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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선(레오나르도) OFM

~ 온 정성과 온 힘을 다하여 / 김찬선 신부님 ~

온 정성과 온 힘을 다하여

 

 

오늘 복음을 보면 부자도 헌금을 하고 가난한 과부도 헌금을 합니다.
부자는 가지고 있는 것의 얼마를 헌금하고

과부는 가지고 있는 것의 전부를 헌금하였습니다.
주님은 과부를 칭찬하였습니다
.
그렇다고 부자를 비난하지도 않으셨습니다
.
상대적으로 정성이 부족하다는 뜻은 담고 있지만

비난하신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봤습니다
.
어떤 것이 더 쉬울까
.
천 원 가지고 있는 사람이 천 원을 다 헌금하는 것과

가지고 있는 천억 원을 다 헌금하는 것과 어떤 것이 더 쉬울까.
반대로 어떤 것이 더 어려울까
.
천 원이 가진 것의 전부인 사람이 더 쉬울 것입니다
.
가진 것 천억 원을 다 헌금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울 것입니다
.
천 원을 가진 사람은 어차피 도 아니면 모입니다
.
전혀 안 내던지 낼 바에는 다 낼 수밖에 없습니다
.
그러나 천억 원을 가진 사람은 일부인 백억 원을 내어도

많이 내는 것이기에 일부만 내어도 됩니다
.
또 천 원을 가진 사람은 그 천 원이란 것이 있으나 없으나

사실 별 차이가 없기에 다 주는 것이 쉽습니다
.
그러나 천억 원을 가졌던 사람이 다 주고 한 푼 없이 되는 것은

그 전과 후가 천지차이가 되기에 다 주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여기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가진 것을 다 헌금한 과부의 행위가 별 거 아니라는 뜻이 아닙니다
.
가난한 사람이 무엇을 하기만 한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전부를 걸고 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
능력이 없는 사람이 능력이 없다고 안 할 수도 있지만

하기만 한다면 능력이 없기에 온 힘을 다 해서 할 것입니다.
돈이 없는 사람이 선물을 하려고 할 때

돈이 없다고 선물 하는 것을 포기할 수도 있지만
선물을 한다면 가진 것 톡 털어서 선물을 할 것입니다.

저는 저 자신을 반성합니다
.
저는 하느님께서 능력을 많이 주셨습니다
.
그런데 저와 가까이서 일과 삶을 동반하는 한 형제는

저보다 능력이 많지 않습니다
.
그래서 저는 별로 힘을 안 들이고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는데

그 형제는 별 거 아닌 일 하나를 가지고 끙끙 댑니다.
답답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온 힘을 다해 그 형제가 하는 것임을 알기에

어떤 때는 부럽기도 하고 어떤 때는 존경스럽기도 합니다
.
그리고 이 형제를 보며 저는 정성이 부족한 저 자신에 대해

늘 일종의 부끄러움이 있습니다
.

이것이 가난한 사람의 특전입니다
.
하기만 한다면 온 힘을 다 해 하고

주기만 한다면 가지고 있는 것을 다 줄 수 있는 것 말입니다.
그런데 모든 것을 다 동원하는 것
,
이것이 정성을 다 하는 것이 아닙니까
?
그리고 그 행위에 존재가 다 걸려 있으니

온 정성을 다 할 수밖에 없고

그 정성은 보통 정성이 아닙니다.

가난한 사람이 주님께 칭찬 받는 이유이고

가난한 사람이 행복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