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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느님은 불의와 박해에 침묵하지 않으신다." / 교황 프란치스코 ~

“하느님은 불의와 박해에 침묵하지 않으신다”

프란치스코 교황 IS 점령지에서 박해받는 중동의 그리스도인들에게 격려 메시지

▲ 시리아와 이라크를 탈출한 그리스도인들이 지난해 5월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소재 UN 사무소 앞에서 '중동 그리스도인들을 구해 달라'고 쓴 현수막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CNS 자료사진】

프란치스코 교황이 중동의 이슬람 사회 특히 극단 무장 세력 이슬람 국가(IS) 점령지에서 고통받는 그리스도인들에게 "하느님은 당신 자녀들의 고통과 울부짖음에 침묵하지 않으신다"고 격려 메시지를 보냈다.

교황은 1월 27일 일반 알현에서 아랍어권 순례자들을 향해 "하느님은 불의와 박해에 침묵하지 않으시고 개입해서 당신 자비로 구원하실 것"이라고 말한 뒤 "악의 세력으로부터 중동의 그리스도인들을 보호해 달라"고 기도했다.

교황은 그간 여러 번 위로와 연대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이날의 어조와 표현은 사뭇 달랐다. 타 종교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 "침묵하지 않으신다" "악의 세력으로부터" 같은 표현을 한 적이 거의 없다. 중동 지역에서 들려오는 그리스도인들의 울부짖음이 그만큼 심각한 상황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현지 소식을 종합해 보면 차별과 박해 상황이 더 악화된 것이 확실시된다. 이라크 바그다드에 있는 칼데아 가톨릭 교회의 루이스 사코 총대주교는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차별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그들은 공포를 조장해 그리스도인들이 고향을 떠나게 한다"고 증언했다. 그는 1월 25일부터 3일간 모로코 이슬람 주최로 열린 평화 포럼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비자 문제로 발이 묶여 서면으로 이 같은 현실을 전했다.

"부동산업자는 그리스도인이라고 하면 계약을 거부한다. 심지어 그리스도교를 믿는 소녀들에게 히잡을 쓰라고 강요한다. 성모 마리아도 쓰고 다녔다면서 말이다. 그리스도인 증인을 단지 종교적 이유로 법정에서 쫓아낸 판사도 있다."

사코 총대주교는 또 "이라크는 2003년 미국 침공 이후 계획적으로 그리스도인을 비롯한 소수 종교인을 제거하고 있다. 우리의 토지는 물론 역사와 가치까지 짓밟고 있다"고 비난했다.

IS 수중에 넘어간 북부와 시리아 접경 지역 상황은 더 심각하다. IS 점령지 모술에서 탈출해 아르빌에 머물고 있는 폴 타빗 신부는 최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IS는 교회 재산을 강탈한 채 그리스도인들에게 '개종 아니면 죽음을' 강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라크와 시리아에 국한된 상황도 아니다. 중동의 이슬람 사회 대부분 지역에서 그리스도인들은 크고 작은 차별과 박해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워싱턴 DC 대교구장 도널드 우얼 추기경은 지난달 발간한 책자 「순교를 향해」 서문에서 "오늘날에도 여러 곳에서 '나는 그리스도인'이라는 고백이 죽음으로 치러야 하는 죄를 의미한다"고 개탄했다.

"박해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를 '조각난 채로 진행되는 일종의 집단 학살 형태를 띤 제3차 세계대전'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신뢰할만한 통계에 따르면 60개국에서 그리스도인 2억여 명이 신앙생활에 제약을 받고 있다. 박해자들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신성모독과 선동죄를 덮어씌운다."

우얼 추기경은 서방의 주요 언론과 미국 사회의 무관심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박해 상황은 언론 매체의 주 관심사가 되기 어렵다. 외교관들과 정부 수반도 상황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저 골치 아픈 정치 문제 중 하나일 뿐이다. 그리스도인 순교는 미국에서 관심 사항이 아니다. 진보 세력의 관심을 끌기에는 지나치게 종교적이고 보수 우파에게는 너무 동떨어진 외국 문제다. 순교자들은 외롭게 수난을 겪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권고 「복음의 기쁨」(253항)에서 이슬람 사회를 향해 간곡히 호소한 바 있다. "무슬림들이 서방 국가들에서 누리는 자유를 감안하여 이슬람 전통 국가들이 그리스도인들에게 예배를 드리고 자신의 신앙을 실천할 자유를 줄 것을 당부하고 겸허히 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