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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성인의 꿈과희망

~ 성 프란치스코의 태양의 노래 해설 ~



태양의 노래


    글 : 오상선 바오로 신부 / 작은형제회 관구봉사자 아시시의 성 프란시스코 태양의 찬가는 피조물을 통한 찬미, 사람을 통한 찬미, 죽음을 통한 찬미 3부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이 노래의 중심 주제는 하느님 찬미이다. 하느님 찬미의 노래 우리는 먼저 피조물을 통해서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다. 창조주이신 하느님께서는 해와 달과 별, 바람과 공기, 구름, 맑은 날씨, 사시사철, 물과 불, 땅과 그 안에서 자라는 꽃과 풀, 과일을 통해서 우리에게 온갖 좋은 것을 다 베풀어 주시니 감사와 찬미와 존경과 영광과 영예를 받아 마땅하다는 것이 프란치스코의 생각이다. 그 생각이 제1부 ‘피조물의 노래’가 된 것이다. 제2부는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통해서도 찬미를 받으셔야 하는데, 특히 용서(인내)와 화해를 통한 평화는 하느님을 찬미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다. 이는 아시시 주교와 시장 사이의 불화 소식을 들은 프란치스코가 이 용서의 노래를 통해 두 사람이 화해의 눈물을 흘리고 서로 용서하여 평화를 찾게 된 결과를 가져왔다. 프란치스코의 하느님 찬미는 이렇게 1부 피조물의 노래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능력이나 업적을 통해서가 아니라 생각하기 어려운 용서와 화해를 통한 찬미의 영역을 부각시켰다는 데서 그의 영성의 깊이를 짐작해 볼 수 있게 해준다. 제3부는 더욱 극적이다. 하느님께서는 죽음을 통하여 찬미를 받으셔야 한다는 논점이다. 죽음은 인간이 가장 싫어하고 멀리하는 것이며 찬미해야 할 대상이라기보다는 저주의 대상일 수 있다. 프란치스코는 죽음을 생명의 끝이 아닌 영원한 생명의 문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죽음은 자비하신 하느님의 가장 큰 선물이기에 찬미와 감사를 드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주적 형제애와 참된 회개 이러한 구조적 특성 이외에 태양의 노래는 다른 피조물 찬가들과 사뭇 다른 특징들을 보여 주고 있다. 성경의 대표적 피조물 찬가인 시편 148편이나 다니엘서와 비교해 볼 때, 태양의 노래에서는 항상 피조물이 아닌 주님이 중심에 있다. 피조물을 부르지 않고 주님을 부르고 있다. 주님이 주어이지 피조물이 주어가 아니다. 주님은 이 노래에서 열 번이나 나온다. 또한 등장하는 피조물들이 하늘과 땅, 그 사이의 대표 조물들로서 온갖 만물을 의미하고 있는데, 그러면서도 음양의 조화, 즉 남성(형제)과 여성(자매, 어머니)의 기막힌 조화를 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피조물과 사람이 차별되지 않고 창조주이신 하느님 안에서 같은 형제자매로 포함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피조물들은 모두 긍정적인 차원에서만 조명되고 있는 반면, 인간의 측면에서는 고통과 병고, 상처와 아픔, 종국에는 죽음에 이르기까지 부정적 차원이 부각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노래의 두 중심 주제는 하나의 거대한 가족으로서의 우주(우주적 형제애)이고, 용서와 화해와 평화(참된 회개)이다. 노래의 실천적 과제 태양의 노래는 우리에게 실천적인 과제를 제시해 준다. 여기서 그 과제들을 함께 음미해 보았으면 한다.

      ♣ 해와 달과 별 산보하면서 햇볕과 그 따스함을 느껴 보라. 10분간 장님이 되어 보라. 다른 이를 위해 촛불을 밝혀 보라. 10분간 침묵 중에 밤하늘을 응시해 보라. 해돋이와 해넘이를 관상해 보라. 내 어둠의 빛은 누구이신가? ♣ 바람과 날씨 자신의 숨을 의식적으로 느껴 보라. 구름을 바라보라. 한여름의 시원한 바람을 한번 느껴 보라. 오늘 날씨에 대해 감사해 보라. ♣ 물 하루 동안 내가 물을 얼마나 쓰고 있는지 관찰해 보라. 물을 사용하지 않고 하루를 지내 보라. 비를 맞으며 걸어 보라. 샘에서 물을 마셔 보라. 아침에 찬물로 씻어 보라. 샘 주위를 깨끗하게 청소해 보라. 성수를 찍으며 세례를 기억해 보라. 생명의 물을 어디서 얻을 것인가? ♣ 불 뜨거움이나 추위를 한순간 의식적으로 느껴 보라. 불을 켜고 그 빛을 바라보라. 난방을 생각해 보라. 낮 동안 불의 흔적, 자취를 한번 찾아보라. 집안에서 불의 흔적은? 불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보라. ♣ 땅 아침 일찍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맨발로 흙을 한번 밟아 보라. 의식하면서 음식을 먹어 보라. 하루 동안 단식해 보라. 흙을 만져 보고 흙냄새를 맡아 보라. 정원에 꽃을 가꾸어 보라. 수많은 과일들과 빛깔들을 유심히 관찰해 보라.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라.” 이 말을 묵상해 보라. ♣ 용서와 평화 용서에 민감하라. 수고와 불편을 감수해 보라. 병고에 인내하고 환자를 방문해 보라. 다른 사람이 십자가를 지는 데 도와줘 보라. 십자가의 길을 하며 묵상해 보라. 다른 사람들과 평화를 유지하려고 노력해 보라. 이방인, 피난민들의 벗이 되어 주라. 하느님의 용서를 기꺼이 받아들여라. 나를 평화의 도구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라. ♣ 죽음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하라. 나에게 부족함이 있을 때 나의 행동을 관찰해 보라. 나 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라. 묘지를 방문하고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라. 노인들을 방문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라. “나에게 있어 죽는 것이 이익”이라는 사도 바오로의 말씀을 묵상해 보라. 나는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가? 나는 어떻게 하느님을 찬미하는가? 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통해서 하느님을 체험하고 찬미하는가? 나는 인간적인 갈등과 병고와 아픔을 통해서 하느님을 체험하고 찬미하는가? 나는 죽음에 이르러서도 하느님께 찬미의 노래를 바칠 수 있을 것인가?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하느님이 지극히 높으시고 선하심을 깊이 인식하고, 우리 자신은 피조물로서 아무것도 아님을 먼저 깨달아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