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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선(레오나르도) OFM

~ 용서 받지 못할 죄 / 김찬선 신부님 ~

용서받지 못할 죄

 

-김찬선신부-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우리가 사람들 앞에서 당신을 모른다고 하면
하느님의 천사들 앞에서 우리를 모른다고 할 것이라고 하십니다.
이 말씀이 상당히 감정적인 말씀으로 들리기도 하고
,
하느님의 아드님답지 않은 매우 인간적인 말
,
그것도 좀생이의 말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

그러나 우리의 주님이 그러셔서는 안 될 것 같고

뭔가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어지는 말씀을 봐도 그렇습니다
.
“사람의 아들을 거슬러 말하는 자는 모두 용서받을 것이다.

아무리 당신을 거슬러 말해도 용서한다고 하였으니
무시당한 것에 대한 감정적 보복으로
주님께서 우리를 모른다고 하시는 것이 아님이 분명합니다.
그러면 우리가 주님을 모른다고 할 때

주님도 우리를 모른다고 하시는 그 깊은 뜻은 무엇일까?

그것이 무엇일지 얼른 짚이는 것이 없습니다
.

한참을 생각해보니 이런 뜻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모른다고 하겠다는 것은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모르고 지내는 사이라는 것의 천명이 아닐 것입니다
.
그것은 오히려 앞으로 모르는 사이로 지내겠다는 의지의 천명입니다
.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며

앞으로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으로 살겠다는 천명입니다.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 앞으로 어떤 경우에도

그와 나를 엮거나 얽지 말라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매우 악마적입니다
.
악마가 그러하지 않습니까
?
‘당신과 내가 무슨 상관이 있다고 하십니까?

‘간섭하지 말아주세요.

그러므로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모르신다고 하는 것은
우리에 의해 상관이 없어진 당신과 우리의 관계를
당신도 어쩔 수 없다는 뜻일 것입니다
.
사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지체를 모르실 리 없고

당신의 지체를 떼어낼 수도 없습니다.
인간이 자기 손가락을 모를 리 없고

괜히 자기 손가락을 떼어낼 리도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모른다고 하면 당신도 모른다고 하시겠다는 뜻은

우리에 의지에 따른 단절입니다.
계속 단절하면서 살겠다면 당신도 어쩔 수 없다는 것입니다
.

저는 지옥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
지옥이 어떤 물리적인 장소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
지옥이란 영원히 하느님과 단절된
,
곳이라면 곳이고
,
상태라면 상태일 것입니다
.
사랑을 거부하고
,
사랑이신 성령을 거부하고
,
성령의 역사를 인정하지 않고 무시하는 것
,
이곳에서부터 저 하늘에서까지 그러하는 것
,
지금부터 영원히 그러하는 것
,
이것이 언제고 용서하길 원하시고 관계 개선을 원하시는 하느님의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이고

그 결과는 지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