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이스라엘 자손들 위로 나의 이름을 부르면, 내가 그들에게 복을 내리겠다.> ▥ 민수기의 말씀입니다.6,22-27 22 주님께서 모세에게 이르셨다. 23 “아론과 그의 아들들에게 일러라. ‘너희는 이렇게 말하면서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축복하여라. 24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 주시리라. 25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그대에게 은혜를 베푸시리라. 26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들어 보이시고 그대에게 평화를 베푸시리라.′’ 27 그들이 이렇게 이스라엘 자손들 위로 나의 이름을 부르면, 내가 그들에게 복을 내리겠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제2독서 <여러분은 내일 일을 알지 못합니다. 여러분의 생명이 무엇입니까?> ▥ 야고보서의 말씀입니다.4,13-15 사랑하는 여러분, 13 자 이제, “오늘이나 내일 어느 어느 고을에 가서 일 년 동안 그곳에서 지내며 장사를 하여 돈을 벌겠다.” 하고 말하는 여러분! 14 그렇지만 여러분은 내일 일을 알지 못합니다. 여러분의 생명이 무엇입니까? 여러분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한 줄기 연기일 따름입니다. 15 도리어 여러분은 “주님께서 원하시면 우리가 살아서 이런저런 일을 할 것이다.” 하고 말해야 합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2,35-40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35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36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 37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 38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종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종들은 행복하다! 39 이것을 명심하여라. 도둑이 몇 시에 올지 집주인이 알면, 자기 집을 뚫고 들어오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40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제1독서에서 주님께서는 사제 가문인 아론과 그 아들들의 축복을 통해 이스라엘 백성에게 복을 내리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 주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그대에게 은혜를 베푸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들어 보이시고 그대에게 평화를 베푸시리라"(민수 6,24-25). "복, 지킴, 당신 얼굴을 비추심, 은혜, 당신 얼굴 보여주심, 평화..." 주님께서 주시리라는 이 선물들은 각기 다른 단어들로 표현되어 있기는 하지만 사실 하나입니다. 이들은 별개의, 각각의 선물들이 아니라 바로 이 모두가 포함된 하나의 선물, 주님 자신이십니다! 살아오면서 때에 따라 우리가 체험했던 주님의 따사로운 손길, 위로의 말씀, 든든한 동반, 눈물 어린 연민 등이 주님의 해체된 어느 한 부분들이 아니라 주님 자신이듯이, 비록 우리가 어느 영역에서 그분을 체험했다 하더라도, 그건 주님의 그 한 부분이 아니라 그분께서 우리에게 당신을 체험하도록 당신 자신을 내어 주신 것이니 말입니다. 제2독서는 축복과 함께 주님을 선물로 받는 우리의 자세를 이야기합니다. "여러분은 '주님께서 원하시면 우리가 살아서 이런저런 일을 할 것이다' 하고 말해야 합니다"(야고 4,15). 우리가 살아서 무언가를 한다는 건, 일단 생명의 주인께서 원하시고, 그래서 우리에게 허락되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니 숨쉬는 일부터 시작해 그 어느 것도 우리 권한에 맡겨진 건 없습니다. 우리가 살고 사랑하고 나누고 받는 모든 것은 자비롭고 겸손하신 주님께서 원하셔야 비로소 우리에게까지 다가오는 기적들입니다. 복음은 주인을 기다리는 종의 자세를 이야기합니다. 언제 들어도 가슴 설레는 이야기지요.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루카 12,36). 주인을 기다리다 때맞춰 문을 여는 것이 종의 의무이긴 합니다만, 이토록 즉각적으로 응답하려면 환대의 마음도 함께가야 합니다. 같은 문이어도 의무만으로 열리는 문과 사랑으로 열리는 문은 문 앞에 선 이에게 분명 다른 기운을 줍니다. "그 주인은 띠를 매고 ... 시중을 들 것이다"(루카 12,37). 먼저 종이 "허리에 띠를 매고" 기다립니다. 이어서 주인도 허리에 띠를 맵니다. 띠는 길고 치렁치렁한 옷자락이 봉사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붙들어 매는 용도입니다. 이로써 주인이 자기 종에게 종을 자처하여, 종의 자리를 차지하고, 종이 됩니다. 종과 주인이 하나가 된 것입니다. 띠를 맨다는 건, 종이 된다는 건 상대를 위해 무엇이라도 할 태세를 갖췄다는 의미입니다. 상대를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지요. 어쩌면 이미 우리 주인이신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 하고 계신 일이지요.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루카 12,40). 누군가 내게 "온다"는 것은 작은 일이 아닙니다. 예사로운 일도 아니지요. 오기 전, 오기로 마음 먹기 전에 이미 전 존재적 끌림이 예비되었고, 오는 내내 그리움과 설렘이 차곡차곡 산처럼 싸여서 이르렀습니다. 문 앞에 서서의 가슴 터질 듯한 행복과 기대감에는 곧 맛보게 될 해후의 환희가 이미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온다"는 것은 그 자체 안에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담긴 만남의 신비입니다. 거기에 더하여, 주님은 혼자 오시지 않으십니다. 그분은 당신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안고 오시면서, 또 당신의 형제와 자매와 이웃과 모든 피조물을 안고 오십니다. 그분이 이미 그들과 하나이니 당신 혼자만 오시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그 한 분을 받아들이는 건 그분 마음이 향하고 그분 눈물이 감싸는 모든 존재를 받아들이는 환대입니다. 그리고 이 환대로써 우리는 제1독서에서 이야기하듯, 모든 복과 은혜와 평화의 주님을 맞아들이게 됩니다. 주님께서 오십니다. 오셔서 문을 두드리십니다. 그분은 복과 은혜 평화를 잔뜩 안고 오십니다. 그 복과 은혜와 평화 안에는 우리의 손길과 나눔과 미소와 기도가 필요한 세상이 들어 있습니다. 문을 활짝 열고 그들의 필요까지 맞아들이는 순간, 주인은 우리에게 와서 우리의 종이 되시고 우리와 하나가 되십니다. 사랑하는 벗님! 경자년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올해에는 더욱 기쁘게 깨어 주님을 기다립시다. 주님이 문을 두드리시면 열렬히 환대합시다. 주님께 딸려 온 사랑의 기회들도 놓치지 맙시다. 사랑이 하나이듯 이 모든 일이 하나로 흘러갑니다. 이미 주님을 얻었으니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주님께서 벗님에게 복을 내리시고 벗님을 지켜 주시길" 축원합니다.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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