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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욱현 신부님

~ 연중 제 30주간 토요일 - 겸손한 자세 / 조욱현 신부님 ~



연중 제30주 토요일

복음: 루가 14,1.7-11: 스스로 높이는 자는 낮아진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바리사이파 사람의 집에 초대를 받아 가셨다가, 사람들이 모두 상석에 먼저 앉으려고 하는 것을 보시고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11절)라고 하셨다. 잔치의 초대를 받았을 경우의 예를 들으신 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바로 겸손의 덕을 갖추라는 것이다. 하느님 앞에 겸손한 자세를 가지라는 말씀이다.

“너보다 귀한 이가 초대를 받았을 경우, 너와 그 사람을 초대한 이가 너에게 와서, ‘이분에게 자리를 내드리게’ 할지도 모른다.”(8절) 이런 일을 당하면 얼마나 창피할까! 이것은 도둑질하다 붙잡혀서 훔친 물건을 도로 내 놓는 것과 같을 것이다. 그는 그것을 가질 자격이 없으므로 가지고 있던 것을 내어 놓아야 한다. 그 자리에 앉을 자격이 있는 온유하고 겸손한 사람은 그 자리를 남에게 양보한다.








그러기 때문에 그런 사람은 아무도 그를 헛된 자만에 차 있다고 보지 않는다. 그런 사람은 받아 마땅한 명예를 누리게 될 것이다. 이를 두고 예수님께서는 “너를 초대한 이가 너에게 와서, ‘여보게, 더 앞자리로 올라 앉게’ 할 것이다.”(10절)라고 하신다. 윗자리에 앉으려고 하면 마땅히 빛나는 덕행으로 다른 사람을 앞서야 한다. 덕행의 법칙은 뽐내지 않고 자기를 낮추는 마음이다.

겸손한 신앙인이 있고 교만한 신앙인이 있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 나라를 자신해서는 안 될 것이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11절) 우리가 만일 참된 겸손으로 오를 수 있는 높은 곳에 닿고자 한다면, 선행으로 올라가야 한다. 이것이 야곱이 보았던 사다리이다. 사다리의 양쪽 장대는 우리의 영과 육이며, 가로대는 겸손과 수양으로 만들어져 있어 그것들을 밟고 하느님께로 올라가는 것이다.

그 겸손의 덕을 어떻게 갖추라는 것인가? 그것은 사실을 사실대로 받아들여 인정하는데 있는 것이다. 즉 자기 자신의 처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자신의 처지를 올바로 인정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겸손되이 하느님께 자비를 청했던 세리의 기도의 자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겸손하고 가난한 자의 기도를 하느님께서는 기꺼이 들어주신다고 하였다. 그리고 참으로 올바른 사람으로 인정받았던 세리였기 때문이다.

이제 모든 삶의 균형을 이루신 예수님의 마음과 삶 앞에, 복음의 말씀 앞에 자신의 모습을 비교해서 살펴본다면 자신도 모르게 고개 들고 나오는 교만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진정 겸손한 자세로 주님 앞에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이고 자비를 청할 수 있는 우리 되도록 은총을 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