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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주님 승천 대축일 / 오상선 신부님 ~

 
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사도들이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오르셨다.>
▥ 사도행전의 시작입니다.1,1-11
1 테오필로스 님,
첫 번째 책에서 저는 예수님의 행적과 가르침을 처음부터 다 다루었습니다.
2 예수님께서 당신이 뽑으신 사도들에게 성령을 통하여 분부를 내리시고 나서
승천하신 날까지의 일을 다 다루었습니다.
3 그분께서는 수난을 받으신 뒤,
당신이 살아 계신 분이심을 여러 가지 증거로 사도들에게 드러내셨습니다.
그러면서 사십 일 동안 그들에게 여러 번 나타나시어,
하느님 나라에 관한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4 예수님께서는 사도들과 함께 계실 때에 그들에게 명령하셨습니다.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고,
나에게서 들은 대로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분을 기다려라.
5 요한은 물로 세례를 주었지만 너희는 며칠 뒤에 성령으로 세례를 받을 것이다.”
6 사도들이 함께 모여 있을 때에 예수님께 물었다.
“주님, 지금이 주님께서 이스라엘에 다시 나라를 일으키실 때입니까?”
7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그 때와 시기는 아버지께서 당신의 권한으로 정하셨으니 너희가 알 바 아니다.
8 그러나 성령께서 너희에게 내리시면 너희는 힘을 받아,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
그리고 땅끝에 이르기까지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
9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이르신 다음 그들이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오르셨는데,
구름에 감싸여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지셨다.
10 예수님께서 올라가시는 동안 그들이 하늘을 유심히 바라보는데,
갑자기 흰옷을 입은 두 사람이 그들 곁에 서서, 11 이렇게 말하였다.
“갈릴래아 사람들아, 왜 하늘을 쳐다보며 서 있느냐?
너희를 떠나 승천하신 저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올라가신 모습 그대로 다시 오실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제2독서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를 하늘에 올리시어 당신 오른쪽에 앉히셨습니다.>
▥ 사도 바오로의 에페소서 말씀입니다.1,17-23
형제 여러분, 17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하느님, 영광의 아버지께서
여러분에게 지혜와 계시의 영을 주시어 여러분이 그분을 알게 되고,
18 여러분 마음의 눈을 밝혀 주시어,
그분의 부르심으로 여러분이 지니게 된 희망이 어떠한 것인지,
성도들 사이에서 받게 될 그분 상속의 영광이 얼마나 풍성한지
여러분이 알게 되기를 빕니다.
19 또 우리 믿는 이들을 위한 그분의 힘이 얼마나 엄청나게 큰지를
그분의 강한 능력의 활동으로 알게 되기를 빕니다.
20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 능력을 펼치시어,
그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일으키시고
하늘에 올리시어 당신 오른쪽에 앉히셨습니다.
21 모든 권세와 권력과 권능과 주권 위에,
그리고 현세만이 아니라 내세에서도 불릴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나게 하신 것입니다.
22 또한 만물을 그리스도의 발아래 굴복시키시고,
만물 위에 계신 그분을 교회에 머리로 주셨습니다.
23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모든 면에서 만물을 충만케 하시는 그리스도로 충만해 있습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강복하시며 하늘로 올라가셨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의 끝입니다.24,46-53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46 이르셨다.
“성경에 기록된 대로, 그리스도는 고난을 겪고
사흘 만에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야 한다.
47 그리고 예루살렘에서부터 시작하여,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가 그의 이름으로 모든 민족들에게 선포되어야 한다.
48 너희는 이 일의 증인이다.
49 그리고 보라, 내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분을 내가 너희에게 보내 주겠다.
그러니 너희는 높은 데에서 오는 힘을 입을 때까지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어라.”
50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베타니아 근처까지 데리고 나가신 다음,
손을 드시어 그들에게 강복하셨다.
51 이렇게 강복하시며 그들을 떠나 하늘로 올라가셨다.
52 그들은 예수님께 경배하고 나서 크게 기뻐하며 예루살렘으로 돌아갔다.
53 그리고 줄곧 성전에서 하느님을 찬미하며 지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수난을 받으신 뒤, 당신이 살아 계신 분이심을 여러 가지 증거로 사도들에게 드러내신"(사도 1,3) 예수님께서 "사십 일 동안 그들에게 여러 번 나타나시어 하느님 나라에 관한 말씀을 해"(사도 1,3) 주시고는 "그들을 떠나 하늘로 올라가셨"(루카 24,51)습니다.

