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의 눈과 영적인 눈,
-김찬선신부-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우리의 미사 경문은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라고 합니다.
이것은 제게 자비를 베푸시라는 것인가,
아니면 저기 쟤에게 자비를 베푸시라는 것인가요?
옛 미사 경문은 “주님,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하였기에
너도 불쌍하고 나도 불쌍하며
그러니 우리 모두 자비를 필요로 하는 사람임이 명확했습니다.
한 때 저는 이 기도가 싫었습니다.
내가 왜, 어째서 불쌍하다는 거야 하면서 반감이 들었습니다.
너무도 교만하였기 때문입니다.
또 교만 때문에 다른 사람을 불쌍히 보기도 하였는데,
제가 그를 불쌍히 여기면 그가 매우 자존심을 상할 것이기에
그를 불쌍히 여기고 그에게 자비를 베푸시라고 기도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인생을 더 산 지금, 너나 할 것 없이 불쌍합니다.
돈이 없어서 불쌍하고, 병이 들어서 불쌍한 것이 아닙니다.
돈이 없어서 불쌍한 것이 아니라 돈이 없어 불행한 사람이 불쌍하고,
병이 들어서 불쌍한 것이 아니라 병 때문에 불행한 사람이 불쌍하고,
한 마디로 행복할 줄 모르는 인생들이 불쌍한 것입니다.
행복의 길을 밝히 볼 수 있는 눈이 모두 뜨였다면 행복할 텐데
권력의 향배가 어떻게 돌아가는 그것을 보는 눈은 멀쩡해도
이 행복의 길을 보는 영적인 눈은 멀었기에 불쌍하고,
세상 것을 보는 탐욕의 눈은 멀쩡해도
하느님을 보는 영적인 눈은 멀었기에 불쌍하며,
남의 죄를 보는 신랄한 눈은 멀쩡해도
자기 안의 육의 영을 꿰뚫어보는 영의 눈은 멀었기에 불쌍합니다.
그러니 오늘 눈 먼 이처럼 “주님,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하고
기도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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