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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선(바오로) 신부님

~ 대림 2주일 / 오상선 신부님 ~

대림 제2주일(인권 주일, 사회 교리 주간)

 

제1독서

<그는 힘없는 이들을 정의로 재판하리라.>
▥ 이사야서의 말씀입니다.11,1-10
그날 1 이사이의 그루터기에서 햇순이 돋아나고 그 뿌리에서 새싹이 움트리라.
2 그 위에 주님의 영이 머무르리니
지혜와 슬기의 영, 경륜과 용맹의 영, 지식의 영과 주님을 경외함이다.
3 그는 주님을 경외함으로 흐뭇해하리라.
그는 자기 눈에 보이는 대로 판결하지 않고
자기 귀에 들리는 대로 심판하지 않으리라.
4 힘없는 이들을 정의로 재판하고 이 땅의 가련한 이들을 정당하게 심판하리라.
그는 자기 입에서 나오는 막대로 무뢰배를 내리치고
자기 입술에서 나오는 바람으로 악인을 죽이리라.
5 정의가 그의 허리를 두르는 띠가 되고 신의가 그의 몸을 두르는 띠가 되리라.
6 늑대가 새끼 양과 함께 살고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지내리라.
송아지가 새끼 사자와 더불어 살쪄 가고 어린아이가 그들을 몰고 다니리라.
7 암소와 곰이 나란히 풀을 뜯고 그 새끼들이 함께 지내리라.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고 8 젖먹이가 독사 굴 위에서 장난하며
젖 떨어진 아이가 살무사 굴에 손을 디밀리라.
9 나의 거룩한 산 어디에서도 사람들은 악하게도 패덕하게도 행동하지 않으리니
바다를 덮는 물처럼 땅이 주님을 앎으로 가득할 것이기 때문이다.
10 그날에 이러한 일이 일어나리라.
이사이의 뿌리가 민족들의 깃발로 세워져
겨레들이 그에게 찾아들고 그의 거처는 영광스럽게 되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제2독서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사람을 구원하여 주십니다.>
▥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말씀입니다.15,4-9
형제 여러분, 4 성경에 미리 기록된 것은 우리를 가르치려고 기록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경에서 인내를 배우고 위로를 받아 희망을 간직하게 됩니다.
5 인내와 위로의 하느님께서
여러분이 그리스도 예수님의 뜻에 따라 서로 뜻을 같이하게 하시어,
6 한마음 한목소리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느님을
찬양하게 되기를 빕니다.
7 그러므로 그리스도께서 여러분을 기꺼이 받아들이신 것처럼,
여러분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서로 기꺼이 받아들이십시오.
8 나는 단언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께서 진실하심을 드러내시려고
할례 받은 이들의 종이 되셨습니다.
그것은 조상들이 받은 약속을 확인하시고,
9 다른 민족들은 자비하신 하느님을 찬양하게 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성경에 기록된 그대로입니다.
“그러기에 제가 민족들 가운데에서 당신을 찬송하고
당신 이름에 찬미 노래 바칩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3,1-12
1 그 무렵 세례자 요한이 나타나 유다 광야에서 이렇게 선포하였다.
2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
3 요한은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 바로 그 사람이다.
이사야는 이렇게 말하였다.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
‘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그분의 길을 곧게 내어라.’”
4 요한은 낙타 털로 된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둘렀다.
그의 음식은 메뚜기와 들꿀이었다.
5 그때에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요르단 부근 지방의 모든 사람이 그에게 나아가,
6 자기 죄를 고백하며 요르단 강에서 그에게 세례를 받았다.
7 그러나 요한은 많은 바리사이와 사두가이가
자기에게 세례를 받으러 오는 것을 보고, 그들에게 말하였다.
“독사의 자식들아, 다가오는 진노를 피하라고 누가 너희에게 일러 주더냐?
8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어라.
9 그리고 ‘우리는 아브라함을 조상으로 모시고 있다.’고 말할 생각일랑 하지 마라.
내가 너희에게 말하는데,
하느님께서는 이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녀들을 만드실 수 있다.
10 도끼가 이미 나무뿌리에 닿아 있다.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는 모두 찍혀서 불 속에 던져진다.
11 나는 너희를 회개시키려고 물로 세례를 준다.
그러나 내 뒤에 오시는 분은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시다.
나는 그분의 신발을 들고 다닐 자격조차 없다.
그분께서는 너희에게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실 것이다.
12 또 손에 키를 드시고 당신의 타작마당을 깨끗이 하시어,
알곡은 곳간에 모아들이시고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불에 태워 버리실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대림환에 두 개의 촛불을 밝힙니다. 오시는 주님께 한층 더 간절하고 한층 더 빛나는 그리움을 열어보이는 대림 제2주일입니다.

오늘 미사의 말씀은 '회개'를 이야기합니다.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마태 3,2).

세례자 요한은 주님의 길을 준비하기 위해 광야에서 회개를 외칩니다. 회개를 위해 우리는 삶의 네 개의 축을 성찰합니다. 나와 하느님의 관계, 나와 나 자신과의 관계, 나와 이웃과의 관계, 나와 자연 환경, 즉 모든 피조물과의 관계입니다.

