천의 의미를 묵상하는 것을 보속으로 드렸습니다.
그리고 저도 승천의 의미를 묵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여러 가지로 승천의 의미를 볼 수 있겠지요
.

昇天은 하늘로 오른다는 것인데 그것의 참 의미는 무엇입니까
?
오르는 것이니 높아진다는 뜻입니까
?
그런 의미가 있지요
.
그런데 기어올라 높아지는 것입니까
?
오냐오냐하니까 한 없이 기어오른다고 할 때의 그 기어오름입니까
?
그런 오름이라면 천박하면서도 교만한 오름입니다
.
천박하면서 교만하다고 하였는데

많은 경우 교만은 천박합니다.
자신의 사회적 낮음을 비참함으로 여기고 불행해하기 때문이고
,
그래서 어떻게든지 높은 곳으로 오르려 하는 것이 때문입니다
.

그러나 참으로 고귀한 사람은 교만하지 않고 오르려하지도 않지요
.
자신의 낮음을 극복해야 할 비참한 처지로 생각지 않기 때문이요
,
오히려 은총이 내려오는 복된 덕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그래서 이렇게 복되게 낮은 자는 마리아처럼 스스로 오르지 않고

하느님으로부터 올림을 받습니다.

그러나 올림을 받아 올라가는 것도 높아지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
이것은 하와가 뱀의 유혹에 의해 선악과를 따먹고

하느님처럼 높아지려고 했던 것과 다릅니다.
마리아가 뱀의 머리를 짓밟는다는 것의 의미는

끊임없이 머리를 쳐드는 이 교만을 짓밟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늘로 올라간다는 것의 의미는

첫 째 지상을 떠나 하늘로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
그러니 올라감의 첫 번째 의미는 지상성의 초월입니다
.
아니 지상성에 머물려는 육적인 안주를 초극하는 것입니다
.
복음에서 보듯이 악령은 세상을 떠나는 것을 거부하고

심지어 돼지 안으로 들어가서라도 세상을 떠나려하지 않는데,
하늘로 오름은 바로 이런 지상성을 훨훨 털어버리고 오르는 것입니다
.

그러나 하늘로 오름은 무엇보다도 하느님께로 가는 것입니다
.
하늘로 오름은 아무 것도 없는 허공으로 오르는 것이 아닙니다
.
오히려 無와 空을 존재와 집으로 삼으시지만

우리를 인격적으로 사랑하시는 그 하느님께로 가는 것입니다.

마리아에게는 이 인격적 사랑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오고

마리아는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끝까지 따라
마침내 아버지이신 하느님께로 가는 것으로 이 사랑에 응답합니다
.
이것이 우리 승천의 전형이요 모범입니다
.

그러므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처음부터 끝까지 따르는 것
,
예수 그리스도의 가난과 수난과 부활의 그 사랑의 길을

마리아처럼 끝까지 가는 것을 이 축일에 마음에 새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