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팔일 축제 내 제5일
루카 2,22-35(15.12.29)
“그리스도는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십니다.”(루카 2,32)
♣ 사랑의 삶으로 지피는 모닥불 ♣
마리아와 요셉은 율법에 따라 아기 예수를 성전에서 주님께 바침으로써 구세주를 받아들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사람의 손에 자신을 맡기시어 사람들 깊숙이 들어오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속죄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손에 의해 하느님께 봉헌되어 주님께 성별되신 것입니다. 이렇게 오신 예수님께서는 스스로 ‘피를 쏟아’ 봉헌하시며 인류를 구원하셨습니다. (루카 2,25), 하느님을 두려워함으로써 얻어지는 지혜 속에 살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에게 죽기 전에 주님을 뵙게 될 것이라고 알려주십니다 (2,26). 그는 가난 속에 사랑으로 오신 메시아 예수님을 두 팔에 받아 안고 하느님을 찬미하였습니다 (2,27). 기다린 사람만이 부를 수 있는 구원을 노래합니다. 그의 기쁨은 긴 세월 기다려온 간절함 이상으로 벅찼겠지요. 그는 예수님이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이스라엘에게는 영광”(2,32)임을 고백합니다. 예수님을 통하여 일생동안 기다려온 구원을 본 의로운 종, 시메온은 구세주를 알아보고, 평화로운 죽음을 맞습니다 (2,29). 시메온의 노래는 우리의 신앙의 여정과 마음가짐을 잘 말해줍니다. 빛 안에 머무르려면 하느님의 계명과 말씀을 지키고 (1요한 2,4-5), 그리스도처럼 살아야 합니다 (2,6). 말씀을 지킨다는 것은 말씀을 알고 그 깨달음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으며 하느님을 완전히 사랑하는 것을 말합니다. 목숨을 바쳐 끝까지 사랑의 길을 가는 것을 말합니다. 그 길은 온갖 역경과 박해, 미움과 증오를 견뎌내고 죽음까지도 받아들이는 전적인 수용의 길입니다. 한마디로 철저히 이타적으로 사는 것을 말합니다. (2,10). 조건 없는 이타적 사랑은 사람을 감동시킬 뿐 아니라 사랑을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그리고 그 사랑을 바라보는 모든 이에게 영혼의 모닥불을 지핍니다. 하느님을 알고 있다고 입으로 떠벌이면서 실행하지 않는 사람은 거짓말쟁이입니다 (2,4). 자신을 내맡기며 주님께 대한 믿음과 사랑으로 묵묵히 구세주를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시메온은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늙어간 것이 아닙니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늘 하느님을 마음에 품고 그리워하며, 의롭고 경건하게 살았습니다. 나에게 과연 내맡김과 사랑의 기다림, 의로움과 경건함, 하느님 현존의식이 있을까요? 나의 피와 땀과 마음을 기꺼이 내놓는 사랑으로 영혼의 모닥불을 지피는 빛의 여정이 되길 기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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