유아들은 성장 발달 과정에서 "분리불안"의 시기를 겪게 마련입니다. 엄마를 비롯해 가장 밀착된 보호자와 떨어지는 걸 두려워하고 불안해하는 현상이지요. 어떤 아기들은 유난히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울며 보채는데, 아기들은 제 눈 앞에 보이지 않으면 그 존재가 사라졌다고, 없어졌다고, 떠났다고, 죽었다고 여기기에 엄청난 상실감과 불안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잠시 안 보였던 엄마가 변함없이 다시 나타나 자기를 사랑해 주기를 반복하다 보면, 자기 눈에 안 보여도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돌아온다는 신뢰가 형성됩니다. 그러면 차차 분리 불안에서 벗어나 외출하는 엄마에게 씩씩하게 '빠이빠이'를 외치고는 이내 제 놀이에 빠져들 수 있게 되지요.

"예수님께서는 ... 그들에게 강복하시며 그들을 떠나 하늘로 올라 가셨다. 그들은 예수님께 경배하고 나서 크게 기뻐하며..."(루카 24,51-52)

우리는 예수님과 제자들의 첫 이별을 기억합니다. 그들은 스승이 수난하시고 죽어 묻히신 뒤 두려움에 문을 닫아 걸었고 고향으로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있었지요. 생전 말씀하셨던 부활이 실현되었어도 믿지 않고 생업에 복귀하기도 했고요. 그런 그들이 예수님 부활을 체험한 뒤 사십 일 동안 여러 차례 그분 현존을 누리면서 가르침을 받고는 이리 달라졌습니다!!! 과연 이제는 "믿게" 된 것입니다. 제자들의 성장은 "크게" 기뻐했다는 복음사가의 표현으로 더 강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라, 내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분을 내가 너희에게 보내 주겠다."(루카 24,49)

제자들은 불안과 두려움에서 벗어나 이제는 스승의 말씀을 신뢰합니다. 첫 이별 때는 못 알아들었지만, 자기들의 우둔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이루어 보여주신 스승께서,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으리라"(영성체송)고 하신 약속을 이제는 철썩같이 믿게 된 것이지요. 어찌할 바를 몰랐던 허약한 신앙의 유아기를 벗어난 그들은 "분리 불안"도 함께 벗어 버리고 "이 일의 증인"(루카 48)으로 우뚝 섭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주님께서 현존하시며 지켜주시고 친히 일하시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이제 제자들은 사람의 육신을 취해 오신 성자 곁을 맴돌며 집착하는 단순 차원적 관계의 단계를 넘어서게 된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런 제자들을 대견해 하시며 원래 계시던 하느님의 오른편 자리, 성삼위 하느님의 본래 존재 방식으로 되돌아가십니다. 그것이 곧 주님의 승천이지요.

"너희는 높은 데에서 오는 힘을 입을 때까지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어라."(루카 24,49)

우리는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실 때 예수님께서 하셨던 비장한 수난 예고를 기억합니다.(루카 18,31-34) 실상 예루살렘은 예언자를 죽이는 도시를 가리키니까요. 그런데 예수님께서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그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기다리라고 하십니다. 당신도 없이, 다른 곳도 아닌 그 "예루살렘"으로 말입니다!

"그들은 예수님께 경배하고 나서 크게 기뻐하며 예루살렘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줄곧 성전에서 하느님을 찬미하며 지냈다."(루카 24,52-53)

예수님 말씀에 순명하는 제자들의 모습에서 티끌만한 두려움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들에게 예루살렘은 이전의 그 "예루살렘"이 아닙니다. 아니, 설령 그 "예루살렘"으로 돌변해 자기들에게 칼끝을 겨눈다 하더라도 더 이상 무섭거나 두렵지 않게 된 것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이 그들을 이렇게 변화시킨 것이지요.

제자들의 이 모습에는 앞으로 탄생하게 될 교회가 담겨 있습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모든 면에서 만물을 충만케 하시는 그리스도로 충만해 있습니다."(에페 1,23) 예수님은 떠나셨으나 제자들 안에 현존하십니다. 그들은 영혼과 육신을 사랑으로 가득 채우신 주님으로 충만해져, 기쁨으로 성전에서 하느님을 찬미하며 지냅니다. 제자들의 이 모습은 성령을 받아 일으켜질 교회의 원형입니다. "성전, 하느님 찬미, 기쁨"은 성령과 함께 이 지상을 살아가는 교회의 본류가 될 것입니다.

두 번째 이별은 첫 번째 이별과 영 다르지요. 불안과 두려움은 사라지고 기쁨과 희망이 넘실거립니다. 믿음이 사람을 이리도 크게 바꿔놓았네요. 더 이상 육신의 눈에 집착하지 않고 영의 눈으로 볼 수 있도록 시야를 열어 준 믿음이야말로 은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벗님 여러분, 부족하나마 우리 각자가 간직하고 있는 부활 체험을 믿고, 우리를 고유한 방법으로 불러주신 주님의 말씀을 믿고 "예루살렘"에 머무릅시다. 앞으로 주님께서 하실 일은 무궁무진할 것이고, 그 모든 것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흘러갈 것이니 그저 묵묵히 믿고 기다려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