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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셀름 그륀

~ " 사막을 통한 생명의 길 " / 안셀름 그륀 신부님 ~







Ⅰ.『사막을 통한 생명의 길』,/ 안셀롬그린


 사목자들은 숫자상 다소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여러 계층의 신자들과 다른 사람들과 상관하는 직무를 수행하며 생활한다. 그런데, 사목자들의 일상이 기쁨과 보람으로만 채워지지는 않는다. 매일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찾아오는 신자들이나 다른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성격의 문제 해결을 요청받고 난감함을 느끼면서 혼란 속에서 고심하며 지나는 순간들이 허다하게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찾는 사람 누구에게나 어떠한 양식으로이거나 도움이 되어야 하는 사목자 형제들께 지난달에 이어 이 달에도 안셀름 그륀 신부의 다른 저서『사막을 통한 생명의 길』을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성서와 함께”사에서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 총장 김부자 수녀님의 번역으로 지난 해 초에 포켓판형 140면의 소책자로서 간행되었다. 당대 소수의 걸출한 영성가 중 한 사람인 그륀 신부는 이 책에서 3세기부터 6세기까지 이집트와 시리아 사막에서 예수님의 가르침을 철저하게 살고자 노력했던 초기

사막 교부들을 찾아와 신앙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가르침을 청했던 방문자들에게 들려준 답변들로서 처음에 구전으로 전해지다가 후에 『교부들의 말씀』에 수록된 말씀 천여 개 가운데에서 스무 개와 소아시아 출신 부제로서 4세기의 가장 주요한 영성 작가로 알려진 에바그리우스 폰티쿠스의 말씀들 중에서 스무 개, 도합 마흔 가지를 골라서 그 특유의 깊고 해박한 통찰이 번득이는 주옥같은 해설을 통해서 사목자들에게도 커다란 도움을 제공해 준다고 여기고 있다.

이 책 전반부에는 죄, 평온함, 육체의 욕망, 깨어 있음의 수련, 놓아버리기, 자아 인식, 외적인 삶의 질서, 사랑하는 마음, 정화의 기도, 자기 자신이 됨, 자비, 하느님과의 대화, 두려움, 회개, 강하게 만드는 유혹, 하느님 곁에 머무름, 영적 환경보호, 동반자로서의 기도, 영적 부성(父性), 일하는 바른 방법 등 하느님과 일치하는 삶에 관하여 들려준 안토니오 성인을 위시한 초기 사막 교부들의 지혜의 단상이 담긴 말씀들 중에는 사목 현안들을 해결하는 데 길잡이가 될 통찰들이 많이 담겨 있다.

후반부에도 생각의 시험, 감정과의 대화, 악마의 구별과 만남, 마음의 맑음, 영혼의 세 영역, 자연의 책, 격정 다루기, 치유의 천사, 내적 자유, 새로이 함께함, 온유하게 만드는 희생, 상처 다루기, 고요의 천사, 하느님의 뜻에 대하여, 삶의 진실, 순수한 침묵, 신뢰의 천사, 내적 평화, 하느님과의 일치와 사람과의 일치 등 인간이 자기 자신, 자기 영혼의 실체와의 참된 만남을 통해서만 이르게 되는 하느님과의 일치의 길에 관한 에바그리우스의 금언 내지 기도문들 대다수가 그륀 신부의 해설을 통하여 사목자들의 고뇌를 한결 가볍게 도울 수 있는 내용으로 담겨 있다.

서평자로서 이 책 내용 중에서 사목자 형제들께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되는 말씀에 대한 성찰 부분을 특히 소개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사목자들은 현장에서 당면한 현안들의 해결을 위해 노심초사하는 가운데에서도 일과 자기 자신을 결코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통찰에 유의할 일이다. “우리는 일과 자신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정체성을 하느님 안에서 발견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에게 ‘내가 할 일은 있다. 그러나 내가 내 일은 아니다. 내가 해결할 문제는 있다.

그러나 내가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하느님 안에서 나의 가장 심오한 정체성을 발견했을 때, 나는 완전히 자유로운 가운데 주어진 일에 종사할 수 있다.”(29면 이하) 그리고 기도가 인간의 상처들을 치유하는 효과를 지닌다는 말씀의 해설 부분도 크고 중요한 의미로 다가온다. “기도는 정신을 정화시킨다.… 불쾌한 감정에 가득 차 있는 사람은 종종 미움과 분노의 냄새가 난다. 그러나 기도하는 사람은 상쾌한 향기를, 사랑과 평화의 향기를 풍긴다"41면 아울러  잘못을 범한 사람을 질책하여 그의 용기를 꺾기보다 위로하고 올바로 서게 한 사막 교부 푀멘의 자비로운 금언이 주는 사목적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