첫째, 회개는 하느님께로 방향을 돌려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로마 15,7).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창조된 우리 모든 이의 존재 목적을 이야기합니다. 사실 우리가 하느님께 커다란 보탬이 되지는 않지만 그분은 당신의 충만함을 나누시고자 창조를 감행하셨지요. 우리는 그분께 찬미와 찬양, 흠숭, 사랑을 되돌려드리는 본연의 부르심을 인식하고 회복함으로써 그분께 영광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성경에서 인내를 배우고 위로를 받아 희망을 간직하게 됩니다"(로마 15,4).

말씀은 우리 죄를 인내하시고, 우리 약함을 위로하시며, 우리가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버리지 않으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인내, 위로, 희망"은 우리의 회개에 대한 하느님의 응답입니다.

둘째, 회개는 나 자신의 고유한 아름다움과 화해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아브라함을 조상으로 모시고 있다'고 말할 생각일랑 하지 마라"(마태 3,9).

우리는 하느님의 모습을 닮은 그분의 모상입니다. 하느님의 진실함, 선함, 아름다움은 우리 존재 깊숙이 새겨져 있지요. 그런데 우리는 자신을 남과 비교하거나, 익숙해진 죄와 어둠에 머물면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는 일에 인색합니다. 자신을 자신으로 수용하기보다 인종, 국적, 족보, 연줄, 인맥, 소속, 직분 등 온갖 타이틀 뒤로 숨어 그것들의 힘과 자기 본연의 존재를 혼동하고 살기 일쑤지요. 그럴수록 진정한 자기와 멀어지고 유리되어 자기를 잃어가는데도 말입니다.

"그분께서 너희에게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실 것이다"(마태 3,11).

우리는 물과 성령과 불로 새로워진 존재입니다.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시는 말씀, 해마다 돌아오는 전례주년, 그리고 성사를 통해 나날이 새로워지는 은총을 입고 살아가지요. 이것이 바로 그 어떤 신분, 타이틀, 연줄보다 강력하고 진실한 우리 정체성입니다. 물질과 숫자라는 세상 잣대에 스스로를 매몰시키지 말고, 그런 자신의 아름다움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이 오늘 우리가 초대받은 회개입니다.

셋째, 회개는 이웃과의 관계 회복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여러분을 기꺼이 받아들이신 것처럼 여러분도 ... 서로 기꺼이 받아들이십시오"(로마 15,7).

기꺼이 받아들임. 이는 우리에게만 요구되는 무리한 강요가 아닙니다. 우리가 먼저 예수님께 기꺼이 받아들여진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독려입니다. 사실 '다름'이라는 장벽을 넘어서는 일이 쉽지만은 않지요. 인간적 노력만으로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는 주님께서 우리의 편협한 자기중심성과 주관적 잣대의 힘을 조금 빼주시면 가능해집니다. 사람 사이의 회개는 그래서 주님 은총의 협력이 매우 절실합니다. 혼자서 하려고 하기보다 주님과 함께 할 때 열리는 문이지요.

"한마음 한목소리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하느님을 찬양하게 되기를 빕니다"(로마 15,6).

이웃과의 화해는 그저 인간적으로 편하고 좋자고, 똑같아지자고, 서로 이득이 되자고 방향을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저마다 다름에도 불구하고 함께 하느님을 향해 "한마음 한목소리로" 찬양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기꺼이"라는 말씀 안에는 우리 인간과 천양지차로 다르시면서도 묵묵히 우리의 실존을 끌어안고 보듬어 주시는 하느님의 "선선한 내어줌"이 들어 있습니다.

넷째, 회개는 자연 환경을 비롯한 모든 피조물에 대한 존중의 회복입니다.

"땅이 주님의 앎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이사 11,9).

제1독서는 창조된 만물의 가장 조화롭고 아름다운 상태를 노래합니다. 동물들조차도 서로 해치지 않고 함께 평화로이 공존하는 모습은 곧 메시아 시대, 하늘 나라의 모습이겠지요. 이처럼 모든 존재가 주님을 알게 되면 더 이상 폭력도 눈물도 없을 겁니다. 앎이 곧 사랑이고, 사랑하는 이는 사랑이신 분의 뜻을 벗어나지 않는 까닭입니다.

인간의 탐욕이 낳은 기후 변화와 그에 기인한 자연재해, 무너져가는 생태계와 지구의 몸살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지요. 소수 인간의 편리와 이익에 집중할수록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만물은 병들어 갑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우리 미래 세대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파멸로 청산해야 할지도 모르는 무서운 빚입니다.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어라"(마태 3,8).

오시는 주님께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대림 제2주일에 말씀께서는 세례자 요한의 목소리를 빌어 보다 강하게 회개를 촉구하고 계십니다. 인간이 지닌 네 가지 관계성, 즉 하느님, 나, 이웃, 모든 피조물과의 관계를 잘 성찰하고 각자 돌이켜 나아갈 방향을 찾으라는 초대입니다.

그런데 방향을 바꾸어 돌아서는 진정한 회개에는 반드시 열매가 맺히게 마련입니다. 머리로 하는 관념놀음이나, 입으로 날리는 공수표는 회개일 수 없으니까요. 오늘은 '인권주일'이고 이번 주간이 사회교리 주간입니다. 말씀 안에 머물러 주님께서 보여 주시는 회개의 길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실천으로써 한 걸음 내딛는 대림 제2주간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