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바오로 미키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
토, 마르 6,30-34(16.2.6)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마르 6,32)
♣ 멈추어 듣고 살피는 인생 피정 ♣
하느님 안에서 예수님을 따라가는 신앙인의 인생은 그 자체가 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 친히 공생활을 시작하기 전 성령에 의해 광야로 보내지시어 사십 일 동안 사탄에게 유혹을 받으시며 피정하셨습니다 (마르 1,12-14). 그분께서는 세상에서 물러나 오직 하느님과 함께 지내면서 하느님의 뜻을 식별하고 공생활을 준비하신 것입니다. 새벽에 일어나 외딴곳으로 나가시어 기도하셨고 (1,35), 나병환자를 고치신 다음 외딴곳에 머무르기도 하셨습니다 (1,45). 오늘 복음에서는 분부대로 파견하였던 제자들이 돌아와 행하고 가르친 바를 보고드리자,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하고 말씀하십니다 (6,30-31). 예수님께서는 쉼을 가짐으로써 사명의식을 새롭게 하도록 제자들에게 피정 시간을 주신 셈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쉼을 위해 창조하셨으며, 쉼을 통해 이레째 날을 축복하심으로써 모든 피조물을 ‘있음 자체로’ 보기에 좋은 존재가 되게 하시고, 영원의 시간으로 바꿔주셨습니다. 이렇듯 창조의 완성은 쉼이며, 쉼으로써 모든 순간이 창조주 하느님과 함께 있는 축복이 됩니다. 피정은 그런 축복의 여백입니다. 우리는 멈춰야 하느님이 보이고 참 ‘나’를 알 수 있음을 잘 압니다. 인생은 그렇게 멈춰가는 피정임에도 무엇이 그리 바쁜지 멈출 줄 모르고 바삐 움직입니다. 피정이 필요한 줄은 알면서도 시간이 날 때 행사 치르듯 거치는 과정쯤으로 여기며 살아갑니다. 멈추어 주님의 영을 호흡하는 카이로스의 연속이며 내면의 소리를 듣는 시간입니다. 따라서 하느님 안에서 쉼인 피정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가장 순간으로 여겨야 합니다. 또한 하느님께서 연주하시는 교향곡의 기본 선율이 창조와 쉼이듯 우리 인생도 사랑과 생명을 위한 내어줌과 하느님 안에서의 멈춤의 리듬을 타야 합니다. 하느님의 창조의 영 안에 머물러 하느님과 자신을 바라보는 습관을 가져보십시오. 고요 가운데 나의 생각과 마음과 몸짓을 멈추어 주님의 현존을 느끼고, 저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주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피정의 시간이 이어질 때 생명력을 회복하고 영에 눈을 떠 내가 누구이며 어디쯤 가고 있는지 알아차리게 될 것입니다. 자기 뜻을 앞세우며, 보이는 것과 들리는 소리, 일시적인 현상과 세상의 유혹들에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피상적이고 세속적인 인생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예수님을 본받아 외딴곳으로 물러가 기도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피정을 통해 본성을 회복하고 회개할 때 하느님의 생명과 자비와 자유를 선포하는 행복한 존재가 될 것입니다. 자신의 내면의 소리와 이웃의 고통을 듣는 멈춤과 쉼의 시간을 가짐으로써 거룩함으로 한발짝 더 나아갈 수 있길 기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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