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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경호(프란치스코) OFM

~ 그리스도왕 대축일 / 기경호 신부님 ~





그리스도 왕 대축일 요한 18,33ㄴ-37(15.11.22)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요한 18,37)




Jesus Christ the king






 진리를 증언하는 예수님의 제자


오늘 복음에서 빌라도가 예수님께

 “당신이 유다인들의 임금이오?” 하고 묻습니다

(18,33).


이에 대해 예수님께서는 빌라도 자신의 생각인지를 되물으십니다.


 그러나 빌라도는 자기 생각을 소신껏 밝히지 않고

유다인들의 생각과 그들의 처사만을 언급하며 책임을 회피합니다.


그의 눈에 예수님은 이미 하느님의 아들이 아니라 죄수로 보였던 것입니다.


그의 마음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은

 양심의 소리도, 하느님의 진리도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18,36-37) 하고 말씀하십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또 성실한 증인이시고

죽은 이들의 맏이이시며,

세상 임금들의 지배자이십니다.”

(묵시 15,5)


 예수님께서는 자신이 진리의 주체요

진리에 따라 통치하러 오셨음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증언하시려는 진리는 하느님 나라의 진리요 사랑의 통치입니다.


예수님이 보여주신 하느님 나라의 통치는

세상의 기득권자들 위한 통치가 아니라

사랑과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을 중심에 모시고,

그분으로 인하여 모든 이가 구원에 이르는 행복을 누리도록

 이끄는 통치인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일상의 삶에서 십자가의 희생을 받아들이고,

예수님께서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것이 진리임으로

삶으로 보여주는 진리의 증인이 됨으로써

 예수 그리스도의 왕권에 참여하도록 불렸습니다.


 예수님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십니다

(요한 14,6).


곧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 모두가 진리입니다.

따라서 진리는 하느님의 구원계획이며, 사랑과 생명이요,

정의와 희망이며 부활입니다.

내 삶에 있어 예수님은 과연 나의 왕이신지 살펴봅니다.


그분이 나의 왕이라면 그분이 내 안에 계셔야 하고

내 삶이 곧 그분의 존재 이유, 진리를 드러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내 삶의 중심에 미래에 대한 걱정, 강의나 강론 준비,

 원고집필 등에 대한 생각으로 꽉 차 있을 때가 있습니다.


그분이 나의 모든 것이 되어야 할텐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예수님 외에 다른 것들과 섞어놓은 채 방치할 때도 있습니다.

예수님이 나의 주인이시라면 그분에게서 답을 찾고 힘을 얻어야 할텐데

 때로는 실망하고 감정에 흔들려 그분을 외곽으로 내몰아버릴 때도 있습니다.


진리를 증언하는 것이 이론과 지식을 전하는 것만이 아님을 잘 알면서도

 예수님의 전부가 아닌 일부만을 그것도 말로만 전할 때

나는 그분을 왕으로 모시고 있지 않습니다.


다시 한 번 나의 삶의 중심에 그리스도를 모시고,

예수 그리스도를 삶의 기준으로 삼고

그분의 모두인 진리를 증거하도록 마음을 모아 봅니다.

우리 사회로 눈을 돌리면, 돈과 권력과 언론이 왕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진리이신 예수님이 왕이 아니라 상위 10%의 사람이 66%의 부를 독점하고,

상위 0.1%의 부유층이 금융자산의 19.4%를 차지하며,

 저소득층 가운데 36%는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며,

신분 세습과 권력형 부패가 국가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나라.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자포자기하고

자살율 1위의 나라.

언론은 통제 당하여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생존권과 안전을 위한 부르짖음마져 외면 당하는 나라.

 이 나라의 한복판에 예수님은 왕의 자리를 잃었습니다.


진리이신 예수님은 어디에 계실까요?

예수 그리스도를 왕으로 모시며 산다는 이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