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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성화, 미술

~ 동방박사의 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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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이 있는 그림] 너의 빛이 왔다


히에로니무스 보스, <동방박사의 경배>(부분), 1500년경, 138x72cm(중앙패널), 패널에 유채, 프라도 미술관, 마드리드

폐허가 된 마구간 앞에는 허리를 곧게 편 채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아기 예수를 앉고 있는 성모 마리아가 있다.

 

예수님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인다.

세 명의 동방박사는 이 세상의 구세주로 오신 예수님께 경배하고 있다.

 

멀리 있던 동방의 박사들은 깨어서 하늘을 향하며 하느님의 초대에 귀를 기울였기 때문에 유다인들의 임금이 태어났음을 알았다.

그들은 경이로운 별의 인도와 헤로데 임금이 알려준 대로 유다 베들레헴에 당도했다.


멀리 전원과 도시 풍경이 광활하게 펼쳐진 가운데 하늘에는 동방 박사를 인도한 별이

반짝이고 그 아래의 다 쓰러져가는 허름한 집 앞에는 잘 차려입은 세 명의 박사들이

보물을 들고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경배한다.



붉은 옷을 입은 백발이 성성한 가장 나이 많은 박사는 무릎을 꿇고 자신의 모자까지

옆에 벗어 놓은 채, 선물로 이사악의 희생 장면이 조각된 황금을 겸손하게 마리아의

발치에 내려놓았다.

 

 

황금 조각의 바닥에는 두꺼비가 깔려 있다.

황금은 그리스도께서 하늘과 땅의 왕이심을 나타내는 것으로, 곧 임금을 상징한다.

 

 

그러나 여기서 이사악의 희생 장면은 앞으로 예수님께서 겪으실 희생을 암시하고 있으며,

두꺼비는 흉측스럽게 생긴 데다 해 질 무렵에만 나타나기에 어둠에 속한 악마(사탄)를 상징한다.

 

또한, 벗어놓은 왕의 모자에는 두 마리의 펠리컨이 체리를 물고 있는 장식이 보인다.

어미 펠리컨은 배고프다고 칭얼대며 서로 싸우는 새끼들을 지켜보다 자신의 가슴을

쪼아 벌린 뒤 거기에서 흘러넘치는 피로 새끼들을 살린다.

 

어미의 희생으로 사랑하는 자식들의 생명을 구한다는 사랑 이야기이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도 이 땅에 오시어 자신의 피로써 인간의 죄를 구원한다는 깊은 사랑을 의미를 담고 있다.

 

벚나무의 열매인 체리의 붉은색은 예수님 수난의 상징으로 십자가 위에서 흘린 피를 말한다.

두 번째 박사는 유향을 담은 은쟁반을 들고 있다.

유향은 가장 거룩한 제사에서 태우는 값비싼 향료로 한 분이신 하느님을 의미한다.

 

박사의 어깨에 두른 옷에는 스바 여왕과 솔로몬이 만나는 장면이 장식되어 있다.

이 묘사는 동방 박사들이 예수님을 방문할 것을 예고한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로 흰옷을 입은 젊은 흑인은 몰약을 담은 둥근 그릇을 오른손에 들고 있다.

 

그릇에는 다윗이 아브넬과 그 부하들에게 잔치를 베풀어 주는 장면이 새겨져있고

그릇의 바로 위에는 체리를 먹고 있는 새가 세공되어 있다.

 

이 또한 예수님의 희생을 의미한다.

그러나 박사의 다른 한 손에는 세공된 딸기를 쥐고 있기에 수난의 의미와 함께 천국에서 맛볼 달콤함도 연상시킨다.

 

몰약은 앞으로 우리를 대신해 십자가에서 돌아가실 하느님의 어린양임을 뜻하는 예물로서, 참사람이심을 상징한다.



박사들은 예수님을 진지하게 찾았고, 그분을 발견하였기에 기쁨으로 가득할 것이다.

마구간 지붕 위에서, 집 뒤에서, 문 뒤에서 여러 무리가 박사들의 경배 모습을 경계의

눈빛으로 훔쳐보고 있다.

 

누추한 마구간 구유에서 태어난 아기였을지라도 그 아기가 바로 세상의 구원자이자

자신의 구원자임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일까?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주님의 영광이 네 위에 떠올랐다.”(이사 60,1)

[2016년 1월 3일 주님 공현 대축일 인천주보 3면,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